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사 역할·직무 대중 인식 환기, 방향과 과제 “건축은 삶을 그리는 문화, 건축사 역할에 대해 일상의 쉬운 언어로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해야”

Directions and tasks for arousing public awareness of roles · duties of architects
“Need to communicate with the public in a friendly way but simple everyday language about architecture―the culture of life, and the role of architects”


일시 2022년 7월 13일
장소 넥서스 플래그십 서울 갤러리

참석자
홍성용 건축사(월간 <건축사> 편집국장/ 건축사사무소 NCS lab)
김창균 건축사(주.유타 건축사사무소)
임형남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
홍만식 건축사(주.리슈 건축사사무소)
최연송 기자(KBS)


지난 7월 13일 넥서스 플래그십 서울 갤러리 옥상 라운지에서 월간 건축사지가 마련한 좌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건축사사무소 마케팅 전략’. 임형남 건축사, 김창균 건축사, 홍만식 건축사, 그리고 본지 편집국장인 홍성용 건축사와 최연송 KBS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환기와 제고, 이를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건축을 하는 것은 건축사뿐 아니라 건축주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건축이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 건축을 문화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건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건축사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마케팅을 통해 이를 알리는 것 또한 건축사의 역할이자,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패널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건축사가 조명되며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전문직업인으로서 건축사의 역할 ▲사람의 삶을 담는 건축 설계의 중요성과 필요성 ▲건축 과정에서 비롯되는 즐거움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어긋난 시작과 건축사에 대한 대중 인식 제고 필요성
다양한 매체 노출로 점차 변화 중이나 시작 단계에 불과

홍성용_오늘은 크게 미디어에서 건축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중들이 보는 건축에 대한 시각에 건축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건축하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이용해 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은지와 더불어 사회에서 건축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다뤄보고 싶은데요. 관련한 내용을 모두 편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형남_우리나라는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 불행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외국 사람들이 더 착하거나 똑똑해서 건축사에 대한 인식을 갖고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고요. 일본은 처음 근대화를 거치면서 사회 직능들을 잘 구분하고, 역할분담이 세팅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시기가 없었죠.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사회 시스템이 바뀔 때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 보니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물량 중심의 개발주도 방식이 건축계를 주도했고, 그때 전면에 나서 큰 활약을 한 것이 현대건설 같은 건설회사들이죠. 이외에 김수근, 김중업 같은 일부 엘리트 건축사들이 건축계를 주도했고요. 하지만 건축사들의 활약은 10%도 채 되지 않았고 나머지 90%의 물량을 건설회사가 주도하면서 건설=건축의 등식이 성립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죠. 지금은 조금씩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있는데, 아직 시작단계라 그런 문제를 현장에서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홍성용_말씀하신 내용을 언급하자면 다큐 두 개쯤은 나올 것 같습니다. 사회가 변하기 시작했을 때 출발점에서 우리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했기에 나중에 용역을 하는 자로서의 건축사만 남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지금 그걸 회복하고 건축사로서의 지위를 찾으려니 굉장히 어려운거고요. 조금 빗나간 얘기일 수 있지만 유럽 대륙은 산업혁명으로 체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건축하시는 분들이 공간과 관련한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빈민 주거 문제에 대해 왕족, 황태자부터 나서서 서민주거위원회 같은 클럽을 만들어 기부금을 받는 식으로 빈민 주거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당시 리더가 되는 아키텍트들의 참여가 있었고요. 그 과정에 건축하는 이들이 개입해서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적인 사고, 궁극적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고민했던… 일본도 나아가야 할 방향 같은 근본적 고민을 했던 시기에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 고민을 놓치고 표피적으로 접근한 거고요. 6.25 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건축사들이 발언한 적이 없고, 의사결정에 개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러면서 수요와 공급에 포커스가 맞춰져 당장 주거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회사가 부각되며 자금 마련을 위한 선분양시스템이 도입되고, 그러다 보니 건축사는 도면을 그려서 납품하는, 어떻게 보면 조력자정도로 취급되기도 하고…. 김수근 선생이나 이희태 선생 같은 분들은 그들과 다른 시장을 본 거죠, 대중과는 먼. 초 엘리트그룹의 건축사들은 대중과 다르다는 생각에 괴리감이 커지고, 일반인들은 공급하시는 건축사분들을 만나게 되다보니 건축과 건설이 동일선상에 놓이게 됐고요. 건축의 근본적 고민은 거기서부터 출발하는데, 여전히 대중들은 모르는, 발주처와의 관계맺음에 가까워 보이고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합니다.

