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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도 마음이, 일렁인다

Our heart is swayed even by advertisements

광고의 목적은 분명하다. 광고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들거나 사게 만드는 것이다. 보는 사람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이익에 충실해야 좋은 광고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에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유튜브를 볼 때는 5초가 지나기 무섭게 광고 건너뛰기를 누른다.
냉정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광고인들은 ’판다’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감동을 주거나 웃음을 자아내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노력 덕에 우리는 때로 광고를 보고 웃기도 하고 뭉클해질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이 등장해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해 말하는 콘돔 패키지 광고를 보면 나는 하하 웃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편에서 주인공에게 “I Am Your Father(내가 네 아버지다).”라고 출생의 비밀을 폭로했던 다스베이더가 콘돔 패키지에 등장해서는 “I will not be your father(나는 네 아버지가 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우주제국 최고의 전사인 요다는 영화 속 자신의 대사인 “Do or do not, there is no try(하든지 말든지 둘 중에 하나야, 그냥 ‘해보는’ 건 없어).”를 비틀어 “Come or come not, there is no try.”라는 문안을 들고 나온다. 소극적으로 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립앤롤_패키지 광고 모음

‘원더브라’라는 속옷 브랜드 광고는 19금(禁)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재미있는 상상을 자극한다. 한 장의 과장된 사진으로 원더브라를 입으면 가슴이 훨씬 더 커 보인다는 셀링포인트를 기발하게 전달하고 있는 인쇄 광고들을 살펴보자. 빨대가 길어지거나 손이 커지고 손으로 잡지 않고도 우산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원더브라를 입었기 때문이다.

원더브라_인쇄 광고 모음

세계자연기금(WWF)은 동물, 꽃, 숲, 물, 토양 등 자연자원을 파괴하는 것이 결국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강력한 인쇄 광고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 장의 광고를 보고 우리는 숲이 없어지면 우리의 폐가 고통을 겪을 것이고, 기후변화는 인간에게도 돌연변이를 일으킬 것이라는 경각심을 갖게 된다.

또 어떤 광고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아프리카의 어린이 치약 광고는 어린 날 경험했던 가슴 아픈 거절이나 상실에 대한 기억을 사랑스러운 비주얼로 소환한다. 광고 안에서 기르던 물고기를 고양이가 잡아먹었거나, 악동의 손에 긴 머리카락 한쪽을 잘렸거나, 서툰 고백을 거절당한 꼬마들은 모두 울고 있다. 아마도 난생처음으로 마음의 상처를 경험하고 있을 꼬마 신사 숙녀들의 우는 표정이 사랑스럽다. 이 인쇄 광고 시리즈 아래에 들어간 공통된 카피는 “There’ll be plenty of time for pain.” 우리네 인생엔 고통을 겪을 수많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니 이를 열심히 닦아 치통이라도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본젤라(Bonjela)_Teething Gel_인쇄 광고_2012

SK텔레콤_기업PR_신문 내리닫이_2007

이런저런 프린트 광고를 찾다가 내가 오래 전에 만들었던 광고들이 떠올랐다. 아직 포털 뉴스보다 종이 신문을 더 많이 보던 시절이었다. 그 때 나는 그림일기를 쓰듯 내 마음을 신문 광고에 적어 넣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독자들을 향해 고백했던 이야기, 만들면서 내 눈가가 먼저 촉촉해졌던 카피가 외장 하드 구석에 먼지가 뽀얀 채 묻혀 있었다.
이제는 소용을 다한 옛 광고를 모니터에 불러내 들여다본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재롱으로 했으면 했던 효도 쿠폰이 거기 있고, 스마트폰 이전 조금은 아날로그 감성의 핸드폰 이야기가 그곳에 있다. 누렇게 바랜 신문지처럼.
유치하고 촌스럽다, 그립고… 아득하다.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