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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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의자인가? 침대인가? 2026.8
Is a Sofa a Chair or a Bed? 아버지는 늘 소파에 누워계셨다. 일요일 오후에는 소파에 누워 야구중계를 보셨는데, 늘 주무셨다. 잠이 드신 거 같아 TV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끄려고 하면 바로 잠에서 깨어나 원상태로 돌리라고 명을 내리셨다. 그리곤 조금 있다가 또 주무셨다. 아버지는 야구 중계를 보시는 건가? 아니면 주무시는 건가? 차라리 방에 들어가서 편안히 주무시지 왜 굳이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결국 주무실까? 이를 학술적인 말로 표현하면 ‘이완된 TV시청’이라고 해야 할까? TV를 보는 것도 아니고 안 보는 것도 아닌 상태. 아버지는 두 가지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다. 하나는 소파의 점령, 또 하나는 TV 채널권이다. 방에 들어가면 소파를 잃는다. ..
2026.08.31 -
스마트폰 시대의 반전 그래픽 2026.7
Ironic Graphics in the Smartphone Era 포스터는 2백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미디어로 활약해 왔다. 마음을 끄는 그림, 그리고 재치 있고 상징적 글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그것은 때로는 길고 논리적인 연설보다 힘을 지녔다. 포스터가 탄생한 19세기에는 여전히 문맹이 많았다. 인터넷은 물론 TV나 라디오도 없던 시절, 극장식 식당 같은 상업공간과 상품을 알리고자 할 때 포스터 말고는 선택할 미디어가 없었다. 신문이나 잡지는 메시지의 밀도가 너무 높아 그것을 수용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포스터는 단번에 사람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미디어다. 더구나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포스터는 TV가 대중화된 뒤에도 여..
2026.07.31 -
디자이너인가? 아티스트인가? 2026.6
Are you a designer? Or an artist? 예술의 포괄적인 개념에 따르면 디자인도 예술임이 틀림없다. 오늘날에도 그런 포괄적인 예술의 개념은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완벽함의 최정상은 너무나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김연아 선수의 빠르고 정확한 트리플 액셀 점프, 마이클 조던의 환상적인 덩크슛은 그 기술적 경지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바로 그러한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고대의 예술 개념인 ‘아르스(ars)’나 ‘테크네(techne)’는 오늘날의 순수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오히려 오늘날의 ‘기술’에 가까웠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예술은 그런 의미로 쓰이고 통용되었다...
2026.06.30 -
디자인이라는 장식 2026.5
Design as Decoration ‘온그라운드’라는 동네 카페에서 오늘날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은 미드 센추리 모던 퍼니처로 실내를 꾸민 세련된 공간이다. 조지 나카시마의 코노이드 의자를 변형한 것 같은 의자인지 테이블인지 모호한 가구 위에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 책들은 주로 디자인과 관련된 책들이다. 가장 왼쪽에 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뱅앤올룹슨의 유명한 베오그램 턴테이블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은 오디오와 디자인을 사랑하는 남자들이라면 놓칠 수 없다. ‘레볼루션’이란 책 제목도 오디오와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가운데 책은 미술관 관련 책이다. 오른쪽 책은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크게 부각되어 있다. 붉은..
2026.05.31 -
우아한 스크립트체는 어떻게 역동성의 상징이 되었나? 2026.4
How Did Elegant Script Fonts Become a Symbol of Dynamism? 진정한 스크립트 활자는 20세기 중반에야 나왔다. 스크립트 활자(Script typeface)란 사람이 손으로 쓴 유려한 글씨를 인쇄용 활자로 만든 것이다. 20세기 전반기까지 활자란 납으로 만든 물리적인 형체를 갖는 가동활자였다. 오늘날의 디지털 활자는 물리적인 실체 없이도 인쇄가 되지만,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인쇄를 하려면 무조건 물리적인 활자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동아시아의 목판 인쇄술과 달리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에서는 글자들이 독립되어 있다. 이것을 ‘가동활자(movable)’라고 한다. 활판 인쇄술에서는 독립된 가동활자들을 문장의 단어 순서에 맞게 조립한 뒤 인쇄를 한다. 이런..
2026.04.30 -
모던 디자인의 민주화는 어떻게 변질되었나? 2026.3
How Has the Democratization of Modern Design Been Transformed? ‘디자인’이라는 말은 누구나 쓰는 일상적인 단어다. 디자인은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 널려 있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온갖 도구들이 모두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디자인된 것들이다. ‘공기 같은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디자인은 문명 세계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디자인을 약간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다. 디자인은 뭔가 업그레이드된 사물에 쓰는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가구’라는 말을 흔히 쓴다. 모든 가구는 디자인된 것인데, 디자인 가구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디자인 가구는 평범한 가구가 아니라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좀 특별한 가구라는 의미를 지닌다..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