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30. 10:20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A House is a Large Bowl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가 단편소설에서 던진 질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착하고 부지런하고 우직한 농부 파홈(Pahom)이다. 파홈은 1,000 루블을 내면 하루에 걸은 만큼의 땅을 모두 준다는 마을을 찾아가 전 재산을 내고 땅을 사기로 한다. 조건은 해가 지기 전에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온종일 열심히 걸었다. 자꾸 마음에 드는 땅이 눈에 들어와 멈출 수 없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저녁이 가까워졌다. 해가 지기 전에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마침내 출발지점에 도착했지만 종일 걷고 뛰느라 지친 그는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는다. 그리고 겨우 2미터 남짓한 길이의 무덤에 묻혔다. 목숨을 바쳐 차지한 땅은 고작 한 평도 안 되는 크기였다.
해가 바뀌었다. 올해는 사는 집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벌써 마음이 무겁다. 평수를 줄이면 여러 가지가 편할 텐데 그러려면 짐을 줄여야 한다. 물건은 사는 것보다 버리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 열대야에 에어컨이 고장 난 방에서 자는 것만큼이나 고생스럽게 느껴진다. 톨스토이를 흉내 내서 스스로 묻는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 큰 집이 필요할까? 아니 그에 앞서 집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묻는 게 맞겠다. 이 어려운 질문에 무인양품은, 집은 ‘그릇’이라는 기발한 대답을 내놓았다. 무인양품의 주택사업을 담당하는 무지하우스(MUJI HOUSE)는 홈페이지에서 집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잡화나 가구 등, 무인양품이 취급하는 7,000 품목 이상의 생활용품은, 우리 삶의 기본입니다. 『무인양품의 집』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가장 큰 생활용품이며, 애착을 가지고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삶의 그릇’입니다.
집이 그릇이라면 나는 어떤 그릇에 나의 삶을 담아야 할까? 병원이 가까워서, 수영장 근처라서, 출퇴근이 쉬워야 하니까 기타 등등의 이유로 도시의 삶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나는, 전원주택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홀린 듯 쳐다본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땅을 밟을 수 있는 1층짜리 나무집을 부러워한다. 거기 살면 어쩐지 무인양품이 말하는 ‘심플하게 정돈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무인양품의 단층집 두 채
어디에 있어도 가족을 느낄 수 있음.
나이를 먹어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음.
매일의 집안일을, 편하게 해낼 수 있음.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음.
삶이 심플하게 정돈된다.
지금, 단층집(平屋)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 무지하우스는 2000년 5월에 설립되었다. 생활용품을 만드는 브랜드의 기원을 반영해 이들은 주택을 ‘오래도록 쓸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생활용품이라고 정의한다. 그들의 건축은 단순함, 내구성, 그리고 유연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추구한다. 이 콘셉트를 담아 2000년대 초반에 탄생한 첫 번째 주택 모델이 바로 ‘나무의 집(木の家)’이다. ‘나무의 집’은 큰 창문과 높은 천장을 가진 개방적인 원룸 공간인데, 내진 설계와 에너지 절감 기능을 갖추었다. ‘나무의 집’은 일본에서 2006년 굿디자인상을 받았고 2017년 굿디자인 롱라이프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무지하우스는 계속해서 ‘창문의 집’, ‘수직의 집’ 등의 주택 모델을 선보였다. 그들이 만드는 모든 주택은 내진 등급 3을 확보했고, 일본 국토교통부의 장기우량주택인증 사양을 상회하는 성능을 갖추었다.
