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 쓰고 다시 쓰는 건축 2025.6

2025. 6. 30. 17:10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rchitecture that is revised and rewritten

 

 

 

오래전에는 지역마다 길에 꽂힌 신문을 보고 일자리를 구하거나 중고물품을 거래하기도 했다. 그러다 금융위기 사태 이후 ‘아나바다’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말의 줄임말로 이제는 익숙한 단어이다. 지역마다 중고 가전·가구를 판매하는 곳이 생기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고거래가 이루어지다가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의 앱을 이용하는 식으로 중고거래 방식이 진화했다. 이러한 모습은 원래의 소유자에게는 필요가 없어진 물건이, 구매자에게는 새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새것보다 저렴하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건축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찾을 수 있다. 학교나 기관에서 주말에 사용하지 않는 강당이 종교활동 공간이나 결혼식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는 등 시간대별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서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을 깨끗하게 만들기도 하고, 본래의 기능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건축물을 고쳐서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신축보다 낮은 비용으로 공간을 재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때로는 오래된 건축물이 주는 고유의 미학과 정서가, 새 건물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정약용펀그라운드’는 좋은 리모델링의 사례이다. 기존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댄스연습실과 댄스스테이지가 멋지게 만들어져 있어서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높은 만족도를 가질 것으로 보였으며, 유스호스텔은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었다. 지자체에서 건축을 리모델링하여 이러한 용도로 바꿔서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매우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가구나 제품에 비해 건축은 새롭게 만들고 버려지는 과정에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국에 활용도가 낮은 많은 공공건축물이 있고, 또 새롭게 지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사례는 많은 지자체들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선진 사례를 살펴보러 굳이 해외로 떠나지 않아도 국내에 좋은 사례들을 주목할 수 있다. 활용도가 낮아진 건축물에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접목시키고 이것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이 보유한 공간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건축사들의 창의적인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신축보다는 조금이나마 낮은 비용으로 많은 공간들이 활기를 되찾게 되기를 바라며 건축사에게도 이러한 업무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단, 리모델링은 신축에 비해 건축사들의 수고와 노력이 훨씬 크게 필요하다. 1.5배? 충분하지 않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