돌로미티(Dolomites) 트레킹 2025.4
Trekking in the Dolomites
돌로미티(Dolomiti)는 이탈리아 북동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 베네토,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에 걸쳐 있는 알프스 동부 석회암 지대이다.
흔히 알프스산맥 하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탈리아 역시 알프스의 27.2%에 달하는 면적을 영유하고 있어 산악 관광 자원이 매우 많으며, 그중에서도 서쪽의 몽블랑과 쌍벽을 이루는 유명 산지가 바로 돌로미티다. 비교적 무른 석회암 지대다 보니 여타 알프스 산들에 비해 해발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기암괴석과 봉우리가 가득해 해마다 수많은 등산가들이 돌로미티를 찾고 있다. 참고로 백운암의 이칭인 ‘돌로미티(테)’, ‘돌로마이트’가 바로 이곳에서 따 왔다고 한다.돌로미티는 예로부터 사냥꾼과 채집꾼들이 머무르던 지역이었으나, 본격적으로 산을 등반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는 18세기 말엽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시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이탈리아 왕국 간의 전투가 펼쳐졌던 전장으로 아직도 그 흔적들에 곳곳에 남아있다.
큰 지역이다 보니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장거리 등산로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주요 등산로는 알타 비아(Alta Via)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돌로미티에는 총 10개의 알타 비아가 있고 각각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붙는데, 이 중에서도 알타 푸스테리아 지역의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에서 벨루노 북쪽의 라 피사(La Pissa)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20킬로미터의 알타 비아 1(Alta Via 1), 북쪽의 브레사노네(Bressanone)에서 벨루노 서쪽의 크로체 다우네(Croce d’Aune)를 잇는 160킬로미터 길이의 알타 비아 2(Alta Via 2)가 가장 유명하다. 일행은 이 알타 비아1를 따라 산장과 산장을 넘나들며 2023년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트레킹을 진행했다.
7월 27일, 베네치아
26일 인천을 출발해 북경을 경유하여 밀라노 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좀 왔는지 날이 선선하다. 밀라노에 도착한 우리는 트래킹에 앞서 베네치아를 관광하기로 했다. 수상 택시를 타고 베네치아 수로를 따라 산마르코 대성당 광장에 도착한다. 수상 택시에서 바라보는 수상도시 베네치아 풍경이 이채롭고 멋있었다. 카사노바가 수감되고 재판을 받았다는 탄식의 다리를 보고, 산마르코 광장과 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베네치아 골목을 누비며 지난다. 야외광장에서 생맥주와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쉬어 간다. 20여 년 전 건축학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지도 교수님과 이탈리아로 건축기행을 왔던 때가 생각났다.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을 처음 접하고 이곳 베니스와 이탈리아의 전역을 누비며 건축물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베네치아는 전과 비교해 별로 변한 게 없는 듯했다.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코르티나 담페초로 이동한다. 가까이 갈수록 이어지는 풍경들은 누가 봐도 유럽의 지붕 같은 느낌의 전경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며 녹색의 나무와 초원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으로 보던 알프스의 풍경이 펼쳐진다.숙소가 있는 담페초 도시는 해발고도가 900미터 정도이며, 리조트같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 보였다. 와인과 함께 하는 저녁으로 허기를 달래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시차 때문인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니 금세 잠이 들었다.
7월 28일, 브라이에스 호수
시차 때문에 일찍 눈을 떳다. 돌로미티는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산장과 호텔을 이용하며 트레킹을 한다. 차에 짐과 몸을 싣고 2시간여를 달려 돌로미티 트레킹의 대표적인 알타 비아1의 시작점인 해발 1,494미터에 위치한 브레이에스 호수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무거운 짐은 다음 숙소인 산장으로 보내고, 식수와 바람막이 등 간단한 필수품만 배낭에 넣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에메랄드 빛의 호수가 계곡 사이에 그림같이 나타난다. 어느 쪽에서 보나 한 폭의 그림이다.<사진 1>
옥빛 물에 반사된 전경이 탄식하게 한다. 브라이에스 호수를 반 바퀴 돌면서 그 매력에 감탄하고 감탄하면서 산에서 흘러내린 자갈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3시간에 약 900미터를 오르는 알타 비아1코스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하는 구간이다. 산을 오르다 보니 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더불어 뒤를 돌아보면서 다시 환상적인 그림 같은 전경의 아름다움에 심취한다. 알프스 속으로 들어와 다양한 형태의 알프스 산세의 모습을 보면서 바위 위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조성된 초원을 드디어 내 발로 밟게 되었다.
