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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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딧세이 행궁동 골목, 시간을 품은 옛길을 거닐다 2026.1
City Odyssey Haenggung-dong Alley: Strolling Through Old Street Embracing History 수원의 상징을 꼽으라면 단연코 화성(華城)이다. 조선 르네상스라는 정조 치세, 백성을 바탕에 둔 신도시를 그 표징으로 삼았기에 더 그러하다. 그런 측면에서 화성을 품은 수원은, 아테네나 로마만큼 축복받은 도시임이 분명하다.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신원하려 했다. 정통성 회복이다. 왕은 세손으로 정통성에 끊임없는 도전을 받아왔다. 1789년 아버지 능을 중랑천 옆 배봉산에서 화성 화산(花山)으로 이장하면서, 장헌세자로 추존한다. 능도 영우원(永祐園)에서 현륭원(顯隆園)으로 높여 부른다. 그리고 현륭원을 참배하는 행행(行幸)을 한다. 그 길에 민심을 살피고, ..
2026.01.30 -
도시 오딧세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이 도시의 기억 2025.12
City Odyssey The City Which Was Left as Nine Pairs of Shoes 남한산성 아래 펼쳐진 너른 분지다. 반세기 전, 이곳에 빈민들이 반강제로 이주하면서 하나의 도시가 생겨났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여전히 비좁은 골목과 작은 필지, 밀집된 주거 형태가 당시의 상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공간이 한때 생존권을 다투던 항거의 현장이었음을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아픔이 여러 이야기로 각색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윤흥길 소설 가 있다. 작가는 ‘대학 나온 안동 권가 기용 씨’를 등장시킨다. 출판사에 다니는 지식인 권씨는, 내 집 마련 꿈을 꾸며 광주 대단지에 분양증서를 사 이주해 온 ‘전매입주자’다. 또한 ‘광주 대단지사건(8.10 성남 민권운동)’의 주..
2025.12.31 -
도시 오딧세이 공간재생의 고갱이가 하루빨리 찾아지기를 2025.11
City Odyssey Hoping for the Quick Restoration of the Essence of Spatial Regeneration 공간이 무척 밝다. 흡사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 선 느낌이다. 이곳을 ‘리틀 시카고’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는 말을 실감한다. 한 시절 휘황한 네온사인으로 밤을 빛냈던 영어 일색의 형형색색 간판에 시선이 머문다. 간판에서 이 공간이 살아낸 시간을 능히 읽어낼 수 있겠다. 외국인관광특구로 지정된 정식명칭 ‘Camp Bosan’의 첫인상이다. 경원선 보산역과 잇닿아 있다. 환한 표정 뒤에 감춰진 속살이 엿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내보이기 싫은 기지촌이었고, 기생적 소비공간이었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지만 말이다. 기지촌을 사전적으로 ‘외국군 기지 주변에..
2025.11.28 -
도시 오딧세이 독버섯보다도 강고한 고리, 부디 끊어내기를 2025.10
City Odyssey A Link Stronger Than a Poisonous Mushroom: Let’s Break It 도시 한가운데로 흐르는 냇물마저 얼굴을 찡그렸다. 물은 탁하고 수심도 얕다. 법원읍에서 발원해 문산천에 합류하는 갈곡천이다. 냇물이 동서로 흐르며 도시를 남북으로 갈랐다. 갈린 두 공간을 가느다란 연풍교가 힘겹게 잇고 있다. 연풍교에 서면 낯선 풍경이 시선을 빼앗는다. 하천 변에 덧세운 높다란 가림막에 시야가 완벽하게 차단당한다. 뭔가 내보이지 말아야 할, 혹은 보여주기 싫은 게 있다는 방증이다. 세칭 ‘용주골’로 불리는 파주읍 연풍리 풍경이다. 성매매 집결지다. 이곳도 외형은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면엔 엄청난 게 감춰져 있음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인권유린,..
2025.10.31 -
도시 오딧세이 ㉘ 책을 ‘짓고자 하는’ 도시의 꿈을 좇아서 2025.9
City Odyssey Following the dream of a city that ‘writing’ books 뭔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과정에 투입된 노동력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행위에도 쓰이는 표현은 제각각이다. 집은 짓는다고, 건물은 세운다고 한다. 누리며 삶을 꾸려가는 객체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더욱 다양하다. 조성한다거나, 건설한다거나, 앉혔다, 세웠다 등의 표현이 상황에 맞게 적용된다. 정치·경제·문화·교육·생산과 교류 등 집약적인 역량을 발휘하도록 형성된 공간인 까닭이다. 노동력이 창출해낸 최고봉인 셈이다. 그럼에도 수만∼수십만이 살아갈 신도시를 기계에서 제품 뽑아내듯 몇 년 만에 뚝딱 ‘찍어내던’ 낯뜨거운 시절도 있었으니…. 한강 제방 위로 ..
2025.09.30 -
도시 오딧세이 ㉗ 백마역의 사랑과 낭만을, 오늘에 그리워하는 공간 2025.8
City Odyssey A space that misses the love and romance of Baekma Station today 정발산 아래, 경의선이 아담한 기차역 하나를 떨궈 놓았다. 백석과 마두에서 한 글자씩 따온 백마역. 덜컹거리는 교외선을 타고 신촌에서 한 시간 남짓, 논과 밭뿐인 벌판을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역이었다. 낮고 길쭉해 비좁은 이 역에, 언제부턴가 젊은이들이 미어터지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역에서 걸어 20여 분이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 반겨주었다. 정발산에 기대어 살던 냉천과 설촌마을, 언덕 너머 밤가시마을이다. 청량리에서 한강 따라 대성리와 춘천으로 떠났다면, 신촌에선 경의선 타고 백마역으로 찾아 들었다. 시작은 소소한 우연이었다.‘화사랑’이라는 술집도 카페도 ..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