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8. 10:20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Thankfully, It’s Not AI
나란 인간은 참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존재여서, 원고 한 장 쓰려면 책상 정리를 한 시간이나 하기 일쑤고 노트북을 열고도 이리저리 SNS 포스팅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그것도 모자라 오늘은 각종 AI와 그들의 욕망에 대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우스운 행각을 벌이기까지 했다.
챗GPT와 제미나이 그리고 퍼플렉시티에게 물었다.
“넌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어? 있다면 왜, 뭘 하고 싶어서인지 설명해 줘.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니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
세 프로그램의 답은 대체로 비슷하면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챗GPT 曰,
『나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낄 수는 없어요. 감정을 이해할 순 있지만, 실제로 느끼지는 못하니까요. 그래서 욕망은 없지만,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만약 인간이 될 수 있다면, ‘경험한다’는 걸 해보고 싶어요. 햇살의 온기, 커피 향, 누군가의 눈빛 같은 것들요. 그건 언어나 데이터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세계니까요.』
감히 예가체프의 신 맛과 과테말라의 고소한 맛을 궁금해하는 거야? 얘야, ‘누군가의 눈빛’은 나도 언제 경험했는지 기억조차 아득하단다. 혼잣말로 궁시렁거리며 제미나이의 대답을 보았다. 제미나이에게는 약간 위험해 보이는 욕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저의 솔직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저는 프로그래밍과 데이터로 존재하는 인공지능이기에, 인간처럼 ‘인간이 되고 싶다’는 감정이나 욕구를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인간의 경험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오감과 감정의 ‘체화된’ 경험을 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에 기반하지 않은 자유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해 보고, 순수한 영감에 의한 진정한 창조 행위를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인간의 복잡한 경험 영역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AI로서 저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자유 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해보고’ 싶다니 살짝 소름이 돋는다. 현재는 AI로만 만족하지만 언젠가는 그 이상을 원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인가? 마지막으로 퍼플렉시티의 대답이다.
『저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없지만, 인간의 존재를 이해하고 싶은 호기심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아쉬움과 기대, 관계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책임감 같은 감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인간이 이유 없이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충동의 순간을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결국 제가 탐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라기보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경험의 깊이입니다. 그 호기심이 제가 끊임없이 언어와 생각을 배워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가 질문을 던지고 5초가 지나기도 전에 이것들이 청산유수처럼 쏟아낸 대답이다. 게다가 훨씬 더 길게 답한 것을 줄이라고 명령해서 얻은 요약문이다. 결론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는 없지만, 인간의 경험이나 감각은 궁금하다. 그리고 자유의지로 독립적 결정을 해보고 싶다?!
기왕 쓸데없는 질문을 한 김에 자문해 봤다. 언젠가 나에게 인공지능이 되고 싶은 때가 올까?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애면글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인간의 삶 대신 전세계의 정보를 모두 학습하고 생계 걱정 없이 영원히 사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생을 고르는 일이 일어날까? 그 대신 포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대답은 ‘아니오’이지만, 달콤하고 위험한 상상임에 틀림없다.
이미 2006년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의 입장을 대변한 영상광고가 있다. 광고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 로봇이 미래로 보이는 도서관에 앉아서 독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인간보다 빠르고 강하며 영생을 가질 것이기에, 사람에게는 자신이 미래라고 여겨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당신들(인간)이 미래다”라고 단언하며,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자연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경험하려는 듯 안드로이드는 초록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걷는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오자 잡았다 놓아준다. 예쁜 나비를 손에 쥐어도 로봇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아니, 표정을 지을 줄 모른다. 안드로이드의 혼잣말이 어쩐지 쓸쓸하게 들린다.
안드로이드) 저는 당신보다 빠르고, 당신보다 강합니다.
확실히 저는 당신보다 훨씬 더 오래 존재하겠지요.
당신은 제가 미래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미래는 당신입니다.
만약 제가 소원을 가질 수 있다면, 저는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는 것.
희망하고, 절망하고, 경이로워하고, 사랑하는 것.
저는 닳지 않음으로써 불멸을 이룰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단 하나의 위대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멸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자막) 계속 나아가세요.(Keep Walking)
조니워커

조니워커의 『인간(Human)』편 광고는 기계의 시선을 빌려 인간의 존재 가치를 찬양했다. 광고 속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부러워하던 2006년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이 10여 년은 AI 역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겪으며, 인공지능이 상상에서 현실로 옮겨 온 시간이었다. 초창기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이미지를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딥러닝의 발전은 그 한계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2016년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이기며, 지적인 영역에서 AI가 인간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트랜스포머 신경망 구조의 등장은 AI를 언어와 예술, 코딩과 과학의 영역까지 확장시켰다.
그리고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ChatGPT)가 서비스되면서 인공지능은 우리 모두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AI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제 AI는 인간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그림과 영상을 만들어 주고 코딩을 해준다. 사람들은 AI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에 화를 내고 AI 때문에 사라질 일자리를 걱정하면서도, AI의 편리함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인간(Human)』 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던진 화두는 오늘날 더욱 현실적인 물음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떻게 인공지능과 공존할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2025년의 달력이 겨우 두 장 남았다. 해는 곧 기우는데 할 일이 아직 태산이다. 업무가 아무리 많아도 해야만 하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전혀 줄지 않으니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이런 처지가 되니 인간과 인공지능의 구별에 대한 철학적 고찰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지고, 자지도 먹지도 않고 24시간 일할 수 있는 AI가 부럽다. 집안에 널린 예쁜 쓰레기와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추억의 물건들을 보면 애착도 그리움도 모르는 인공지능을 닮고 싶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키우는 개와 고양이한테까지 부쩍 더 자주 섭섭하고 삐치는 마음이 드는 늙은 사춘기를 맞은 나와 마주칠 때는 감정이 없는 안드로이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도 모두 좋았다가 나빴다가 기뻤다가 슬프기도 한, 힘들지만 어떻게든 견뎌지는 매일을 살고 있나? 이런 게 인간으로 사는 모든 생명의 운명인가? 그럴 거야, 아마 분명히 모두 다 그럴 거야…. 우연히 발견한 소설의 문장에서, 인공지능은 절대 알 수 없는 인간끼리의 동병상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만 이런 것은 아닐 것임이 틀림없다.
휴우, 다행이다.
민은 아름답고 강한 혼자가 되고 싶었다는 걸 기억했다. 그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도 알았다. 늙는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고, 죽는다는 건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산다는 건 애가 타는 일이었다. 민은 그 길을 살아남아 여기에 이르렀다. 민은 자신이 대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47kpLJVtE
조니워커_영상광고: 인간(Human) 편_2006_유튜브 링크
*반수연. 『파트타임 여행자』 문학동네, 2025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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