지코벨 정상 아래 소라포노 고개에 도착한다. 여기가 우리가 넘는 하나의 정상이다. 조그마한 성모상이 우릴 반긴다. 여기는 해발 2,388미터이고 지코벨은 2,800미터가 넘는다. 이곳에는 정말 알프스 속 산정에 커다란 분지 같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그 초원위에 실금 같은 다섯 갈래의 길이 보인다. 산장에 물자를 공급하는 도로 같았다. 자연 속에 피어난 에델바이스도 보았다. 조금 아래에 작은 산장이 보인다. 그 산장이 비엘라산장<사진 2>이다.
비엘라산장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파스타와 옥수수 죽에 사슴고기가 있는 요리다.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산장인데, 가족들이 운영하는 듯했다. 100년도 넘었다고 한다. 이곳 산중에도 전쟁이 있었는데, 전시에는 군 초소로 이용하다가 현재는 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제는 자갈길이 아닌 바위 위를 덮은 초원 위를 걷는다. 초원 뒤로 이어지는 곳은 겹겹이 이어지는 바위와 그 사이에 흘러내리는 자갈로 보이는 다양한 산정의 분지 같은 모습들이다. 어디서 왔는지 풀을 뜯는 소들도 보인다. 초원 위를 얼마나 걸었을까. 경비행기 활주로가 있는 곳에 산장이 보인다.<사진 3> 여기는 세네스산장이다. 자그마한 모형 비행기가 우릴 반긴다. 식탁 위 머그컵 속의 에델바이스도 인상적이다.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풀고 경비행기 활주로를 걷는다.
솟아오르는 바위의 본 모습에 사이사이로 부서져 흘러내리는 모래 같은 자갈들의 모습과 아래로 몇 굽이 겹쳐지는 능선 아래에 초록의 사이로 마치 꽃이 핀 듯 하얗게 빛나는 암석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이다. 활주로 끝에 이어지는 길은 고산 지대에서 눈보라 등에 견디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티며 자라다 보니 바닥에 붙어있는 나무들이다. 더 내려오니 큰 나무의 가지는 겨우내 눈의 무게에 쳐져 보인다.
내리막 경사가 심하다. 내려와 보니 아래쪽 초원 위에 산장이 보인다. 우리가 오늘 자고 갈 페데루산장이란다. 산장에 들어서니 깔끔하다. 미리 도착한 가방을 4층까지 옮기는데 힘이 많이 든다. 식사와 숙식을 이곳에서 하는데, 비교적 좋은 산장 같았다. 새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알프스의 깊은 산속의 산장으로 침실에서 바라보이는 전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저녁을 먹을 때 갑자기 나타나 음악을 들려주는 두 남자들의 연주도 좋았다. 이렇게 돌로미티에서의 둘째 날이 지난다.
7월 29일, 그린파네스산장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간밤에 소나기가 왔었다고 한다. 새벽에는 별빛도 보였는데, 산장에서 조식을 마치고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왔다 갔다 하는 산장을 벗어나 산을 오른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도 자주 마주친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도 있고 젊은 여성분들도 보인다.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고 오르다 보면 또 다른 풍경에 놀라고, 자갈이 부서져 흘러 내려온 듯한 길을 다시 오르기를 계속한다.
한참을 오르고 나니 평지 같은 길이 나타나면서 주변의 암벽과 산세의 변화가 다양하다. 어디서 왔는지 평원에는 소 몇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다시 걷고 걷다 보니 평원이 이어지는 곳에 소를 기르는 목장이 보인다. 조금 더 지나가니 산장이 보인다. 그란파네스 산장이란다. 화장실이 완전 현대식으로 수전에서 가운데는 물이 양옆에는 손을 건조해주는 공기가 나오는 설비가 되어 있는<사진 4> 멋진 그린파네스 산장에 들러 시원한 맥주에 갈증을 푼다.
