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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의 미래를 위한 준비

Preparing for the Future of Korean Architecture

지난 5월 초순에는 미세먼지가 아주 심했습니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평방미터당 300 마이크로그램을 넘어 400 마이크로그램까지 육박했습니다. 한동안 견뎌보다 미세먼지에 대비하는 마스크와 적당한 가격의 공기 청정기를 주문했습니다. 그것이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책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며칠 후 드디어 기다리던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집으로 왔는데, 참 묘하게도 거칠게 쳐들어 온 몽고군처럼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퇴각해버렸습니다. 그 후로 한 달이 다 되도록 가을하늘처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공기청정기를 구입한 것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퇴치에 큰 공을 세운 것일까요, 단순히 세차를 하니 비가 오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일까요…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은 참 알기 어렵습니다. 늘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지만 예상은 많이도 빗나갑니다. 그래도 우리는 준비하고 대책을 세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출구를 찾아 더듬더듬 나아가는 것 같죠.

우리는 건축의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제도를 개선합니다. 지금 착실히 기반을 다져놓으면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우리의 후배들은 더욱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겠죠. 우리의 건축 수준이 올라가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기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사들이 가지고 있는 땅을 읽는 눈과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그것을 건축으로 구현하는 능력만큼, 구축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물론 우수하고 성실한 시공자가 동반돼야하겠죠. 그리고 설계자와 건축주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며 이루어낸 설계의도를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시공자의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감리자의 역할입니다. 감리란 단순히 시공의 품질을 감독하고 안전에 대한 관리의 차원만이 아니라, 설계의도와 방향에 공감하고 물리적인 재료로 지어지는 건물에 혼을 불어넣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공영감리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설계한 건물도 제가 아닌 다른 건축사가 주기적으로 와서 시공과정을 돌보고 있습니다. 시행 초반이라 서로 어색한 부분도 있겠지만 감리자가 도면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법규상의 허점을 찾아내기에 앞서, 설계한 사람의 고민과 이루고자 하는 구상을 이해하고 내면화하여 공동의 작업으로 승화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공감이 조성될 때 우리가 진통 끝에 만들어 낸 제도는 성공할 것이고 수준 높은 건축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올해는 세계 각국의 건축사들이 모이는 큰 행사인 ‘세계 건축사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해입니다. 이 행사는 우리의 건축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건축계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우리 건축 수준을 돌아보면 경제적인 수준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건축이 보다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자하 하디드나 렘 콜하스의 ‘명품 건축’이 지어졌다고 해서 한국 건축의 위상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우리의 건축’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할 것이고, 그런 일이 개인 몇 명의 역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선 건축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교정되어야하고, 건축물이 지어질 때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수준이 같이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행된 제도의 장단점을 재검토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세워나갈 때, 우리의 건축은 경제 수준에 걸맞는 세계적 위상을 갖는 모습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글. 임형남·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