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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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딧세이 절제미로 지켜낸 종묘와 순라길, 서울의 오랜 도시계획가 2026.9
City Odyssey Jongmyo Shrine and Sulla-gil, Preserved by Restraint: Seoul’s Longtime Urban Planner 종묘다. 묵상의 공간이자, 조선의 정신이다. 왕조가 도읍을 정하면서 궁궐보다 더 중요시한 사당이다. 이는 단순히 제례 공간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을 가장 우위에 두고 숭상했는지 보여 주는 상징이다. 왕의 권력은 궁궐에 현존하지만, 그 권력이 가닿는 영역은 종묘가 결정지었다.좌묘우사(左廟右社)는 도시구성원리뿐만 아니라, 통치 철학을 결정짓는 요소였다. 도성이 통치공간의 몸통이라면, 왕조를 규정짓는 심장은 종묘였다. 살아 있는 권력은 유한하다. 따라서 제아무리 위대한 왕이라도 선대왕들 신주 앞에선 시대의 짐을 짊어진 대리자에..
2026.09.30 -
도시 오딧세이 군산 경암동과 같은 철길이 있는 이 공간, 부디 거듭나기를 2026.8
City Odyssey May This Space with Railroad, Like Gyeongam-dong Railroad in Gunsan, Be Reborn 이곳 들판이 기름진 건 굽이굽이 흐르는 진위천 덕분이다. 용인에서 발원해 고을 몇을 적시며 서쪽으로 흐른다. 오산천과 황구지천을 만나 몸집을 불린 진위천이, 아래쪽 아산만을 향해 급격히 머리를 꺾어 휘도는 곳 너머에 아무에게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활주로가 길게 누워 있다. 오산 공군기지다.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미군에 의해 생겨났다. 하지만 행정구역은 평택 송탄이다. 미군 조종사들이 편의를 위해 Songtan(송탄) 보다 철자가 적은 Osan(오산)을 택함에 따라, 비행장 이름이 결정되었다.어디나 그렇듯 미군 부대는 경비가 삼엄하다. 철옹성..
2026.08.31 -
도시 오딧세이 관동대로 결절점에 생겨난 오래된 장터 2026.7
City Odyssey An Old Marketplace That Appeared at the Node of Gwandong-daero 결절점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끌어들인다. 이는 지리적으로 필연이다. 보행이 전부이던 시절에도 결절점은 있었다. 길이 교차하는 사거리나 주막, 관청 같은 곳 말이다. 사람이 모이자, 이런 길과 시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교역이 벌어진다.나루터도 그런 곳 중 하나다. 강이나 하천을 건너려면 배를 기다려야 하고, 그런 자리에 안성맞춤으로 장터가 생겨났다. 세월이 흘러 나루터에 돌다리가 놓였어도, 이 역시 훌륭한 결절점이었다. 이미 터를 잡은 장터가 영역을 넓혀가며 시장으로 커나간다. 시간의 층위를 따라 시장은 한 지역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 강이나 하천을 끼고 있는 도시의 형..
2026.07.31 -
도시 오딧세이 아픈 역사가 빚어낸 음식, 그리고 특화된 거리 2026.6
City Odyssey Food derived from painful history, and specialized streets 한 도시의 이름을 내건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맛에 담긴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특성까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안동찜닭이나 전주비빔밥처럼 말이다. 이처럼 도시 하나가 맛에 담겼음에도, 해당 도시에 그 음식으로 특화된 공간을 찾기란 그리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있다 해도, 음식 유명세보다 공간이 알려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의정부엔 부대찌개 거리가 있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부대찌개가 의정부에서 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척 남다르다. 아니, 우리 민족 최대 비극인 분단과 전쟁, 그리고 휴전 후 주둔하게 된..
2026.06.30 -
도시 오딧세이 지붕 없는 박물관, 낡은 시간이 빚어낸 재생의 도시 공간 2026.5
City Odyssey A Museum Without a Roof: A Regenerated Urban Space Shaped by Old Time 강화도에 가려면, 반드시 김포 벌을 지나야 한다. 탁 트인 시야에 목가적인 풍경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다. 그러나 딱히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하다. 온통 아파트뿐이어도, 도로가 막혀도 감내할 수 있다. 마냥 달뜨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가는 불편함보다, 정작 강화라는 섬이 간직한 시간과 역사의 무게감 때문이다.김포와 강화 사이로 빠르고 세차기로 유명한 염하수로가 흐른다. 수로는 천혜의 해자 역할을 한다. 또한 지리적으로 개성과 한양에 가깝다. 이로 인해 섬은 위급을 대신해, 역사의 격랑에 휘말리곤 했다. 1232년 몽골 침략, 1636..
2026.05.31 -
도시 오딧세이 복사꽃 진 자리, 연담도시 경계에서 부천을 보다 2026.4
City OdysseyWhere the Peach Blossoms Have Fallen: Viewing Bucheon from the Boundary of Urban Conurbation 봄이면 황홀경이 펼쳐지던 고장이다. 연분홍 복사꽃이 흐드러지면, 유원지인 이곳으로 유람객이 몰려들었다. 부천역 남쪽 성주산엔 야생 복숭아가 지천이었다. 인천역 역장이던 일본인이 이를 개량하여 1903년 재배를 시작, 1925년에 이르러 이곳 복숭아가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재배 중심지는 당시 부천군 소사면이다. 1970년대 도시화에 밀려 복숭아밭이 사라지기까지 대구 사과, 나주 배와 함께 ‘소사 복숭아’는 우리나라 3대 과일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이곳에서 부천이 생겨났다. 초기 도시화가 옛 소사역(현..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