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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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축 콤플렉스 2021.8
Good Architectural Complex 개인적으로 여러 번을 들어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 ‘좋은 건축’이라는 표현이다. 최근 건축계 여기저기서 이런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보니 어리둥절하다. 그래서 ‘좋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무엇의 모습, 성질 또는 내용이 뛰어나 마음에 들다”라고 되어 있었다. 이 표현은 객관적 상태를 말하기보다 주관적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 ‘좋다’라는 가치 기준이 첨예한 해석의 대립을 가져올 정도로 심각한 단어나 표현은 아니다. 보편적 시각에서 ‘좋은 사람, 좋은 제품, 좋은…’ 등으로 다양하게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표현을 어떤 구호나 목표, 또는 기준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 든다. 좋은 건축(?)이라는 표현은 과연 누구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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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양동마을 향단 2021.8
Hyangdan in Yangdong Village, Gyeongju 글. 이관직 Lee, Kwanjick (주)비에스디자인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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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_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우연한 건축현상의 지속가능성 2021.8
Architecture Criticism Sustainability of Accidental Architectural Phenomen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Faralda NDSM 크레인 호텔’이라는 독특한 호텔이 있다. 1894년에 만들어져 1979년까지 암스테르담 조선소에서 사용된 오래된 크레인을 개조하고 컨테이너를 객실로 활용하는 호텔이다. 해발 5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도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으며, 9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인기 있는 호텔이다. 이 독특한 호텔 건립의 발상은 폐기될 고철을 재활용하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크레인 호텔은 크레인이라는 기계장치와 다량의 상품을 담는 컨테이너가 성공리에 건축적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경우다. 경제용어인 컨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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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을 _ 경주희망농원 2021.8
Disappearing village Hope Farm in Gyeongju 62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 두 차례에 걸친 강제 이주정책을 통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던 마을. 그리고…… 한센인 이주 마을. 1959년과 1961년에 걸쳐 성락원과 애생원의 총 260여 명 한센인을 ‘희망촌’이란 마을 이름을 지어 보문단지 내 경주CC 자리로 강제 통합 이주시키고, 1978년 보문관광단지 개발로 현재 천북면 신당3리로 또 다시 강압적으로 강제 이주시켜 만든 마을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의 생계를 돕겠다며 6만여 평의 부지에 450동의 집단계사와 115동의 주택과 창고를 지어줬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등기를 해주지 않고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되어 오늘날까지 마을 전체가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되어 있다. 그로 인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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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건축 08타일 2021.8
Term@Architecture 08 Tile architectural terms 건축용어 우리나라 건축용어 중에는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연재에서는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호기심이 크게 생겼던 표현들을 소개하고, 그 어원과 출처를 추적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보다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를 갖고자 합니다. 건축 마감재로 널리 사용되는 것 중에 한 가지가 타일이다. 너무 익숙한 용어여서 그럴까? 타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정작 답하기가 어렵다.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영어 단어인 Tile이 국어 속에 들어와서 사용되는 외래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서 타일(Tile)은 우리가 타일이라고 칭하는 바닥이나 벽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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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건축 워치 06북한의 건축시공 2021.8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6 North Korea's Building Construction 1. 들어가는 말 북한의 건설공사는 뉴스 등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남북한의 경제체제의 차이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일반적인 건설공사는 지역별 건설사업소에 소속된 건설노동자에 의하여 수행된다. 대규모 공사는 각 기관과 기업 등에서 지원자를 모집하여 수행하며, 건설공사에 지원한 노동자의 급여 및 각종 부대비용을 원 소속기관이나 기업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대규모 공사 시에는 노동자를 격려하기 위하여 선전선동대의 공연이 진행되고, 어린이들이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북한의 건설시스템은 건축주와 민간건설사가 공사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국내 건설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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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의 건축 코드 2021.8
Mise-en-Scène Architectural Code 미장센(Mise-en-Scène)은 영화나 연극 등에서 사용하는 배경에 대한 총체적 표현을 말한다. 원래 무대장치 일체를 말하는 것이었으나, 점차 확대되어 배우의 배치, 의상, 무대장치, 조명, 분위기 일체를 연출하고 계획하는 총체적 구성을 말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영어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Putting on Stage(무대에 배치한다.).” 미장센을 잘 다루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의 몰입도를 강화하고 긴장감을 증폭시키는데 천재적 연출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학적 측면이 다분히 강한 미장센은 배우들의 연기에 추가 설명하는 역할이나 복선이나 암시 같은 보조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3의 배우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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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콘퍼런스‘지속 가능한 건축 실무기술’ 참관기 2021.8
AIA Conference on Architecture 2021 Report on ‘Sustainable Practice’ 2021년 미국 건축사협회(AIA) 콘퍼런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에서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인 2020년에 AIA 콘퍼런스가 열리지 못한 것을 극복하고, 올해만큼은 온라인에서라도 반드시 대회를 연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사였다. 온라인 위주 행사로 기획된 이번 A’21 콘퍼런스 행사는 6월 중순에 시작해 8월까지 석 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의 대다수 건축사들이 매년 일정한 건축사 평생교육 학점 Continuing Education을 이수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서, 한 달에 하루씩 집중 세션 편성을 통해 당일치기로..
