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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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가 건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2024.10
Creating an environment where architects can focus on architecture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사무실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오늘의 일정과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해 본다. 기억에만 의존하기는 어렵고, 수첩이나 모바일 기기에 남겨둔 메모를 찾아 오전에는 어떤 업무, 오후에는 어떤 업무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시간을 알차게 사용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울리는 전화를 받아보니 예상 못 했던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야 하고,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도 이어진다. 누군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현장에 가봐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갑자기 생긴 일들에서 파생된 다른 일들에 시간을 쓰다 보면, 아침에 계획한..
2024.10.31 -
무한 경쟁시대 2024.9
An age of unlimited competition 나는 100미터 달리기 육상 선수다. 수년간 열심히 훈련한 내 근육들이 단 10초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해주길 기대하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백 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그 경기장이지만,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꼭 우승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을 하며 하나둘씩 들어오는 다른 선수들을 바라본다. 9명 정도가 뛸 수 있는 트랙에 200명 가까운 선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심판을 찾아보려는 순간, “Ready!” 하는 소리가 들리고, 선수들이 일제히 달릴 준비를 하며 출발 신호가 울린다. 그동안의 훈련 덕분에 신호총 소리를 들으면 무조건반사처럼 달리게 되었다. ..
2024.09.30 -
대화, 그리고 질문 2024.8
Conversation and questions (대화를 각색한 것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1 “설계사님, 잘 부탁드리고 설계안 잘 뽑아주세요.” “설계사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고, 건축사라고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잘 몰랐네요.” “그리고 설계를 뽑는다는 표현도 좀….” “하하 까다로우시네. 알겠습니다. 설계ㅅ… 아니 건축사님.”#2 “○○구 ○○로 ○○필지에 가설계 좀 해줘요.” “저희는 가설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규 및 규모 검토는 소정의 비용을 계약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요? 다른 데는 다 해준다고 해서 세 군데 정도 비교해보려 했는데, 여기는 잘나가나 보네. 그럼 이거는 저기 사무실에서 가설계 떠 준 건데 이대로 그려서 허가처리 해주시..
2024.08.31 -
젊은 건축사, 신진 건축사 2024.7
Young architect, rising architect 예전에 읽은 책을 펼쳤다가 인상적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건축의 교과서처럼 배웠던 세 명의 거장 라이트, 미스, 르 꼬르뷔지에가 몇 살에 교육을 마치고, 몇 살까지 수습 기간을 거친 후 개인 사무실에서 작업을 시작했으며, 몇 살에 첫 번째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냈는지를 정리한 글이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각각 20, 15, 17세에 교육을 마치고, 26, 25, 34세에 개인작업을 시작해 35, 43, 39세에 첫 마스터피스를 선보였다고 한다. 그들이 겪었던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 단순히 나이만으로 비교하기에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거의 건축사시험을 최연소 합격한 후 신진 건축사상을 받은 수준의 행보 같다...
2024.07.31 -
건축 작업, 건축 작품 2024.6
Building work, architectural work 건축사 업무를 진행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프로젝트라고 불리기도 하고 건물, 건축, 건축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형태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로 바라볼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행위까지 함께 바라볼지 등 관점의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불리는 것 같다. 또한 작업과 작품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이 인식하고 이야기하는 바로는 스스로 ‘작품’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겸손의 의미로 ‘작업’이라고 부르고, 다른 사람의 결과물은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미로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겸손을 미덕으로 하는 한국인의 특징일 수 있겠지만, 비슷하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 자신이 만든 결과..
2024.06.30 -
AI는 건축사의 어떤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2024.5
To what extent can AI replace architects? 배송 물품을 분류하는 과정에 첨단 기계장치들이 더해져 매우 빠른 속도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성능 향상으로 반자율 주행을 넘어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국 여러 지역에서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계장치의 발전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편리함과 신속함을 가져다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의 과정을 거쳐 결과를 보여주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로고송 공모전과 사진 공모전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작품이 수상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니, 단순한 정보의 판단 이외에 감정을 전달해야..
202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