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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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2025.2
Apartment Apartment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 목적의 건축물은 단연 아파트일 것이다. 경제와 인구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주거 공급을 정책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사회적 인식 속에서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되었고 가장 성공적인 투자방법이 되었으며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비율의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한 경험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의 주거 유형 중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파트가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책으로 써도 부족할 만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최초에는 5층 규모의 판상형 아파트가 보급되다가, 엘리베이터가 적용되며 더 높은 층수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때쯤..
2025.02.28 -
건축사, 일하고 싶다 2025.1
Architect, I want to work 건축을 숭고한 예술행위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에 하나의 사업체가 운영되기 위해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창 시절, 유명한 건축사의 특강이 진행되고 옆자리의 친구가 그분이 설계한 건물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은 모를 수 있지만, 작품을 위해 하는 일이 있고, 회사가 운영되기 위한 일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자는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내가 있던 온실이 와장창 깨지며 바깥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답변이었다.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몇 사람을 만족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고, 훨씬 더 많은 업무와 큰 비용이 필요하며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해..
2025.01.31 -
보통의 건축사, 세상을 만든다 2024.12
Many average architects, maketh the world 학창 시절, 해마다 11월 중순이 되면 밤에 이불을 두르고 친구들과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자자리 유성우를 보는 것이 매년의 이벤트였다. 나는 길어봐야 한 시간 정도 유성 몇 개를 보고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왔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며 수많은 별들과 유성을 마주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유성을 바라보며 어떤 소원을 빌고 싶었을까.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을까. 처음 건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건축사가 되면 세상 모든 건축물들을 다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시티(SimCity) 같은 게임처럼 넓은 땅에 선을 주욱 그려내면 도시가 만..
2024.12.31 -
건축이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사실, 교양이 되어야 한다 2024.11
Architecture is the domain of experts, so it should be educated 부럽다. 그저 부럽다 요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흑백요리사’라는, 요리를 주제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대부분 접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스타 건축사에게 도전하는 흑수저 신진건축사의 모습을 담은 ‘흑백건축사’를 상상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부러웠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주(건축)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대중이 이미 너무도 친숙하고 쉽게 접하고 있다. 일상적(평상복과 일반적인 식사)으로 항상 접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디자이너의 옷과 요리사의 요리) 또한 특별한 날 찾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에 비해 사람들은 매일 경험하고 있..
2024.11.30 -
건축사가 건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2024.10
Creating an environment where architects can focus on architecture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사무실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오늘의 일정과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해 본다. 기억에만 의존하기는 어렵고, 수첩이나 모바일 기기에 남겨둔 메모를 찾아 오전에는 어떤 업무, 오후에는 어떤 업무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시간을 알차게 사용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울리는 전화를 받아보니 예상 못 했던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야 하고,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도 이어진다. 누군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현장에 가봐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갑자기 생긴 일들에서 파생된 다른 일들에 시간을 쓰다 보면, 아침에 계획한..
2024.10.31 -
무한 경쟁시대 2024.9
An age of unlimited competition 나는 100미터 달리기 육상 선수다. 수년간 열심히 훈련한 내 근육들이 단 10초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해주길 기대하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백 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그 경기장이지만,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꼭 우승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을 하며 하나둘씩 들어오는 다른 선수들을 바라본다. 9명 정도가 뛸 수 있는 트랙에 200명 가까운 선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심판을 찾아보려는 순간, “Ready!” 하는 소리가 들리고, 선수들이 일제히 달릴 준비를 하며 출발 신호가 울린다. 그동안의 훈련 덕분에 신호총 소리를 들으면 무조건반사처럼 달리게 되었다. ..
202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