홍만식_일상에서 일반적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이 생긴 지 약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의든 타의든 저희의 역할들이, 특히 90년대 초반 학번을 가지신 분들이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들은 이전 선배 학번의 엘리트 건축을 보고 자랐고, 그런 것을 닮아가다가 정작 사회에 나와 완전히 다른 현실에서 건축을 하게 된 거죠. 결국 자연스럽게 소규모건축에 관심을 돌리면서 일반인들과 접점이 많이 생기는 상황들이 발생했고요. 그 과정에서, 큰 미디어 매체와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SNS나 다른 다양한 매체와 관계를 맺으며 일반인들과의 접점도 굉장히 늘어났거든요. EBS 같은 채널에서도 건축이 노출되는데, 건축이라는 어려운 과제들의 접점을 쉽게 설명하면서 일반인들에게 건축사라는 직업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대중들이 받아들인 건축에 이면의 고민 흔적이나 디테일에 관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건축사가 무엇을 하는지 근본적으로 대중이 이해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가 역할을 해온 게 분명한데, 권력이라는 속성 자체에서 건축사적인 면모나 영향이 보이는 단어가 없거든요. 정부에서 발표되는 것은 일부의 어떤 훌륭한 건물, 공공건축이나 대부분 수량에 관련돼 있고요. 아쉬운 점은 그 과정에 어쨌든 한 줄이라도 건축사의 역할이 들어간다면,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하면서 그렇게 일반인들에게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관리하기 힘든 부분들이니까요.

김창균_10년 전부터 건축이 여러 매체에 더불어 소개되면서 상황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과거 건축의 최고 미덕은 싸고 빠르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흐름이 바뀌었죠. 2011년에 나온 『두 남자의 집짓기』라는 책이 굉장히 화제가 되면서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게 알려졌고, 그런 식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점점 젊은 건축사들의 활동이 넓어지고 저변화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큰 틀에선 건축사의 역할이 미흡한 것 같고 아쉽지만 뿌리 부근에서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고, 많은 일반 대중들의 이해도 거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젠 그냥 부동산, 재테크로서가 아니라 건축이나 인테리어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고,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임형남 건축사님도 EBS 프로에 출연하면서 공을 세우셨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떤 건축의 대가를 키울 것처럼 건축교육을 했지만, 정작 그런 퀄리티의 건물은 몇 없는 거잖아요. 서울시의 통계를 보니 2025년 정도면 강남에 재개발·재건축되지 않은 건물들의 노후도가 피크라고 합니다. 그럼 그걸 자력으로 독립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물량이 대기순번을 기다리고 있고, 건설사에서 다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기에 우리가 한편으로 홍보를 잘 하면서 앞으로의 길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우리의 스타트가 늦은 건 당연하지만, 현재는 일본보다 물량이 훨씬 많다더라고요. 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마케팅 측면에서도 한 스텝 한 스텝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최연송 KBS 기자

임형남 건축사

# 대중이 건축사 역할 인지하는 경우 드물어…
이를 알려주는 것도 건축사 역할 중 하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윤리의식 등 갖춰야

홍성용_다양한 건축주를 만나면서 어떨 때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시나요?

홍만식_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건축주들을 이해하게 되는데, 건축사들에게 엄청난 디자인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가진 금액 안에서 좋은 건축물을 요구하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론 건축사에 대한 이해도가 명칭마저도 설계사에 그치고, 인허가 등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과 그걸 앞으로도 두고 볼 것인가 하는 점에서 매우 막막합니다.