주변의 변화무쌍한 산세를 보면서 알프스 고산지대의 평원을 걷는다. 평원을 오르락 내리락 걸으면서 어느 목장을 지나 물이 흐르는 초원에서 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먹는다. 코리아 위스키와 함께한 점심은 꿀맛이다. 다시 초원 위를 걷다 보니 멀리에 산양의 모습도 보인다. 야생동물이 아닌 기르는 산양 같았다.
주변이 다채롭게 솟아오른 바위의 자태를 보면서 발길을 옮긴다. 평원의 끝자락에서 바위와 바위 사이로 아름다운 경치가 탄식을 자아낸다. 대청봉에서 오색약수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시원한 암반수가 흘러나오는 약수터가 있다. 시원한 암반수에 갈증을 풀고, 더 내려오니 계곡물이 흐르는 자그마한 다리가 보인다. 여기에도 족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도 발을 담갔는데 물이 정말 차가웠다. 하산을 하니 차가 와서 우릴 산장으로 안내한다. 이 산장은 어제보다는 훨씬 못하다. 이 산장이 콜 갈리나 산장이다. 7명이 2단 침대에 나누어 짐을 푼다. 자리가 많이 비좁았다. 저녁을 먹다보니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 소나기가 내린다. 어둑해진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7월 30일, 라가주오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날 밤에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변기와 세면대물이 흑갈색 물이다. 아침을 먹고 나니 물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했다. 라가주오이에서 주변의 조망을 보는 일정을 시작한다. 케이블카가 9시부터 운행한다 해서 느긋하게 산장을 떠난다. 20여 분을 걸어가니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온다.케이블카가 거의 수직으로 가는 듯 라가주오이로 향한다. 라가주오이는 해발 2,758미터로 하늘 밑에 펼쳐지는 알프스의 산정과 만년설이 있는 3,221미의 몬테크리스탈로를 멀리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사진 5> 뒤에는 기암괴석 사이로 구름이 오가는 환상적인 풍경<사진 6>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정상에는 장애인도 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라가주오이는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환상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케이블카 뒤쪽 방향으로 내려오니 1차 세계 대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지역이었던 곳으로, 곳곳에 참호가 설치되어 있어, 지대가 높고 사람도 살지 않는 이곳에서도 전쟁이 있었다는 점이 슬펐다. 바위로 둘러 싸인 분지를 지나 계속 내리막길로 가는데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전날의 폭우로 길에 모래자갈이 뒤덮여 길이 없어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여기는 그늘 하나 없는 곳이다. 심한 내리막을 계속 내려오니 숲길을 만난다. 긴 숲길을 지나 다시 친퀘토리로 가기 위해 스키장 리프트를 이용한다. 타기 전 점심시간이 늦어 옥수수를 곁들인 돈가스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리프트를 탄다. 친퀘토리는 다섯 개의 봉우리란다. 이곳은 오전에 지나왔던 오스트리아 참호에 맞선 이탈리아 쪽의 전쟁의 참호가 곳곳에 남아있다.
케이블카로 접근하고 바위들을 접하기 쉬워 암벽을 타는 곳이 많아 암벽의 성지란다. 여기만 올라오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여기서도 한국인 관광들과 마주친다. 친퀘토리를 한 바퀴 돌고, 초원길과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걸어 목장이 있는 파소지아우산장<사진 7>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차로 40여 분을 가니 이틀 전에 머물렀던 동네가 나온다. 오늘은 호텔이다. 첫날 머물렀던 딤페초의 다른 호텔이라 비교적 깨끗했다. 옆에 있는 식당도 괜찮았다. 하우스 와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친퀘토리를 지나 오르고 내리고 하는 길이 좀 길었는데 돈가스에 곁들였던 옥수수 때문인지 혹은 무리해서인지 일행이 탈진을 한 듯이 저녁을 통 먹지 못한다.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7월 31일, 몬테 펠모
일행이 전날 저녁을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아침은 호텔 조식이 아니라 식당에서 물과 커피를 가지고 와 방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오늘은 어제 내려왔던 파소지아우 고개에서 반대로 이어진 코스다. 목장이 있는 초지를 지나니 더 큰 평원이 나타난다. 몬테 펠모(Mt. Pelmo) 초원이란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은 바위가 부서지며 흘러내리는 시기가 지나 초지가 자연적으로 조성되면서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야생화를 보며 사진도 찍고 걷고 또 걷는다.
