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물고 2025.8

2025. 8. 31. 12:10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One after another

 

 

 

프로젝트가 새롭게 시작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설계공모에 작품을 제출하거나, 입찰, 수의계약을 통해 시작되는 경우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것은 완성된 작품을 본 건축주로부터 새로운 프로젝트가 맡겨지는 것일 듯하다. 이미 만들어진 건축물에 대한 사업비와 준비된 예산을 비교해 볼 수도 있을 뿐더러, 건축사와 여러 관계자들의 경험과 역량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믿게 되는 부분도 있다. 간혹 완성된 건축물의 건축주에게 다양한 사항들을 문의하며, 이른바 건축사를 ‘뒷조사’하는 수준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다 보면 이러한 일들이 선순환되기도 한다.

자신의 작업 중 어떤 것을 가장 내세울 만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냐는 질문에, ‘다음에 만들어질 것‘이라는 재치 있는 답을 하는 건축사들이 종종 있다. 기존 작업에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를 장점으로 여기고 찾아온 새로운 건축주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아쉬움을 극복해 내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건축사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작품들은 사무실 전면에 내걸어 놓은 간판보다 훨씬 더 건축주와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든든한 발판이 되어 조금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을 만나고, 조금 더 인정 받으면서 일하게 만들어준다.


이번 호에서 만난 건축사는 좋은 작업을 통해 또 다른 건축주들을 꾸준히 불러오고 있는 분이다. 그동안 건축사지를 통해 게재된 여러 작품들을 보며, 그 꾸준함의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했던 터였다. 그 비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공법이었다. 더 열심히 계획하고, 도면을 그리고,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협의하고, 수정하고…. 결국 건축사의 업무가 본디 타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까지 커버하고 있는 점이 우리 건축의 현실을 보는 듯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이렇게 해야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히 어려운 시기이다. ‘우선 프로젝트가 있어야 다음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물음도 있겠지만, 진행 중인 일에 더 집중하고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교훈이 있었다. 설계자의 의도가 충실히 구현되기 위해 현장을 열심히 오가는 모습에,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러한 노력에 대한 대가도 제도적으로 보장되길 기대해 본다. 한여름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건축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축사님들 이번 한 달도 파이팅입니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