임형남_가끔은 사무소에 와서 일을 맡긴다고 하는데, 설계비를 줘야 한다는 걸 모르더라고요. 종이 몇 장 주는데 종이 값을 그렇게 많이 받냐면서. 그럼 전 천 값이 얼만데 몇백만 원을 주고 옷을 사냐고 얘기하죠. 설계는 시공비에 포함된 줄 알고 종이 값으로만 쳐요.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든요. 우리 직업에 대한 인식이 없는데, 그런 바탕에서 건축설계를 한다는 게 가장 웃긴 거예요. 희망적인 건 그래도 조금씩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온다는 거죠. 설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거든요. 사실 건축은 문화로 다뤄야하는 분야에요.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이 공학으로 비춰지고 또 평당 얼마인가 하는 인식이 있는데, 외국에서는 문화로 인식하고 제일 많이 보는 게 건축물이에요. 오래된 유적이나 문화적·예술적 유물이죠. 그런 부분을 방어하지 못한 게 문제고, 또 많은 부분에서 그동안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설계해서 집을 지은 이들은 소수의 부자들이고, 나머지 90%인 동네의 많은 집들은 대부분 건설회사 주도로 지었다는 게 제일 큰 불행이라고 생각해요.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바뀌고 있고요. 얘기를 나누거나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래서 설계를 해야 하는구나, 설계가 중요하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보통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단편적 지식이나 핀터레스트에서 본 이미지 정도에 그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걸 꿰어 주는 게 저희들이 할 역할이죠.

김창균_요샌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길 하세요. (미디어에서 건축에 대한)설명을 해주니까 그냥 단순한 방 세 개, 욕실 두 개가 아니라 집이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구나, 하는 이야기요. 건축주들도 즐거운 과정이고 왜 이제야 시도했을까 하는 얘기들을 하고요.

홍성용_방송에 조금씩 노출되면서 설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저런 직업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좀 다른 얘기지만, 주택은 개인의 기호가 다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커버하시나요?

임형남_저는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가성비가 굉장히 낮은 설계 방법이죠. 그 시간에 건물을 작업하면 좋겠지만, 건물에는 그 사람들의 인생이 들어가는 거거든요. 괴롭기도 하지만 즐거운 과정이죠. 그러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한데, 학교에서는 멋있는 결과물과 구조 등 건축의 모든 제반 요소들을 배울 수 있지만 만나서 대화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죠. 만나서 숨겨진 내면을 듣고, 그러기 위해 우리가 그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툴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홍만식_저도 건축주를 만나면서 사회성을 습득했는데요, 건축사들과 학생들마저도 관련 인식 자체가 부족해 보입니다. 지금 부동산이 저희 영역을 많이 침범하고 있는데, 부동산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가 부동산을 알고 이야기를 나누며 먼저 리드했으면 훨씬 좋은 건물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축단계에서 나머지 관계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건축사들이 먼저 개입해야 합니다. 이 부분도 마케팅 차원으로 선행되면 좋을 것 같고요.

홍성용_두 분이 말씀하신 내용은 건축사들이 각성해야할 부분이라 봅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자신의 세계에 몰두해 타인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홍만식 건축사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자산에 대한 흐름을 저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리드할 수 있더라고요. 상업·민간건축에서 지가가 비싼 강남을 예로 들면, 지가의 10분의 1 정도를 설계에 투자해 20%를 벌면 돈이 더 되니 그쪽은 오히려 더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죠. 근데 땅 값이 저렴하면 그만큼 지가 대비 설계비가 높아지니 어느 정도 선의 금액에서 설계를 할 수 있는지가 사람들의 관심사인 것 같아요. 그들 입장에선 전 재산이 투입되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건축사들의 디자인 꿈을 실현하는 데 큰 금액을 투자하긴 어려운 거죠. 경우에 따라 건축사들이 그런 고민도 해줘야 하고요.

임형남_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이라 오래된 임상과 수련기간을 거쳐 의사가 되고, 윤리적 의식이 필수잖아요. 건축사도 5년제 학제에 건축사사무소에서 10년 정도 수련해 사무소를 내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건축물이나 집을 잘못 지으면 누군가에게 큰 손해를 주기도 하고, 안전이 달려있으니까. 건축사로서의 윤리의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본을 위해 최대의 수익을 내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동네에서 묵묵히 일하시거든요. 일본은 동네건축도 정말 좋죠. 우리도 동네의 이름 없는 건축사들도 훌륭한 건축을 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 그들에게 건축설계를 맡긴다는 건 당신(건축주)한테 큰 도움을 준다는 것, 그런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연송_제가 진행하는 것 중 창작자로서의 이름을 찾아드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건축물의 창조자, 창작자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기획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건설사가 아닌 건축사들이 있다는 것과 그 분들이 진정한 창작자라는 걸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의 마케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합니다.