회원작품 / Proj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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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 2021.8
Sejong University Campus Town Center Campus Town 캠퍼스타운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이다. 대학의 물적, 지적,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자원과 지역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한마디로 청년들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Program Jenga 거대한 직육면체 Mega Block(12,200×2,440×2,950)을 교차하여 쌓아 올림으로 만들어지는 형태와 구성을 활용한 공간 구축. 나대지를 활용한 도심 속 테라스 대학교와 인접한 주거지는 아주 옛날부터 학교 조성을 위한 옹벽으로 단절된 상태이다. 상권의 확장과 무분별한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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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네토 2021.8
Vigneto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도심 속 협소(상가)주택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져 가고 있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일부를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지만, 상가주택 또는 단독주택은 내 땅과 내 건물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내 생활방식에 맞게 짜인 공간과 동선을 만들 수 있고, 임대수익창출 또는 직영을 통한 직주근접의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물론 도심 속 일정 규모의 대지를 구매하고, 건축을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 가격과 공동주택 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대한 대안으로 협소한 땅을 사서 협소한 건물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온 건축주 부부도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협소한 대지를 구매하고,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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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투루프 하우스
Buam-dong Two Roof House 북악산 산기슭에 자리 잡은 이 대지는 북악산의 좋은 전망과 남쪽으로 열려있는 좋은 대지조건을 가진다. 북측의 인접도로보다 낮은 경사지라는 대지조건을 이용하여 도로에서 2층으로 바로 진입하는 방식을 택하였고, 이로 인해 마당에서 보면 2층이지만 도로에서 보면 단층 건물처럼 보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집을 계획하였다. 이는 인접도로가 넓지 않은 상황에서 보행자의 시선에 위압감을 주는 건물이 아니라 골목 스케일의 친근한 집으로 보이고 싶은 의도에도 부합했다. 도로 쪽 입면에는 부쩍 많아진 부암동의 유동인구로부터 시선을 차단하는 장치를 계획해야 했지만, 그것이 단절이나 차단의 역할을 하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목재 루버를 통해 시선을 어느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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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l:결~집 2021.8
lll: layered 정면에서 바라보는 첫 모습은 세로로 긴 복층형 로우하우스(row house)처럼 독립된 집의 집합체를 그렸다. 정면 도로에서 바라볼 때, 세 개의 집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직사각형 집과 두 개의 사다리꼴형 집이 보인다. 두 개의 사다리꼴 집 사이에는 외부로 돌출된 작은 계단실이 있다. 계단실을 기준으로 두 개의 사다리꼴 집은 10도 벌어져 있다. 보는 시점에 따라 집의 정면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로로 보이는 집의 1층과 2층 사이에 가로로 긴 보이드를 적용, 상층부와 저층부를 나눴다. 이러한 건축적 비례와 리듬을 통해, 수평성이 강조된 저층부와 공중으로 부유하는 상층부가 형성된다. 외부 계단실은 세로로 긴 보이드가 적용된다. 이는 수직동선의 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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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스테이케이션 202108
Naju Staycation 부지는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한다. 건축주는 이곳에서 도시 생활자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매개로 교감하고, 잠시 머무르며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하였다. 이 건축물(스테이케이션)의 첫인상은 언뜻 닫혀있는 듯 보이며, 그 흔한 간판 하나도 찾기 힘들어서 외관만 보고서는 쉽게 그 용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1층 상업공간과 2층, 3층 주거공간을 포함한 이 건축물은 주변의 건축물들이 답습하던 관습적 표현방식에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시그니처로 고고한 인상을 풍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단일 재료의 외벽 마감, 제어된 창호 계획, 엄격한 면 분할을 통해 만들어진 외관 이미지는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을 구분 짓지 않고 일체화된 형태미를 보여준다. 요란한 가로경관에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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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과 루이하우스 2021.8
