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기억 2018.03
Space and Memory 인간의 건축물이 없는, 가도 가도 산과 하늘과 벌판. 나무도 없이 우뚝우뚝 솟은 산들이 마치 하늘을 찢은 것 같은 대비를 이루었다.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라다크의 높고 건조한 기후가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햇살은 충분히 따가웠고 흙먼지와 건조한 날씨 탓에 콧속이 말랐다. 여행기간 동안 대여한 지프를 타고 산으로 난 위태한 길을 다녔다. 안내자이자 기사로 고용한 현지인 롭산의 차분한 운전 덕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듣던 대로 길 아래 낭떠러지에서 유골만 남은 사체처럼 앙상한 차량의 잔해를 발견하기도 했다. 시야에는 오로지 높이 솟은 빌딩뿐인 서울에서 산과 하늘이 무심하게 뻗어 있는 곳으로의 이동은 비현실감을 더욱 과장되게 부풀렸다. 그러나 그 스케일이라니. 건축..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