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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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향약원 별관 10년의 비움으로 빚어낸 한 건축사의 담담한 기록 2026.2
Architecture Criticism _ Hyangyakwon Annex An architect’s calm record, shaped by 10 years of emptiness 다이어그램의 시대, 감각의 복원 오늘날의 건축 설계는 점차 명쾌한 논리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한 대지 조건과 프로그램의 얽힘을 단순한 몇 장의 다이어그램으로 치환하여 설득력을 얻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그 명쾌함 뒤에 숨겨진 공간의 실재적 체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개념이 강한 건축은 눈에 띄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시선과 발걸음은 종종 도식화된 논리에 갇히곤 한다. 최근 마주한 코스맥스 향약원 별관은 이러한 흐름과는 결이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이호성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다이어..
2026.02.27 -
이제야 고백하는데, 널 사랑하다 건축사가 됐어 2026.2
I'm finally confessing this, but I became an architect because I loved you.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변두리 산동네에 마당이 너른 집으로 이사했다. 집은 산동네 풍경에 적절한, 보잘것없었지만 마당만큼은 지금도 동경의 대상이다. 과실수가 하나씩 있었다. 감, 복숭아, 호두, 대추, 포도 그리고, 두어 평 남짓한 딸기밭. 나는 딸기밭이 가장 좋았다.아버지는 너른 마당을 지킬 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퇴근하셨다. 젖을 뗀 지 얼마 안 된 작은 강아지였다. 품종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똥개라고 하셨다. 모든 개는 진돗개인 줄로만 알던 시절, 별 상관없었다. 온기를 가진 생물(生物)을 처음..
2026.02.27 -
[건축비평] 인탈리오 건축의 화려한 향연과 소외된 중심 2026.1
Architecture Criticism _ intaglio A Spectacular Feast of Architecture and the Neglected Center 밤 캄캄한 밤 격포를 향해 차를 달렸다. 길은 바닷가 마을을 향해 내려가 얽히고 갈라진 끝에 한적한 마트에 다다랐다. 지쳐서인지 형광등 아래 모든 것이 창백해 보였다. 저녁거리 이것저것을 사서는 그곳으로 향했다. 인탈리오 Intaglio 오늘 자게 될 숙소의 이름이다. 음각이란 뜻의 이태리 말이다. 분명 건축가가 지었을 법한 근사한 이름이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깜캄한 언덕 위에 불빛들이 보였다. 가까이 갈 수록 형상이 분명해지며 마치 하얀 박쥐들이 날개를 접고 몸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삐쭉한 계단실과 객실들이 늘어서 있었다. 신기..
2026.01.30 -
선을 지키는 건축사들 건축을 하며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 2026.1
Architects who keep the line 최근 국내 건축설계산업은 역대 최고의 침체기라 할 정도로 불황의 그늘이 깊게 드리우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설계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줄고, 건축사사무소는 해마다 500개 이상 생겨나고 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현실일 텐데, 왜 많은 건축사들이 사무소를 개소하고 어려운 산업현장으로 뛰어들까? 짐작하자면 스스로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가는 건축사가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 너머에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확률을 줄이고자 사무소를 열었다. 설계나 감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질문은 “어디까지 가능한가”이다. 이 질문은 대개 법규 해석의 범위, ..
2026.01.30 -
AI 시대에 찾아가 본 부자 명당 경남 의령 솥바위, 이병철 회장 생가, 진주 승산마을 2026.1
A Visit to Homes of Korean Wealth in the AI Era _ Sotbawi Rock in Uiryeong, Gyeongnam Province, Chairman Lee Byung-chul’s Birthplace, and Seungsan Village in Jinju 건축(사)업계가 IMF때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는 무언가 새로운 변화와 활력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답사 여행이다. 지난해 늦가을 서울 노원지역건축사회에서 1박 2일(2025.11.13.~14.) 일정으로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 창업주가 태어난 마을과 학교를 다녀왔다. 이는 흔히 말하길 국내 최고 부자 명당이란 곳이다. IT시대에서 AI(인공지능) 시대로 바뀌었어도 그 바탕엔 자연이 ..
2026.01.30 -
건축저작물과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미디어 속 건축사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여정 2025.12
Architectural Works and Author’s Right of Attribution A Journey to Reclaim Architects' Names in the Media 1. 들어가며 최근 몇 년간 방송가와 출판계 등에서는 ‘집’과 ‘공간’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시청자나 독자들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독특한 건축물을 편리하게 접하고, 잡지나 유튜브를 통해 멋진 공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의 향연 속에서 정작 중요한 창작자의 이름이 누락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바로 그 공간을 창조해 낸 ‘건축사’이다. 음악을 소개할 때 작곡가와 작사가를, 미술 작품을 논할 때 화가를, 서적을 논할 때 저자를 명시하는..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