소와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초원을 걷고 다시 걷는다. 7000년이 되는 유골이 발견된 곳이란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초원에 약간의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점심을 컵라면으로 해결한다. 이곳의 작은 계곡은 이전의 계곡과 다르게 이끼가 끼어있고, 물이 흐른 시간의 흔적을 나타내듯 검은 색의 돌이 낯익어 보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초원을 걷는다. 야생화를 보다 보니 에델바이스도 많이 보인다. 초원이 펼쳐지고, 그 끝에는 겹겹이 포개져 보이는 바위들이 알프스의 실체를 느끼게 한다. 목장지대가 끝날 무렵에 피우메 산장에 들러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몬테펠모봉 쪽으로 향한다. 몬테펠모봉 웟 부분에는 만년설이 있는 듯했다. 몬테펠모봉을 지나 스타울란자에서 오늘 트레킹을 마친다.
브레이호수에서 이곳 파쏘 스타울란자까지 약60킬로미터 알타 비아-1의 하프 종주를 마치고, 차로 이동해 4인실인 아퀼레이아 호텔에서 여장을 푼다. 다음날 소라피스 호수를 등산하기에 가까운 곳이다.
8월 1일, 소라피스 호수
아침을 먹고 걸어서 소라피스 호수 등정에 나선다. 비가 올 것 같다. 왕복 12킬로미터 정도라 한다. 가는 길에 비가 잠깐 내려 우비를 입는다.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석회석이다 보니 길이 많이 미끄럽다.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안개로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2시간 이상을 걷다보니 소라피스 호수<사진 8>가 보인다. 옥색 빛의 호수다. 해발 2000미터 정도의 고지에 이런 호수가 있는 것도 신기했다.
백두산 천지와 비슷한 높이란다. 안개로 호수만 보일뿐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있는 로카델리산장에서 점심을 먼저 먹고 안개가 걷히길 기다린다. 식사를 하고 왔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아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니, 호수 앞뒤로 높은 바위가 솟아난 봉우리가 나타난다. 정말 신비롭다. 돌로미티의 3대 호수 중 하나로 수정처럼 맑고 깨끗하며, 주변의 침엽수림과 백운암봉의 구름 속에 있는 환상 속의 호수로 차량의 접근이 어려워 걸어서만 올 수 있는 곳이다. 호수의 멋진 풍경을 뒤로 하고 원점으로 회귀한다.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주변의 안개가 걷히니 주변이 심한 절벽으로, 올라올 때는 짙은 안개로 보지 못했던 또 다른 풍경이다. 다시 차로 이동해 그제 식사를 했던 호텔로 향한다. 시내를 구경하다가 돌로미티 기념 모자를 구입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다.
8월 2일, 트레치메
트레치메에 가는 날이다. 코르티나 마지막 날이다. 새벽 5시 반에 일찍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선다. 국립공원이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 차가 밀린다고 해서 7시에 출발한다. 입구의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차서 바람막이 두 개를 껴입었다. 트레치메는 세 개의 바위 봉우리로 가운데 봉우리가 2,999미터로 암벽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피콜라봉, 그란데봉, 오베스트봉의 세 개 봉우리라고 한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니 산악인을 위한 자그마한 교회가 보인다. 교회 주변에는 산악인 추모비가 있었다. 교회를 지나 트레치메 피콜라봉 쪽으로 가니 전에 교황이 방문했다는 표지판이 보인다.트레치메는 구름뒤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장으로 가는 길 우측에도 높은 암벽의 봉우리가 보인다. 꼭대기에 십자가도 보인다. 여기는 일반 사람도 로프가 아닌 간단한 장비로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바람이 차갑다. 라바레토 산장에 도착하여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지만 걷히지 않아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기다린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12시 30분에 산장을 나왔지만 트레치메 하부만 잠깐 보이고 만다. 긴 행렬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잠깐 트레치메<사진 9>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우린 다시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출발했던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2시간 정도 이동한다. 알프스의 초록에 전원 같은 주택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고 지나는 곳마다 스키장이 있어 리프트가 설치돼 운행되고 있는 곳을 지나, 산을 오르고 내리며 초원 지대를 지나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띤다. 어느새 알프스 풍경 속에 젖어 있는 듯하다. 겨울에 눈이 많아 그런지 경사 지붕에 3, 4층의 건물들은 나무 발코니에 붉은 화초가 드리워져 있고 초원과 잘 어우러져 있다.