Lionel & Louis’ s House 집의 문 앞에는 애런 잭슨이라는 작가의 업싸이클링(Upcycling) 작품인 ‘리오넬’과 ‘루이’라는 캐릭터가 놓여 있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재활용품을 이용해 새롭게 재구성했다는 뜻이다. 의뢰인은 부산 출신이지만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로 올라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이후 중년이 되어서야 다시 어머님과 전원 속에 집을 짓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요리사로서 살아가는 제2의 인생을 꿈꾸고자 하였다. 의뢰인이 이 캐릭터의 이름으로 집의 이름을 지은 이유는, 도시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전원 속에 집을 짓고 살아야 하기에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요정이 함께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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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덩이 안마당집 2021.8
Three mass courtyard house 단독주택 건축이 할 수 있는 것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서 실현할 수 있는 건축적 대안을 생각해 본다. 아파트처럼 면적을 기능에 최적화시키거나 공원 같은 커다란 조경공간을 가질 수는 없다. 단독주택은 작지만 거실에서 바로 나갈 수 있는 마당을 지닐 수 있고, 다섯 방향(천창포함)으로 창을 내어 빛과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으며 수직으로 확장하는 뚫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설계방향 설정 1. 도로면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2. 마당을 만들고 실내공간과 유기적으로 확장 또는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3. 내부공간은 밝고 넓게 보이게 한다. 4. 형태와 공간에 장식과 군더더기를 없앤다. 세 개의 덩어리(큰 덩어리 한 개와 작은 덩어리 두 개)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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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평생학습원 2021.8
Gwangmyeong City Lifelong Community Center 성격이 다른 두 시설의 이격 및 소통을 고려한 공간계획과 지역 문화클러스터로서의 기능을 고려한 광장계획으로 주민의 자연스러운 유입과 이용을 고려한 배치계획을 했다. 도시 속 자연의 유입과 소통, 통경축과 바람길의 형성 등 자연친화공간을 조성하고 기존의 전망을 고려하여 매스와 입면을 계획했다. 광명시 평생학습원은 이 지역의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The space plan considered distance and communication between two facilities with diverse characteristics while the square plan considered the space function 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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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티스 빌딩 2021.7
Lattice Building 건물이 위치한 광주 동구 동명동은 원래 고급 개인주택들이 자리하고 있던 곳에 조금씩 빈집들이 생겨나고 그곳에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더해가고 있는 동네이다.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를 대표하는 종합대학교인 ‘조선대학교’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일정한 문화 수요가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입지조건의 대지에 1, 2층의 카페 및 독립서점, 3층 단독주택이 합쳐진 복합 근린생활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건축사로서 매우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직접 운영하고 거주할 1, 2층의 카페 및 서점과 3층의 단독주택을 함께 신축하고자 했던 건축주에게 이 건물은 굉장히 사적인 개인 건물이자 누구든 편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할 공공건물이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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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원 R&D 센터 2021.7
SYSONE R&D Center 시스원 R&D 센터는 서울 강서권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마곡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블록의 특성은 R&D 중심지역으로 대부분이 연구시설에 속한다. 서측 도로로 접근하며, 북측 공공보행통로가 설정되어 있다. 인접 건물은 비슷한 규모의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대지가 가지는 용적률의 한계로 스카이라인은 7~8층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건축물은 두 면이 부각되는 조건을 가진다 판단하고 계획을 시작하였다. 공간의 대부분은 사옥으로 사용된다. 사옥이 주용도인 만큼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디자인이기를 원하며, 대한민국 IT 1호 기업으로서의 긍지를 갖기를 원했다. 건폐율로 인해 지면에서 확보하지 못하는 외부휴게공간은 테라스를 설치하여 확보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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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 다세대주택 2021.7
