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건축과 감각 2024.4

2024. 4. 30. 09:3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the eyes of the skin

 

 

 

 

건축과 감각(the eyes of the skin)

Pallasmaa Juhani 저/ 김훈 역/ 시공문화사

 

 

건축사 설계 업무에 끊임 없는 영감 제시, ‘건축과 감각’
건축을 ‘눈’으로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건축에서 ‘시각’과 이미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요즘 예비건축주들은 구글과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이미지, 최근에는 AI의 생성이미지를 건축사에게 제시하기도 한다. 책 ‘건축과 감각’은 이러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건축풍토를 비판하고,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과 청각을 비롯해 통합적으로 건축물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책이다.
‘시각’은 원초적인 감각기관이기도 하지만, 건축을 지적인 논리체계로 구축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팔라스마는 감각기관으로서 시각의 절대적 역할과 그 우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각’으로만 건축을 설명하거나 평가하는 것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책의 1장에서는 근대 이후의 ‘시각중심주의’와 ‘시각’이 갖는 특권으로 인해, 대상이 이미지로 전락하고 상품화됨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시각에 편중된 감각을 확장해서 다른 감각들과 함께 상호작용(통합) 할 수 있는 또는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한다.
건축은 공간과 시간의 예술행위임을 인정하면서 건축의 ‘물질성’과 ‘시간’이라는 속성 때문에 관능과 육감을 건축에 깃들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즉 여러 감각들의 복합적인 효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성당과 같은 대형공간에서 소리울림 현상을 처음 알게되는 기억과 오래되고 빛바랜 황동손잡이를 잡아본 느낌을 소환하며, 건축물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중시한다.
현상학에 기반한 건축책들은, 건축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읽는이로 하여금 궁극적인 소명의식을 깨닫게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론 측면에서는 때때로 설득력이 부족했다. 다행히 이 책은 여러 사례와 대안을 제시하며 건축사와 설계업무에 영감을 주고 있다. 숲의 냄새와 자재 질감을 느끼게 하는 알바 알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 그리고 최근에는 글렌 머컷과 스티븐 홀의 건축물이 가촉(可觸)적이면서도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사례들로 설명한다. 책의 결론은 ‘시각’에만 의존하는 건축이 아니라 통합적 감각을 자극하는 건축을 지향하는데, 이때 ‘통합적 감각’이라 함은, 감각기관의 상호작용과 더불어 기억과 상상, 그리고 치유의 기능까지 불러일으키는 건축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방법론 중에서 필자가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그림자’이다. ‘짙은 그림자와 어두움은 시각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깊이와 거리를 모호하고 하면서 무의식적이고 주변적인 시야와 촉각적 공상을 불러내기 때문이다.’(68p)라고 설명한다. 마치 불꺼진 현관에서 벽을 더듬거리면서 손끝이 예민해지는 몸-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림자에 관한 책은 뭐가 있을까?

 

서문 얇은 얼음 - 스티븐 홀

서론 촉각으로 느끼는 세계
유하니 팔라스마

제 일장 시각과 지식
시각중심주의의 비판자들
자기도취적이고 허무주의적인 눈
구강적 공간 대 시각적 공간
망막의 건축과 조형성의 상실
시각적 이미지의 건축
물질성과 시간
알베르티 창의 거부
새로운 시각 그리고 감각의 균형

제 이장 경험 한 가운데 있는 몸
여러 감각이 관여하는 경험
그림자의 중요성
청각적 친밀감
침묵, 시간 그리고 외로움
향기의 공간
촉각의 형체
돌의 맛
근육과 뼈의 이미지
행동의 이미지
몸에 의한 동일시
몸의 모방
기억과 상상의 공간
감각의 건축
건축의 과제
문고리 하나, 악수 한 번 유하니 팔라스마와 그의 작업 - 피터 맥키스

 

 

 


글 이상효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