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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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와유화원(臥遊花園) / 소유가 아닌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명제(命題) 2025.9
Architecture Criticism _ Riverwatch House A proposition for living in harmony with nature, not possessing 남한강변에 자리한 ‘와유화원’은 이름부터 하나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와유(臥遊)란 그림을 마치 야외 풍경을 구경하듯 집에 누워 즐긴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집 안 사랑방에 앉아 병풍이나 족자 속의 명승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유람하던 그 풍경이, 현대 주거의 형태로 되살아난 셈이다. 그러나 이 집은 그림이 아니라 실제 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건축가는 ‘누워서 유람한다’는 개념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강의 흐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끔 긴 매스를 들어 올려 앉혔다. 사용자의 시선을 ..
2025.09.30 -
시골 건축사의 요즘 생각들 2025.9
Current thoughts of a rural architect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를 더하기 위해 상경해 대학원을 마친 뒤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잠깐의 외도였지만 건설사에서 일해 보기도 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설계를 하게 됐고, 시간이 지나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후 건축사 시험에 합격해 개업을 했다. 이런 루트는 많은 개업 건축사들의 기본적인 경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시작 방식은 비슷하더라도 사무실 운영 방식이나 디자인 접근 방식은 모두 다를 것이다. 아직 나만의 운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좋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시도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요즘 드는 생각들을 적어 보려 한다. 1. 예전부터 젊은건축가상에 관심이 많았다. 나와 비슷..
2025.09.30 -
세계문화유산 포르투갈, 스페인 건축여행 답사기 ② 2025.9
In Search of World Heritage Sites, Traveling Through Portugal and Spain ② 건축 속 시간의 결을 따라, 포르투갈·스페인 건축여행기 지난해 이탈리아에 이어, 올해는 대항해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했다. 리스본에서 마드리드까지 15개 도시를 거치며 시대와 문화가 축적된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이번 기고는 세 차례에 걸쳐 도시별 주요 건축과 역사적 공간을 중심으로 포르투갈·스페인 건축여행의 여정을 소개한다. 5일차 2.20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다스페인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기원전 1세기 말 로마인의 침략으로 600여 년간 로마의 식민지가 ..
2025.09.30 -
인구감소 시대의 도시공간 재구조화에 따른 부동산 전략 2025.9
Real estate strategies in response to urban space restructuring in the age of depopulation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까요? 일반적으로 이 질문은 인구수, 가구수, 인구 이동, 인구 구성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공급 측면에서 분석된다. 흔히 ‘인구감소 → 수요감소 → 집값 폭락’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접근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인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을 보여왔다. 건축사의 관점에서는 “사람의 삶이 바뀌면 도시도 바뀌고, 도시가 바뀌면 부동산 가치도 달라진다”라는 시각이 가능하다. 부동산 거래는 단순히 매매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향을 읽는 행위이기 때..
2025.09.30 -
[건축비평] 블루큐브 / 구축성을 기반으로 확장되는 기술 2025.8
Architecture Criticism _ BLUE CUBE Technology expanding based on constructability 평범한 평일 오후 개포동에 위치한 BLUE CUBE 앞 거리는 유독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거리에서 한 개 층 들어올려진 입방체 볼륨은 그 조형적인 단순함 덕에 이웃한 건물들과 비교되는 현대적인 경쾌함을 갖고 있었고, 세심하게 조정된 비례를 갖고 있는 ‘넓고 높은 창’을 통해 ‘이웃의 생활상(近隣生活)’을 도시로 투영하고 있었다. 건물의 무게감을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듯, 반복되는 창호가 만들어내는 격자형 입면을 따라 계획된 가볍고 세장한 현대판 코니스(Cornice)들이 만들어나가는 기하학적 질서와 양감을 쫓아가다 보면, 지속적으로 변화하게 될 임대공간 ..
2025.08.31 -
보화각(普化閣) 2025.8
Bohwagak Art Museum 이 무더운 여름날 다소 뜬금없겠지만, 상엿소리부터 한 번 들어보자. 생멸(生滅)에 대한 항변 같기도 하고, 언젠가 우리 모두 접어들 ‘그 길목’에 뿌리는 헌사(獻辭) 같기도 하다. 북망산천이 머다더니만 문전산(門前山)이 북망이네. (중략)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이 진다고 서러마라. 명년 삼월이 돌아오면 너는 다시 피련마는 우리 인생 한번 가면 다시 오진 못하리라. (……) 간다. 간다. 떠나간다. 이승길을 하직하고, 부모처자 이별하고, 저승으로 나는 가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는 날을 일러주오. 못 가겠네, 못 가겠네. 서러워서 못 가겠네. (……) ..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