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건축사지 2022. 11. 9. 17:58
Hope your good luck in this spring

 

해마다 속고 있지만, 올해 2018년 입춘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봄의 기운은 어디에도 없어 “입으로만 봄이라고 입춘인가...” 그런 시시껍절한 농담이나 지껄였습니다. 미세먼지가 없으면 강추위, 강추위가 좀 수그러들면 극악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날씨에 미세먼지가 나은지 강추위가 더 나은지 가끔 그런 쓸데없는 비교도 해봅니다.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도 인간은 결국 자연의 힘 앞에는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또한 삼한사온이라는 우리나라 기후의 관대함도 요즘은 아예 없습니다. 세상사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각박해지니 날씨까지 그런 모양입니다. 
그러나 팍팍한 겨울날의 스산함 속에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입춘이라는 절기는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슬그머니 우리에게 전해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봄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희망으로 삽니다. 희망이 있으니 고된 하루도 웃으며 마무리 할 수 있으며, 희망이 있기에 험난한 지금의 건축 현실에서도 이 직업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어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금 더 참으며 살기로 했습니다.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새로 선출되었습니다. 전임 조충기 회장이 3년의 임기를 훌륭히 마치고, 서울시 건축사회를 이끌던 석정훈 건축사가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전임 회장의 노고에 심심한 치하를 보냅니다. 고생 많이 하였고 일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회장에게도 축하와 함께 많은 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건축사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의 건축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장의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제도의 개혁도 많이 해야겠고, 건축사협회의 위상도 높여야하고... 할 일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총 선거인 수 9,739표 중 66.47%인 5,257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은 그만큼 많은 회원들이 믿어주고 지지해준 것임을 잊지 말고, 자신 있게 회장 직무를 수행하기 바랍니다. 
특히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인 감리분리확대 건축법 개정완료,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 완수 및 징계권 협회 환수, 건축사 연금제도 실시, 홍보 및 언론담당 대변인제 도입, 안전, 복지, 도시재생, 일자리 창출 등 국가정책에 건축사 참여 확대 등의 약속이 잘 지켜지길 바랍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회적으로 건축사의 위상을 제고하는 일과 건축사 스스로도 자부심을 되찾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잘 지키고 충실히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많은 기준들이 변하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의 모습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 등 자연의 조건도 변합니다. 주변 국가의 건축들이 그런 시대적 조류에 맞춰서 건축을 발전시키고 디자인을 개선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변화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과 법규라는 테두리에 갇혀서 건축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관료조직 보다 더욱 경직된 자세로 스스로 디자인을 위축시키고 있지나 않은지... 특히 특검이나 확대된 감리 분리 제도의 본질이 변질되어 공공연히 건축사가 건축사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파행이 발생하여 우리끼리 반목하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는 점 등을 두루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직업으로서의 건축은 땅을 살펴보고 사람을 살펴보고 건물을 짓고 그런 행위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는 일입니다. 무척 창조적인 직업입니다. 곧 봄이 오면 만물이 기운을 되찾고 활개를 칠 것입니다. 새로운 운영진으로 구성되는 건축사협회에서도 봄을 맞이하듯 건축사들이 보다 진취적이고 창조적이며 자신감이 넘치는 전문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일을 하길 기대합니다.

 

글. 임형남 •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