홍성용 편집국장

# ‘일반’적 언어를 사용한 실용적 접근 필요
도심에서 만나는 건축물, 그 자체로 마케팅 요소 될 수 있어

홍성용_도심의 건축에서 건축사들과 대중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임형남_저는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수님과 부처님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길 해 줬죠. 일부 건축사들은 현학적 이야기를 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말해야 돋보인다고 생각하고 쉽게 말하면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건축사는 건축사의 얘기를 하고,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 거예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엘리트 의식인 거죠. 건축사와 대중이 유리되게 만드는 데는 이 언어의 문제도 있다고 봐요. 서로 대화가 안 되는 거죠. 사람들에게 알려진 분들은 드물게 일반인들의 언어를 쓰는 거죠. 우린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줘야 한다 생각해요. 왜 못 알아듣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합니다. 입면도가 뭐고, 건축과 집은 무엇인지 설명해 줘야 해요.

최연송_건축사에겐 당연한 지식이 일반인들에겐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말씀하신 부분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끼고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 PD도 어느 게 입면도이고 평면도인지 몰라 거꾸로 쓰는 걸 봤습니다. 언급하신 엘리트 의식을 좀 내려놓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창균_최근 젊은 건축사들은 완공한 건물마다 머릿돌로 누가 설계했는지를 다 표시하더라고요. 꼭 그것만이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런 만남도 괜찮다고 봐요. 저도 얼마 전 강원 태백에 3층짜리 건물을 완성했는데, 탄광촌 사시던 근처 어르신들과 주변 사람들 반응이 다 ‘왜 서울까지 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서 그 큰돈을 쓰냐’는 식이었는데 지어놓고 나니 싹 바뀐 거죠. 서울은 미디어 노출도 잘되는 편이지만 지방은 좀만 더 가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방식도 괜찮은 것 같고, 지역 쪽에 계신 건축사도 건축물을 알리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스타 롤 모델 앞세우기도 한 방안
건축사 삶 자체적 붐업하고 사회적 이슈 다뤄야

최연송_어떤 직업이 인정받으려면 롤 모델 같은 스타가 하나 있어야 하는데, 건축계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김중업 선생님의 작품 리스트를 정리해 봤는데, 김중업박물관에 남은 책이랑 다 대조해보니까 대표작이 아닌 작품들은 연도도 다르고 명칭도 명확하지 않더라고요. 방명록, 비망록의 기록만으로는 확인하기 부족하고요. 그런 점이 너무 아쉬워서 영상 기록물인 브이로그를 이용하는 방법도 제안해 봅니다. 또 올해는 김중업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니 공장이 (김중업)박물관으로서 사회에서 재활용된 모범적 사례로, 더해 건축계 롤모델로서 붐업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홍성용_동의합니다.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브랜딩 돼서 전체가 인지되는 건 어려운데, 그중 한명을 픽업시켜주면 탁 트여서 뒤따라가는 효과들이 있잖아요. 저는 임형남 건축사님의 캐릭터가 강한 점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누가 봤을 때도 디자이너라는 캐릭터가 보이거든요.(웃음) 대중들은 그런 모습을 방송 매체(EBS 건축탐구 집)를 통해 접하는 거고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분들이 건축계에서 픽업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창균_EBS ‘직장탐구 팀’에서 건축사사무소 편이 방영됐을 때도, 다들 “변호사는 아는데 이런 직업세계(건축사)가 있는지 몰랐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아는 것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다르고, 무언가 우리가 우리의 삶을 다루면서 그런 것들을 자체적으로 붐업해야 할 것 같아요.