8월 3일, 사쏘룽고
사소아파트에서 출발하여 사쏘룽고(해발 3,180m)를 조망하면서 반쯤 돌아가서 내려가는 일정이다. 오늘은 완전한 초록의 목장 속을 걷는 듯하다. 야크가 사는 곳이란다. 조금 걸어가니 산장이 나타난다. 도넛이 맛있는 곳이란다. 맛있다는 도넛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맛보기로 했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초원의 비탈길을 걷다 보니 마스크를 한 것 같은 양이 보인다. 참 신기하게도 생겼다. 다시 걷다보니 점심을 먹을 산장이 나타난다. 여긴 햄버거가 맛있는 곳이라 한다. 햄버거와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다. 사쏘룽고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면서 몬테파나 리조트에 도착한다. 리조트의 규모가 커 보인다. 스키 코스도 다양하고 다른 시설들도 많아 보였다. 멀리에 마르몰라다(해발 3,343m)가 보인다. 알프스 속에서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마지막 밤이라니, 언제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나 싶다.
8월 4일, 세체다
오늘은 알프스에서 마지막 날이다. 돌로미티의 심장이라고 하는 세체다를 가는 날이다. 숙소에서 모든 짐을 정리해 스키 창고에 넣어두고 세체다로 향한다. 걸어서 조금 올라가니 스키장 리프트가 나타난다. 리프트를 타고 초록의 스키장을 올라간다. 내려 보니 초록색 초원의 한복판이다. 곳곳에 띄엄띄엄 보이는 별장이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초창기 이곳에 머문 사람들을 위한 교회도 보인다. 초원을 지나 9부 능선에 올라가니 조망이 좋은 산장이 보이고, 주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세체다<사진 10>가 구름 속에 보일 듯 말 듯 한다.
이 산장에 빵이 맛있단다. 사과와 잼이 들어 있는 빵이 이색적이고 맛도 좋았다. 세체다를 배경으로 벤치에 앉아 멋진 포즈도 취해 본다. 정상에 오르니 십자가가 보인다. 정상에서 방향에 따라 바라보이는 곳의 명칭과 거리 등을 새겨놓은 원형 조형물이 이채롭다. 세체다의 조망을 위해 내려가니 구름이 걷힐랑 말랑 한다. 구름 사이가 살짝 열리는 틈에 세체다를 조망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만났다. 이곳은 사람들이 관광으로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다 보면, 바위가 솟아 있는 절벽이 돌로미티의 심장이라고 한 말이 이해가 가는 듯하다. 내려오니 구름이 다시 한가득 차오른다.
이제 트레킹이 끝났다. 짐을 싣고 밀라노로 향한다. 300여 킬로미터를 가야 한다. 약 4시간을 달려 밀라노에 도착한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내 음식점에서 피자와 스테이크, 파스타에 와인을 곁들인다.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다. 트레킹을 다 마치고 나니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뿌듯한 보람이 느껴진다다.
다음날 밀라노 두오모 성당을 보고 귀국길에 오른다. 처음 도착해서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바티칸성당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1386년에 설립된 밀라노 두오모 성당의 내외부를 둘러보고 밀라노 공항으로 향한다.
트레킹을 마치고
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면서 평소 운동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30대 중반에 본태성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고 건강을 생각하게 되었고, 주말에 산을 찾았지만 꾸준히 등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새벽 수영을 계속해오던 중 지역산악회를 소개받고 주말에 근교 및 원정 산행을 병행해 왔다. 우연한 기회에 자전거 라이딩으로 서해갑문에서 부산 하구둑까지 국토 종주를 마치면서, 돌로미티 트레킹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게 되었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면 한번쯤은 가 볼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대자연 속에 모든 잡념을 버리고 걸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행 중 한 분은, 다음 생에 알프스의 소로 태어나고 싶단다.
글·사진. 문병건 Moon, Byung Gun 미도 건축사사무소
문병건 건축사 · 미도 건축사사무소
조선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건축학석사를 했다. 현신건축, 창우건축, 아키플랜건축 등에서 근무했고, 대한건축사협회 공동주택표준화위원, 안산1대학에서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화성동탄에서 미도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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