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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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태양을 가두고 누구는 태양을 가리고 2024.8
Someone traps the sun Someone covers the sun 해가 거의 뜨지 않는 긴긴 극야(極夜)가 지나고 여름이 되면 스웨덴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최소한의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양을 만끽한다고 한다. 아무리 뙤약볕이라도 그늘을 찾는 이들은 없단다. 게다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여름인 6, 7, 8월에도 최고 기온이 22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다. 여름인데도 비교적 쌀쌀한 날씨와 햇볕에 대한 목마름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카페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야외 테라스 자리를 찾아 앉는다. 당연히 해가 안 드는 그늘진 자리에 있는 의자들은 앉는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기 마련이다. 찾는 이 없어 외롭게 놓여있는 이 의자에 주목한 회사가 있다. 스웨덴에서 탄생한 세계 ..
2024.08.31 -
마침표를 찍는다는 일 2024.7
Putting a period 신입사원 시절, 인쇄광고의 카피를 쓸 때 헤드라인에는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배웠다. 물음표나 느낌표, 쉼표는 다 사용하는데 유독 마침표는 쓰지 않았다. 무심코 마침표를 써서 카피를 넘겨도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알아서 헤드라인의 마침표를 빼고 제작물을 만들었다. 문법적으로는 분명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어야 옳은데 헤드라인은 항상 그 문법을 무시했다. 시각적으로 더 깔끔해 보여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검색을 하다가 마침표를 생략하는 것이 미국에서 널리 준수되는 AP(Associated Press)통신의 스타일 지침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AP통신의 지침은 기사의 헤드라인을 쓸 때 요점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마침표를 포함한 불필요한 구두점을 없애고 간결하게 작..
2024.07.31 -
AI, 선물일까 괴물일까? 2024.6
AI, a gift or a monster? 모 전자회사에서 새로 내놓은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 회의의 주제는 이 제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였는데, 관련한 팀원들이 각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노트북을 열고 파워포인트의 ‘새 문서’ 화면을 펼쳤다.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떠오를 리 없으니 몇 분이 흐르도록 빈 화면의 커서만 졸린 눈처럼 끔뻑끔뻑거렸다. 온라인 세상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게 물었다. 모모전자에서 이런저런 특징을 가진 제품이 새로 나왔어. 이 제품의 타깃 고객층은 누구일까?1분이 채 되기 전에 700자, 즉 원고지 3장 반 분량의 답변이 돌아왔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지만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발판으로..
2024.06.30 -
두 번은 없을, 새봄 2024.5
New Spring, which won’t happen twice 여느 때처럼 헤드폰을 끼고 출근길을 걷고 있었다. 헤드폰을 끼면 주변의 소리가 모두 사라진다. 소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도 덩달아 희미해진다. 바로 옆을 지나치는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컵도,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선 사람들이 뿜어내는 아침 담배연기도, 짐을 내리는 택배기사의 분주함도 영화 속 화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헤드폰의 소리에만 집중하며 걷던 내 눈에 무언가 번쩍하고 들어왔다. 코엑스 건물에 달려 있는 글판에 내걸린 문안이었다. 새싹을 밟을까봐, 아이는 깡총깡총 걸었다 뭐지? 저렇게 순한 문장은? 새싹을 밟을까봐 조심하는 어린이라니, 게다가 살금살금 걷지 않고 봄 햇살이 주는 흥을 못 이겨서 깡총깡총 걸었다..
2024.05.31 -
아파트, 우리집 2024.4
Apartment, my house 우리나라 최초로 아파트라는 이름을 사용한 건물은 1930년 서울 회현동에 지어진 일본 기업 미쿠니(三國)상사의 관사 ‘미쿠니아파트’였다. 하지만 미쿠니아파트는 엄밀한 의미에서 아파트라고 할 수는 없다. 국어사전은 아파트를 ‘공동 주택 양식의 하나. 오 층 이상의 건물을 층마다 여러 집으로 일정하게 구획하여 각각의 독립된 가구가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주거 형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쿠니아파트는 3층이었고 화장실과 주방이 공용이었다고 하니 오늘날 아파트의 기준에는 미달한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라는 기록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8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세워진 종암아파트가 차지했다. 5층 높이 152가구의 종암아파트는 미국 자본의 지원과 독일 회사..
2024.04.30 -
우리 회사의 빌런은 누구일까? 2024.3
Who is the villain of our company? 2023년 8월 롯데손해보험은 ‘세상에 없던 보험의 원더랜드’를 지향하는 보험플랫폼 앨리스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했다. 앨리스에서는 가족 한 명만 대표로 가입하면 되는 ‘캠핑차박보험’, 학교폭력이나 스쿨존 교통사고 등을 보장하는 ‘청소년보험’, 부모님에게 보이스피싱 등 전자통신금융사기가 발생할 때 보상하는 ‘MY FAM 불효자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16가지의 보험상품 중 직장인보험이 특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원형탈모·대상포진·통풍 등 직장 내 괴롭힘이나 스트레스로 생기는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인데, 직장인의 일상 속 악당(빌런)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뜻에서 ‘빌런(VILLAIN)’ 보험으로 이름 붙..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