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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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의 이발소 그림 2025.10
AI-generated Images of Barber Shop 인터넷에서 무슨 이미지를 찾다가 우연히 세피아 톤의 그럴 듯한 사진을 발견했다.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오고 있는 런던의 거리 같은 느낌이다. 이 사진은 잠깐 나를 사로잡았는데, 그것은 뇌의 기계적인 반응이었다. 내 뇌는 이해가 쉬운 이미지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선명한 대비로서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명징하게 파악되도록 찍혔다. 이렇게 사진을 찍기도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사진이란 우연의 산물이므로 사진 속의 사물들을 겹치기 마련이고 뭔가 불안정하고 무질서하게 찍히는 것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사진 속 요소들의 관계가 마치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처럼, 아니면 촬영자의 철저한 연출 아래 모델과 자동차가 연..
2025.10.31 - 
                
                  
                  AI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2025.9
Is it possible for AI to replace humans? AI가 등장한 뒤 끊이지 않는 논쟁은 AI가 과연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인간의 충실한 파트너로서 창의적인 작업을 돕고 혁신을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말로 사람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예언하는 듯한 광고가 미국에서 등장했다. AI 비서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아티잔(Artisan) AI의 광고가 그것이다. 아티잔 AI는 노골적으로 인간 고용을 멈추고 AI를 고용하라고 한다. 설득력도 꽤 있다. 이 광고는 집행되자마자 사람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아티잔 AI의 창업자는 광고 문구와 달리 자기들도 사람을 고용한다고 말한다. 창업자의 말은 광고는 주목을 끄는 것이 목적이고, 실제 삶에서는 사람 고용이..
2025.09.30 - 
                
                  
                  크기의 기호학을 무력화할 때 2025.8
When the semiotics of size are neutralized 요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론 뮤익의 전시가 놀라운 흥행을 하고 있다. 이 전시의 대중성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극사실주의다. 20세기 전반기에 피카소와 브라크가 입체파라는 혁신적인 모더니즘 예술을 선보였다. 뒤이어 말레비치, 칸딘스키, 몬드리안은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 비구상 예술까지 발표했다. 20세기는 예술 혁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중은 예술을 난해하다고 여기며 멀리했다. 대중은 역시 사실적인 것에 반응한다. 왜 대중은 사실주의를 좋아할까? 대중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이 익숙하고 편안하다. 대중은 예술을 통해 불편해지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문화가 아무리 아방가르드하게 진보해도 이 현실..
2025.08.31 - 
                
                  
                  몸으로 쓰는 놀이의 글자, 강병인의 캘리그래피 2025.7
Letters of play written with the body, Kang Byung In’s calligraphy 글꼴에 관한 다큐멘터리 를 보면 글자를 사용하는 모던 디자이너들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는 “글자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에 가득 찬 타이포그래피 철학을 갖고 있다. “글자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의아할 수 있다. 글자란 말의 기호인데 어떻게 말을 하지 말란 말인가? 그 의문에 대한 답으로 비넬리의 말을 들어보자. “dog이란 글자가 개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글자의 모양이란 중립적이어야 한다. 즉 글자란 기호이므로 뜻을 전달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전부라는 태도다. 글자는 그 뜻을 지시하는 기표에 불과..
2025.07.31 - 
                
                  
                  명품 의자의 가격 2025.6
The price of a luxury chair 우리가 ‘명품’이라고 쓰는 단어는 영어 ‘럭셔리(luxury)’를 잘못 번역한 말이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말하는 대상을 영어를 쓰는 지역에서는 ‘사치품’ 또는 ‘호사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샤넬, 구치, 루이비통, 에르메스, 디오르 같은 브랜드가 떠오른다. ‘명품’이라고 하면 아주 잘 만들어서 명성이 있는 제품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반면에 가구 브랜드에 대해서는 명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가구 브랜드는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낯설고 생소한데 어떻게 명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겠는가?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가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허먼밀러나 비트라 같은 브랜드는 이제 좀..
2025.06.30 - 
                
                  
                  <마천루>와 <브루탈리스트> ② 2025.5
and ② 아키텍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그것도 건축이 주제인 영화는 많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1949년작 와 지난해 개봉한 다. 지난 호에 를 비평했고, 이번 달에는 를 비평해 보려고 한다. 나는 물론 디자인 칼럼니스트로서 영화 비평이 아니라 영화에서 건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비평하려고 한다. 의 경우 작가 아인 랜드가 자신의 철학인 객관주의를 실천하는 영웅적 인물로서 타협하지 않는 아키텍트를 선정했다고 지난달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는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왜 굳이 건축 분야를 선정했을까? 그것은 건축이라는 작업이 문학이나 미술, 음악과 달리 자신의 예술 의지를 실천하는 데 많은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혼자 고독하게 작업하는 것이 ..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