GARIBONG-DONG HOUSING 가리봉동 다세대주택이 자리 잡은 ‘구로동로’ 일대는 상업적 성격을 가진 폭 20미터의 왕복 4차선 도로에 면해, 비교적 많은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곳이다. 도로 주변으로 낙후된 건물이 많고 번잡한 환경으로 향후 정비가 요구되는 거리이다. 대지는 남북 방향으로 약 10% 정도의 경사가 있는 동서 방향의 긴 형태로, 일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차로로부터 소음 등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1층에는 작은 소매점으로 이용될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고 2층부터 5층까지 다세대주택 6세대를 배치했다. 4~5층에는 한 세대가 2개 층을 이용하는 ‘복층형 타입’ 2세대를 마련했다. 면적이 작은 대지의 특성상 콤팩트(com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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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네즈 2021.7
LYONNAISE 대지에 그려진 선율… 고요함, 새들의 지저귐, 바람의 향기, 녹음, 실록, 예찬, 촉촉함, 자연, 정갈함, 정제됨, 정성, 배산임수, 위요감, 밀도, 수평성, 고즈넉함, 안식처, 청정, 투명함, 속도, 느림, 차분함, 원초성, 적막, 물아일체, 안빈낙도, 강호한정, 유유자적, 안분지족, 절제, 어머니, 사랑, 따스함, 온화함, 소박함, 섬세함….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소중한 이들에게 따듯한 음식과 가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자 하는 건축주와 대지에 대한 첫인상을 기록해 두었던 단어들이다. 설계하는 과정과 감리하는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가슴과 머리에 항상 뿌리내렸던 가치들이다. 보통 건축행위를 이끌어가는 주된 인자는 합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지만, 본 프로젝트에 임할 때는 위 단어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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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곡동 단독주택 2021.8
Ilgok-dong House 외마당과 안마당 부지는 북향을 주 출입구로 두고 동측이 1.2미터가량 낮은 지형에 기존 단층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건폐율 40% 미만 지역에서 건축주가 요구하는 규모를 수용하기 위해 3개 층이 필요했으나, 3층의 높은 집보다는 다소 낮고 수평적인 비례의 집을 만들고자 했다. 때문에, 초기에 지하층을 가진 2층 규모로 검토했지만, 1.2미터의 낮은 지형차에서 지하 상부가 건폐율에 산정되는 문제가 있어 최종적으로 3층 집으로 결정하였다. 다만, 상부를 경쾌하게 처리하고 도로변에서 매스를 분절하는 방식으로 시각적 부담과 높이감을 상쇄시키기로 하였다. 건축주의 성향을 고려하여 부지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사회적 마주침이 가능한 공간을 두기 위하여 각각의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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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家 2021.7
Dreaming House ‘꿈을 꾸는 家’는 강원도 원주시 혁신도시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건축주 부부와 아이 셋을 위한 공간이다. 집이란 장소는 가족 모두의 삶, 정체성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건축주 부부가 서울에서 강원도로 내려와 단독주택을 짓고 살게 된 이유도 부부와 삼남매가 집이란 장소에서 꿈을 꾸고 먼 훗날 소중한 추억,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가족 모두의 전 생애에 걸쳐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자 함이었다. 삼남매의 성장기를 위한 주택으로, 공원으로 둘러싸인 대지는 그 자체로도 아이들에게 쉼터이자 놀이터가 된다. 건축은 다만 거들 뿐이다. 중정을 품은 스킵플로어 구조의 주방과 거실에서 공간과 자연의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고, 순환 동선의 내부 구조는 아이들이 우당탕 뛰어놀 때도 숨바꼭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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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패동 주택 2021.7
Seopae-dong House ‘서패동’은 심학산 자락에 자리 잡고 북서쪽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대지에 위치하고 있다. 1층을 디귿(ㄷ)자로 구성하고, 맞은편에 대나무를 식재하여 중정이 온전히 품어지도록 계획했다. 2층은 진입도로에 대응하는 ‘|’자 매스를, 3층은 동쪽 집에 대응하는 ‘―’자 매스를 쌓아 올려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가리고, 엇갈려 쌓음으로 생기는 외부공간들을 다채롭게 활용하도록 고려했다. 진입도로 측에 담장과 차고, 1층 매스를 독립적으로 배치하여 그 틈들을 진입공간으로 삼았다. 각 요소들의 재료에 따라 다양한 질감과 공간감을 느끼며 진입할 수 있도록 계획했으며, 현관 앞에서는 중정을 엿볼 수 있다. 1층엔 거실과 식당·주방, 계단실, 화장실, 다용도실, 현관을 배치했다. 거실과 식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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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당 2021.7
