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314)
-
[건축비평] 성수동2가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낡은 시간 위에 가치를 짓다 2026.4
Architecture Criticism _ Remodeling of neighborhood facilities in Seongsu-dong 2-ga Rebuilding on Spatial Heritage 리모델링, 도시의 숨통을 틔우는 영리한 생존법 신축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언이라면, 리모델링은 기존 맥락 위에 새로운 질서를 덧입히는 정교한 편집이다. 최근 리모델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도시의 기억을 보존하면서도 현재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건축적 지혜가 발현된 결과이다. 특히 80~90년대 노후 벽돌 건물들이 밀집한 성수동에서 리모델링은 지역 특유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유효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과거의 법규를 지렛대 삼아 현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 ..
2026.04.30 -
[책 속의 건축] 엘 크로키 2026.4
El Croquis 인류의 문명 속에서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이 책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파일이나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지난 수백 년간 건축을 대중에게 알리거나, 건축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데 책이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수단이었다. 월간 건축사를 통해서 건축사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건축이 알려지고 설명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들은 많고, 이러한 잡지나 단행본을 수집하는데 관심이 많다. 관련 책들을 소개하고 그 안에 표현된 건축에 대해 살펴보고자 본 연재를 시작한다. 엘 크로키는 스페인에서 발행되는 국제적인 건축 잡지이다. 1982년에 Fernando Márquez와 Richard Levene에 의해 창간된..
2026.04.30 -
[건축비평] 스튜디오 파라노이드 오피스 인간적인 브루탈리즘 2026.3
Architecture Criticism _ Studio Paranoid Office Human Brutalism 부동산 사장님의 건축학 언젠가 사무실을 임대하러 다니던 때, 매물을 소개하던 사장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건물 괜찮아. 돌로 된 건물이야.” 우리 도시를 채우는 근생 건물 시장에서 화강석은 신축과 세련됨의 상징이 되었고, 벽돌은 낡은 건물의 표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골목길을 채우던 따뜻한 물성에 대한 향수는 건축사들을 다시 벽돌로 이끌었다.그래서 스테이 아키텍츠(홍정희+고정석)가 ‘파라노이드’를 설계할 때 먼저 고민한 것도 외장재료가 보낼 신호였다. 최신 유행에 민감한 영상을 만드는 광고 제작사의 사옥을, 오래된 소규모 빌딩이 가득한 강남의 골목길에 지어야 한다...
2026.03.31 -
대한민국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고대하며: 규제의 늪과 건축의 미래 2026.3
Looking Forward to Korea's Sagrada Familia: The Mire of Regulations and the Future of Architecture 위대한 건축의 힘 스페인은 가우디로 기억된다.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í)는 스페인의 상징이고,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세계인이 스페인을 향한다.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한 성당이 아니다. 이 미완의 걸작을 보기 위해 연간 약 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입장료 수익으로만 연간 1억 2,500만 유로(약 1,8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스페인의 쇠락해 가던 빌바오 시(市)에서는 건축물 하나로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1970년대 중공업 경제 위기로 실..
2026.03.31 -
[건축비평] 향약원 별관 10년의 비움으로 빚어낸 한 건축사의 담담한 기록 2026.2
Architecture Criticism _ Hyangyakwon Annex An architect’s calm record, shaped by 10 years of emptiness 다이어그램의 시대, 감각의 복원 오늘날의 건축 설계는 점차 명쾌한 논리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한 대지 조건과 프로그램의 얽힘을 단순한 몇 장의 다이어그램으로 치환하여 설득력을 얻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그 명쾌함 뒤에 숨겨진 공간의 실재적 체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개념이 강한 건축은 눈에 띄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시선과 발걸음은 종종 도식화된 논리에 갇히곤 한다. 최근 마주한 코스맥스 향약원 별관은 이러한 흐름과는 결이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이호성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다이어..
2026.03.19 -
이제야 고백하는데, 널 사랑하다 건축사가 됐어 2026.2
I'm finally confessing this, but I became an architect because I loved you.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변두리 산동네에 마당이 너른 집으로 이사했다. 집은 산동네 풍경에 적절한, 보잘것없었지만 마당만큼은 지금도 동경의 대상이다. 과실수가 하나씩 있었다. 감, 복숭아, 호두, 대추, 포도 그리고, 두어 평 남짓한 딸기밭. 나는 딸기밭이 가장 좋았다.아버지는 너른 마당을 지킬 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퇴근하셨다. 젖을 뗀 지 얼마 안 된 작은 강아지였다. 품종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똥개라고 하셨다. 모든 개는 진돗개인 줄로만 알던 시절, 별 상관없었다. 온기를 가진 생물(生物)을 처음..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