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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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스크립트체는 어떻게 역동성의 상징이 되었나? 2026.4
How Did Elegant Script Fonts Become a Symbol of Dynamism? 진정한 스크립트 활자는 20세기 중반에야 나왔다. 스크립트 활자(Script typeface)란 사람이 손으로 쓴 유려한 글씨를 인쇄용 활자로 만든 것이다. 20세기 전반기까지 활자란 납으로 만든 물리적인 형체를 갖는 가동활자였다. 오늘날의 디지털 활자는 물리적인 실체 없이도 인쇄가 되지만,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인쇄를 하려면 무조건 물리적인 활자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동아시아의 목판 인쇄술과 달리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에서는 글자들이 독립되어 있다. 이것을 ‘가동활자(movable)’라고 한다. 활판 인쇄술에서는 독립된 가동활자들을 문장의 단어 순서에 맞게 조립한 뒤 인쇄를 한다. 이런..
2026.04.30 -
모던 디자인의 민주화는 어떻게 변질되었나? 2026.3
How Has the Democratization of Modern Design Been Transformed? ‘디자인’이라는 말은 누구나 쓰는 일상적인 단어다. 디자인은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 널려 있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온갖 도구들이 모두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디자인된 것들이다. ‘공기 같은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디자인은 문명 세계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디자인을 약간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다. 디자인은 뭔가 업그레이드된 사물에 쓰는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가구’라는 말을 흔히 쓴다. 모든 가구는 디자인된 것인데, 디자인 가구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디자인 가구는 평범한 가구가 아니라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좀 특별한 가구라는 의미를 지닌다..
2026.03.31 -
문화는 정치에서 독립하지 못한다 2026.2
Culture is Not Independent from Politics 보수적인 미국은 어떻게 진보적인 모더니즘의 가치를 수용하게 되었을까?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은 예술, 건축과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어떠한 진보적인 성취도 없었다. 1913년, 미국에서 유럽의 모더니즘 예술을 처음으로 소개한 전시회 가 개최되었다. 이때 미국인들의 반응은 충격과 황당함이었다. 특히 마르셀 뒤샹의 유명한 는 그림도 아니라는 비난을 받았다. 아모리 쇼에 대한 반응은 20세기에도 여전히 낡은 아카데미즘에 젖어 있던 미국 예술계의 보수성을 잘 보여주었다.건축계의 경우 19세기말 시카고학파의 모던한 마천루 양식이 등장했지만, 20세기가 되자 곧바로 보수적인 건축으로 후퇴했다. 20세기에 들어서 미국의 산업이 급성..
2026.02.27 -
더 빨라진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변화 주기 2026.1
The Faster Cycle of Identity Design Change 지난해 발표된 2026 월드컵의 공식 포스터는 무려 16개다. 피파(FIFA)는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팀을 32개에서 48개로 확대했다. 16개 국가가 더 참여한다. 이는 본선 진출과 지역 예선전의 가치를 모두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도 진출 국가 수를 늘린 이유는 더 많은 나라에 관심을 불러일으켜 흥행과 매출 실적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올림픽처럼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한다면 중계권 수익, 스폰서 노출 빈도, 티켓과 기념품 매출이 모두 올라간다. 그런데 참여 국가 숫자가 늘어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더 많은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월드컵 축구는 최소 5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초대형 구장, 그것도 노후화되지 ..
2026.01.30 -
저항 없는 기술과 재료의 시대 2025.12
An Era of Resistance-Free Technology and Materials 우리는 저항 없는 기술과 재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는 뭔가를 만들려면 늘 재료의 강력한 저항에 시달려 왔다. 인류의 역사는 이 저항하는 재료를 통제하는 기술을 진화시켜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도구를 만든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60만 년 전이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올도완(Oldowan) 석기는 돌로 돌을 깨뜨려 날카로운 모서리를 만든 인류 초기의 돌칼이다. 이것을 만든 인류를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손재주 있는 인간’이다. 호모 하빌리스가 만든 돌칼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투박한 돌 덩어리처럼 보인다. 현대인이 호모 하빌리스가 만든 ..
2025.12.31 -
누구를 위한 미디어 월인가? 2025.11
For Whom Is the Media Wall? 지난 10월 동아미디어센터(동아일보 사옥)에 가로 50미터, 세로 60미터로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초대형 미디어 월이 설치되었다. 이름이 ‘룩스(LUUX)’다. 올해 4월에는 룩스 맞은편에 있는 코리아나 호텔 벽에 가로 20미터, 세로 59미터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코리아나 호텔은 조선일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양대 보수 신문이 모두 한국 역사와 행정, 문화의 중심지인 광화문 일대에 초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고 운영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이 둘 못지않은 규모로 KT 사옥 미디어 월의 오픈식이 열렸다. 이 건물에는 가로 47미터, 세로 21미터짜리 전광판이 무려 두 개나 있다. 두 개를 합치면 코..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