Café Banhadang 골목 안쪽에 오래된 한옥을 산 부부가 신축을 상의하러 찾아왔다. 물론 건축사로서는 집을 고치는 일보다 철거 후 신축이 더 쉬운 일인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잘 손보며 살아온 덕에 한옥의 뼈대나 형태가 무척 안정적이라 바로 허물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의 원래 뼈대를 살리고 다른 벽을 뜯어낸 흔적들도 남겨두면서 정리했다. 어둑한 골목이 이 집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환해지도록 유리로 마감해서, 예전에는 밖에서 알 수 없었던 한옥의 구조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들여다보인다. 원래 부엌이 있었던 바닥이 낮은 가운데 칸에는 다락을 올려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끼도록 했다. 바닥은 마당 쪽은 짙은 색의 전돌을 차분하게 깔고, 실내는 고재와 대비되어 가볍고 환한 느낌이 들도록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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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리 주택 2021.7
Two Shelters 다른 곳보다 금세 진한 어둠이 찾아오는 골짜기 땅. 이 땅은 산비탈에 기대어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경사는 약간의 평지를 마련해놓고 다시 저 아래를 향해 비스듬히 흘러간다. 따라서 자칫 에너지가 속절없이 저 너머로 흘러버리고 말 수도 있는 약간의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두 부부의 정원이다. 그들이 정성스럽게 가꾸는 소박하고 화사한 정원이, 그 안의 밝고 환한 생명력이 이 땅의 중심을 잡아주고 에너지를 모아준다. 경사로 인한 불안감을 내재한, 그러나 낭만적인 풍경의 땅. 이곳은 작은 개울을 건너와야 비로소 들어올 수 있다. 개울을 건너오면 안쪽에 작은 자연 연못이 건강하게 숨 쉬고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 옆에 가장 단순한 형태의 담백한 셸터(Sh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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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참나무집 2021.7
Hanam-si Oak House 대지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오래된 참나무가 있었다. 길에서 바라봤을 때 정면에 자리 잡은 참나무는 그 모습도 우람했으며, 한여름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큰 그늘을 주변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또한 참나무는 그 성질이 까다롭지 않아, 굵게 뻗어 나간 가지 위로 사람이 올라가도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했다. 이에 사람이 가까이 두고 사계절을 함께 나고, 살아가기에 참으로 좋은 벗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참나무가 주인으로 오랫동안 존재해오던 대지에, 건축주는 이 참나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이 오랫동안 참나무였으니, 건축이 만들어지더라도 참나무가 여전히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여름이 한창이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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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피오레 2021.6
STELLA FIORE 속세를 등진 별세계 답답하고 긴장된 현실 사회와 지루하게 연속되는 획일적 도시풍경을 등지고, 속세와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실개천 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세계로의 관문인 STELLA BRIDGE를 건너면 19개의 ‘삶의 별’들이 서식하는 별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별들의 착륙 남향의 태양빛을 최대한 실내로 인입하기 위하여, 또 주변 풍경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실내에서의 회화적인 풍경 연출을 꾀하기 위해, 그리고 각 실내의 원활한 자연통풍을 위해서, 다양한 각도의 경사지붕들과 고창들이 각 세대마다 방향을 달리하여 배치되었다. 인접 세대로부터의 시선을 상호 차단하기 위한 경사날개벽의 부가, 또한 가파른 경사지형을 따라 흘러가는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배치된 지그재그식 동선이 만들어내는 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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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지역아동센터 2021.6
Cheongsong Local Children’s Center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대상이 되는 아이들에게 아동센터는 학교를 마친 후에 갈 수 있는,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놀이공간이자 보호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 이 공간은 어떤 시설보다 더 주민들에게 관심받아야 하고, 더 좋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서로 단절되어 있다. 아동센터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지역의 어떤 아이들이 아동센터에 있는지, 그 아이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지역 구성원들은 잘 알지 못한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극과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은 물리적 공간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