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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짓다, 첫번째 이야기 2018.9

BillKim 2022. 12. 7. 09:09
The German Architects, Sauerbruch Hutton _ Part 1

 

색은 빛이 가지는 파장에 따라 사람의 눈이 다르게 읽어내는 언어다. 물리학적으로 빛을 구분하는 기준은 파장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같은 파장의 빛을 사람들에게 보여주 더라도, 사람들이 읽어내는 색의 표현과 묘사는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 머리 속에 서 인지하는 빛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뇌를 통해 읽어내는 색이 다르기에 같 은 파장의 빛이 개개인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다른 것이다. 색을 물리학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 정보가 전달되는 기준인 파장을 통한 색의 정의 또한 흥미롭다. 실험군의 속한 무리에게 같은 파장의 빛을 보여주고 그들이 표현하는 색 중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한 것이다. 즉 한 색상 안에서 사람이 인지하고 표현하는 색의 범위도 다 양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프로그램에서 숫자나 코딩으로 지정하여 만들어내는 색과 사뭇 다른 방식이다.

 

이처럼 색은 참 어렵다. 사람마다 가지는 인지 능력이 다르고, 제각각 바뀌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공감대를 색을 통해 이끌어 내는 것도 사실 쉽지 않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에 게 색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 더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 그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고 꾸준히 탐구하는 건축사 부부가 있다. Sauerbruch Hutton, 자우어브루흐 후톤. 독일어 발음은 매번 한국말로 받아쓰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1989년 런던에서 첫 시작을 한 그들은 마티아스 자우어브루흐(Matthias Sauerbruch)와 루이사 후톤(Louisa Hutton)부부다. 89년 런던에서 시작한 뒤 이후 베를린으로 넘어와 다양한 디자인으로 주 목 받고 있는 그들은, 90명의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그룹이 되었다. 그들의 작업은 꾸준히 개인의 삶과 지속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미학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 닌 그에 따른 기능적인 부분 또한 중요하게 고민한다.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고 디자인 분 야에 적용될 때마다, 공간과 재료를 가지고 새롭게 표현해 내는 방식을 만들어 낸다. 

 

그들의 꾸준히 관심 갖고 진행하는 색에 대한 탐구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이 가져다 준 선 물 중에 하나다. 마티아스는 그의 아버지가 화가였고, 아버지의 아뜰리에가 집 안에 있었 다. 루이사 또한 14살 때부터 이미 공방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수련했던 공방은 모두 16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양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전통방식 그대로 작업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자인을 배 우기 시작한 부부였다. 이후 이들이 함 께 진행한 방식에서는, 색이 그 중심에 있었다. 89년도에 그들의 디자인 스튜 디오를 만들고 많은 공모전에 참여했을 무렵, 대부분 리노베이션이나 건물의 외관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런던 시가지의 건물은 서로 굉장히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 러한 도시조직은 그들에게 주어진 해결 과제였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였다. 이 밀도 있는 구성이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디자인 의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숙련된 기술, 즉 색 의 디자인과 맞물려 공간이 합리적으로 기능에 맞게 구성되어야 했다.

 

독일 뮌헨의 브란도호스트 미술관

 

부부에게 색의 디자인은 그들이 공간을 구성해 나가는 방식에 기본이 되었다. 다른 디자 이너들이 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빛과 형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그들은 색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디자인 초기부터 색을 무리 짓고 분석한다. 보통 NCS-System을 따라 약 2000 여 가지의 색을 기본으로 바탕을 꾸린다. 여기서 잠시 NCS-System에 대해서 알아보자.

 

36,000개의 세라믹 막대가 박물관의 파사드를 꾸미고 있다.

 

보통 디자이너들이 가지는 문제 중에 하나가 색의 표현이다. 각자 모니터에서 보는 색, 표 현 시 제반 사항 등 다양한 이유로 본인 스스로 표현하고자 한 색이 공유하고자 하는 사 람과 달리 인식될 경우가 많다. NCS-System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축됐다. 다른 색 을 구성하는 시스템들과 달리 NCS-System은 사람이 인식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시작한 다. 사람이 시각에 따라 색을 선택하는 방식이 가장 큰 차이다. 색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혼합이 되었는지, 혹은 측정 단위에 따라 표현되는 정보는 생산자들에게 오로지 필요한 것이다. NCS-System은 여기에 단순히 사람이 색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색만을 전달하 며, 빛의 반사, 요소 혹은 인지신호등은 철저히 반영하지 않는다. 결국, 디자이너가 원하는 모든 재료 위에 색을 직접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 사람이 색을 순수하게 읽는 방식 에 따라 4가지의 색을 기본으로 시작한다. 노랑(Y), 빨강(R), 파랑(B) 그리고 초록(G)이 기본색으로 명기가 되며, 이 구성은 단순히 사람이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구성에 따라 나 열된다. 여기에 명도에 따라 색을 공간화한다.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색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눈으로 구분해 낼 수 있는 색이다. 

 

가로 4cm 세로 4cm 그리고 높이 110cm의 세라믹 막대들은 총 23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다.

 

수평 수직구조의 교차가 건물 전체의 리듬감을 살려준다.

 

 

마티아스와 루이사 부부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은 여기서 선택된 색들은 재료 위에 정확 히 입히는 것이다. 그들은 이 작업을 보다 더욱 정확히 하기 위해, 색상환, 제품샘플, 사례 들을 많이 모아본다. 물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보다 더욱 이 기본에 기초하여 그들의 구 성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찾고자 한다. 이 회사들은 부부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인 유리, 세라믹 재료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재료적인 물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색이 가지는 물리적 특성과 재료가 가지는 특성을 잘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NCS-System에 따라 재료 위에 보여지는 색이 일률적이어 야 하는 것이다.

 

36,000개의 세라믹 막대가 파사드를 꾸미고 있는 독일 뮌헨의 브란도호스트 미술관이 좋 은 예이다. 가로 4cm 세로 4cm 그리고 높이 110cm의 세라믹 막대들은 총 23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다. 이 23가지의 색이 어울려 다양하면서도 한결같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 가까 이서 볼 경우 세라믹막대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색을 알 수 있고, 파사드에서 멀어질 수록 전체가 가지는 한 색을 인지하게 된다. 즉 색들이 가지는 구성들이 근거리에서 다르고 원 거리에서 또 다른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수평 수직구조의 교차가 건물 전체의 리듬감 을 살려준다.

 

NCS 색상환 - 색상환은 색상공간을 수 평으로 나누어 노랑,빨강,파랑 그리고 초록을 같은 간격으로 정렬한다. 각각 의 1/4부분은 백분율로 나누어 색을 읽 게 된다. 예를 들면, R90B는 빨간색이 약하게 가미된 파랑색으로 90%의 파랑 과 10%의 빨강이 가미된 색이다.

 

NCS 색상환

 

NCS 색상공간 NCS 색의 삼각원
NCS 색상공간 NCS 색의 삼각원

 

 

 

 

 

 

 

 

 

 

글. 김성환 Kim, Sungwhan

현대자동차 크리에이티브 디자인팀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