무지하우스는 2015년 10월, 도쿄 디자인 위크에서 3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한 ‘헛(Hut_小屋;오두막)’을 공개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독일 출신의 산업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르치치(Konstantin Grcic),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일본의 제품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는 각각 알루미늄, 코르크, 나무를 재료로 작은 집을 만들었다. ‘헛(Hut)’은 집을 소유하는데 따르는 부담과 건축의 복잡한 과정을 최소화하는 건축 제품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였다. 디자이너들은 집을 대량 생산 가능한 생활용품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무인양품에서 파는 벽걸이 CD 플레이어와 가전제품을 디자인한 후카사와 나오토는 이 작은 집을 두고 “별장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 않고, 캠핑이라고 하기에는 단순하지 않은”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오두막’은 사용자가 언제든 자연으로 쉽게 이동해 쉴 수 있는 자유를 주며, ‘가장 작은 구조물에 사는, 작은 규모의 삶’이라는 무인양품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오두막들은 2017년 하반기 일본에서 300만 엔에 정식 판매를 시작했으며, 무지하우스 현재의 주택 디자인으로 진화하며 계승되고 있다.

① 재스퍼 모리슨의 오두막_복잡한 건축 과정을 없애고 코르크 패널로 마감되었다. 벽난로, 난로, 주방, 욕실이 갖춰져 있다.
② 콘스탄틴 그르치치의 오두막_골판지 알루미늄으로 덮인 좁은 2층짜리 통나무집. 위아래에 나무와 종이로 된 미닫이 패널이 있다.
③ 후카사와 나오토의 오두막_검게 태운 삼나무로 마감했고 커다란 미닫이 유리 패널, 주철 난로, 접이식 침대, 작은 주방 공간, 넓은 사각형 욕조가 있다.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한다. 집을 관리하는데 비용과 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후회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고치지 않아, 엄마와 함께 속절없이 늙어가던 내 어린 날의 집을 떠올리면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하우스의 제안은 유혹적이다. 무지하우스가 홍보하는 것처럼 조그만 땅에 조그만 집을 ‘가볍고 경쾌하게’ 지을 수 있다면, 그 집에서 집과 나를 보살피며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다면! 내가 떠난 그 집에 내 아이가 들어와 산다면…. 황홀한 상상이다.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삶의 그릇
장식하지 않은 디자인과 유연한 공간 배치에 의한 보편성.
큰 지진이나 오랜 세월에도 견디는 내구성.
무인양품의 집은, 100년 살 수 있는 ‘삶의 그릇’입니다.
보살피듯이 계속 살아가는 것도,
다음 사람에게 거주를 물려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미래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집을 통해서
집 짓는 일을 가볍고 경쾌하게,
나날의 삶을 자유롭고 활기차게 만들어 나갑니다.
무인양품의 집_홈페이지 홍보_2025
작은 집에서 살았던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르 코르뷔지에가 아닐까 싶다. 그는 1952년 프랑스 남부 해안에 면적이 약 14제곱미터 정도인 아주 작은 집을 지었다. 그는 이 집을 카바농(Cabanon)이라고 불렀는데 프랑스어로 오두막, 작은 막사, 소박한 쉼터라는 의미이다. 카바농은 별장(villa)이나 주택(maison)이 아니라 임시적이고 단순한 작은 피난처에 가까운 뉘앙스를 풍긴다고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한 변이 3미터 남짓한 정사각형 안에 침대와 책상, 수납장과 세면 공간을 배치했다. 1965년 바다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18년 동안 그는 여름마다 아내와 함께 카바농에 머물렀다. 주방도, 욕실도 없는 카바농은 오직 쉬고, 생각하고, 그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만을 갖추고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 집을 행복의 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전 세계에 거대한 건축을 남긴 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공간은 더 넓은 집이 아니라, 더 줄일 수 없는 집이었다.

작은 오두막인 무지하우스의 헛(hut)과 르 코르뷔지에의 카바농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카바농은 축소의 끝에 있다.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이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선택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헛(hut)은 축소의 시작에 있다. 아직 거대한 빌딩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줄여보자고 말하는 제안이다. 카바농은 삶의 결론에 가깝고 헛은 삶의 가능성 쪽에 서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나에게 말한다, 사는데 요만큼 크기면 충분하다고. 무지하우스는 나를 유혹한다, 요만한 집에서 살아보라고. 올해도 나는 그들의 오두막보다 훨씬 큰(?) 콘크리트 성냥갑을 떠나지 못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어느 곳,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탐색은 끝나지 않은 숙제로 남아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것이다.
https://www.muji.net/ie/ 무지하우스 홈페이지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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