홍만식_지속성도 중요합니다. 길게 보면 대중하고의 소통 방법도 더 다양해져야 하고, 사람들과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져야한다고 봐요. 예전부터 분명 얘기해 왔지만 지속되진 않았죠. 제도나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대중과의 소통이 끊임없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조금 나가다가 주춤주춤 끝나는 상황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실무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지금은 대중들이 저희가 알려주는 정보를 접한다기보다, 온라인을 잘 다루는 젊은 세대들이 주체적으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에 가까우니까요.

최연송_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은 간단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들 안 하시는 것 같고요. 직원들 중 감각이 있는 분들에게 업무를 경감시켜주고 짧은 형식의 브이로그를 올리게 하면 어떨까요? 건축사들이 사회적 도시나 건축적 문제 이슈에 나서지 않으시는 듯 한데 그런 접근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홍만식_건축사들이 사회적 이슈에 동참해서 그 안에 있어야 존재감을 인식하게 되는데, 그 시점을 잘 못 찾기도 하고,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창균 건축사

홍만식 건축사

# 일상으로 다가가는 홍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길
건축사 역할 객관화하는 마케팅 진행해야

홍성용_건축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 건축할 때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임형남_제가 건축을 시작한지 23년이 됐는데 많이 바뀌었죠. 예전엔 그냥 “이런 걸 그려주세요”하면서 찾아왔다면 지금은 예전과 달리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어떤 건축사의 무엇을 봤는데 이 사무소는 이걸 하기에 찾아왔다는 구체적인 니즈를 이야기하죠.

김창균_지금은 깊은 수준의 얘기가 통하는 건축주들이 많아진 것들이 긍정적입니다. 저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오시는 분들이 꽤 많이 늘었고요. 개인 차원에서 유튜브에 정보를 알리는 건축사분도 있고, 일반인들이 그걸 습득해서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건축사에게 일을 맡기려고 하고요. 과거에 비해 확실히 바뀌었어요. 이제 건축주들도 마냥 이미지만 보고 찾아오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전엔 소개를 받고 오는 게 흔하고, 이미지만 보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죠. 세종시 같은 경우 근래 10년 동안 제법 많은 젊은 건축사들이 자리를 잘 잡고 있고, 인상적인 좋은 건물을 만들어내고 있죠. 지역에서부터 활성화돼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저는 협회에 좀 더 바라는 바가 있다면, 지금도 골목길 건축산책전 같은 전시가 있지만 이외에도 좀 더 지역별로 뽑고 순회하면서 전시하는 거예요. 협회에서 하는 게 아니라 시청이나 구청 같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로비 등에 건축이 골목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지나가며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직접 다가가는 홍보가 필요한 거죠. 후배 건축사들도 판에 계속 끌어들이고 그러는 게 결국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거거든요.

홍성용_맞아요. 우리 건축계에서는 디자인 변화나 성향 트렌드 등을 활발히 공유하지 않고 있는데, 영국의 아키그램 특별전에 건축이야기를 카툰으로 공개했을 때 엄청난 인파가 관람했다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대중들에게 씨앗은 있는데 우리 건축계가 그걸 피우지 못하는 게 아닌가… 우리 스스로 사람들을 좀 더 자극할만한 건축계 아이디어나 상황을 만드는 것도 대중들과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하난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창균_과거에 비해 주택 허가 등을 위해서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알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보니 적정한 대가를 받기 위한 홍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건축사들이 하는 일을 나열해서 이런 건 이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디자인은 플러스 알파라는 그런 명확한 프로세스가 객관화될 수 있도록요. 그래야 찾아오시는 분들도 어느 정도 기준을 알 수 있고요.

홍만식_건축사사무소에서 하는 일들이 건축사법에도 기획부터 계획 등까지 있는데, 건축주들은 객관적으로 건축사가 어떤 성과물을 만드는지에 대해 불투명한 형상인거 같아요. 성과물을 보여주고, 그게 일반적으로 통용될 만큼 객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는 하나의 역할마저도 세분화돼 있는데,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세분화 된 부분에서 대가를 더 지불할 만한 역량을 못 보는 거죠. 정작 저희는 하고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 저희가 제야에서만이라도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합니다. 지금은 젊은 분들도 글을 쓰면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많고요.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 자본가들도 따라갈 테니, 사람들의 요구에 그냥 따라갈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역시 어떤 계기가 돼서 그러한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