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균형의 사이에서 2025.4
Between tension and balance
한 건축사가 농담반 진담반이라며 말을 꺼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건축의 완성도가 낮은 이유 3가지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한 후 답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첫째, 과거의 건축물 사례들의 평균으로 공사비를 책정하여 더 좋은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둘째, 건축물이 완성되기 전에 담당자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발주처의 요구 조건이 바뀐다. 셋째, 설계의도 구현 용역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설계자가 시공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이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의 건축사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았다.
춘천 퇴계동을 지나다가 건축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였고 자동차 전시매장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건축사의 작품인가보다 생각하다가, 엄청난 길이의 건축물이 떠있는 것처럼 보여서 잠시 내 눈이 잘못된 것인가 의심했다. 다시 살펴봐도 국내에 이러한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 싶게 감탄스러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공공건축물인 행정복지센터라는 것이었다. 건축사지에 이 작품을 게재하기로 정하고 다시금 그 건축물을 찾아갔다. 40미터에 가까운 캔틸레버 형식의 건축물은 차량을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상당한 긴장감을 가진 건물이 도로의 방향과 미세하게 틀어져 있었으며, 반대쪽의 캔틸레버 부분까지 한눈에 바라보니 적절한 균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외장재의 소재와 배열에서도 건축사의 고민과 고집이 느껴졌다.
내부에 들어서니 특별한 느낌이 배가되었다. 석재와 석고 텍스로 마감된 행정복지센터가 대부분이다 보니 깔끔한 백색으로 마감된 내부가 더욱 세련되고 특별해 보였다. 다양한 시설물과 가구들, 화분들을 비치해둔 다른 공공시설과 큰 차별점을 가졌다. 공간구성과 동선, 마감재와 디테일 등이 설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설계자가 처음 한 말은 ‘심사위원이 이 대안을 선택해 주어서 실현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의 작품이 상당히 파격적이었고 보편적인 행정복지센터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설계자와 그것을 알아봐 주고 선정한 심사위원, 그리고 이것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행정, 시공, 감리자의 역할이 더해져서 완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익숙한 것이 가지는 장점이 물론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제안이 익숙한 쪽으로 변경될 상황들을 설계자가 적절히 대응했기에 이러한 작품이 구현 가능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이 시대 건축사들의 모습이 이러한가 싶었다. 올곧으려 하나 올곧지 않게 만들려는 유혹이 있고, 정당하게 하려 하나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 상식을 기대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고, 수많은 고민과 땀과 눈물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도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또다시 도전하고 하나씩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어려운 시대를 버티는 우리들의 모습 같았다. 그러한 모습이 긴장감 속에서 균형을 찾아내고 있는 건축 작품에서 보였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