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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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시대의 여성 아키텍트와 디자이너 2024.3
Female architects and designers of the modernist era 21세기에 들어와 20세기 전반기 여성 아키텍트와 디자이너를 조명하는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개봉된 는 마르코 오시니가 감독한 다큐멘터리로서 1920년대 급진적인 모더니즘 시대에 활약한 여성 아키텍트이자 디자이너인 에일린 그레이를 조명하고 있다. 에일린 그레이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르 코르뷔지에보다 먼저 강철관 가구를 발표했다. 1925년 바우하우스의 마르셀 브로이어가 최초로 강철관 의자 B3 의자를 발표한 뒤 강철관이라는 재료는 모더니스트들의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 그레이는 1920대 중반 강철관 가구를 디자인하고 자신의 별장을 꾸미는 데 사용할 정도로 선구적이었다. 하지만..
2024.03.31 -
몸은 말보다 정직하다 2024.2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을 보면, 두 주인공인 전두광과 이태신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이때 키가 큰 이태신(정우성 역)이 전두광(황정민 역)을 내려다보고 전두광은 이태신을 올려다본다. 화면에 한 사람만 등장할 때 이태신은 앙각촬영, 즉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로 촬영하고, 전두광은 부감촬영, 즉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촬영한다. 두 사람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에서 전두광은 이태신을 올려다보는 것이 싫은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이야기를 한다. 물리적인 키 차이가 정신적인 키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신체 차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기도 한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1989년작 ..
2024.03.08 -
엔트로피와 풍화, 인공과 자연 2024.1
Entropy & Weathering, Artificial & Nature 서촌에 있는 일상여백이라는 공간엘 갔다. 목공예가 최성우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트레이였다. 이 트레이는 나무껍질을 거의 가공하지 않은 상태다. 나무껍질 겉 표면을 옻칠한 것이 작가가 한 공예적 노력의 전부인 것 같다. 이 트레이는 기능적으로 약간 부실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나무껍질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왔으므로 둥글게 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펜이나 연필을 담아두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나는 이 트레이가 쓸모 이상의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무엇일까? 일반인이 이런 나무껍질을 보았다면, 대부분은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거기서 쓸모를 발견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
2024.01.31 -
마스크, 변신술의 미학 2023.12
Mask, the aesthetics of transformation 서촌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이기에 더욱 변화가 무쌍하다. 가게들은 또 왜 그렇게 자주 바뀌는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은 자영업을 망가뜨린 뒤 그런 현상을 더욱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식당이 카페로 바뀌는 건 여러 번 보았다. 내가 사는 청운동부터 경복궁역까지 가다 보면 상가들이 수시로 바뀐다. 가게가 바뀐다고 상가 건물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건물은 그대로이고 입주하는 상가의 성격에 따라 파사드가 바뀌는 것이다. 한번은 누상동을 지나는데 새로운 건물이 분명한 듯한 카페를 보았다. 그곳은 요즘 대왕 크루아상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손님들이 쟁반에 놓인 커다란 크루아상을 찍고 있었다. 이 카페 건물은 옛날 양옥 건물을 개조한 것이..
2023.12.30 -
파리 노트르담 성당 복원의 역사 2023.11
History of the restoration of Notre-Dame Cathedral in Paris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 불타기 불과 두 달 전에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그곳에서 미사도 보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영성체 시간이다. 워낙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성당에서는 성체를 받아먹는 방식이 다양했다. 한국에서는 두 손을 모아 받은 뒤 입으로 가져가 먹는다. 어떤 나라 신자는 무릎을 꿇은 뒤 입을 벌려 혀로 받아먹고, 어떤 신자는 그냥 서서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아마도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가장 국제적인 미사 공간이 아닐까 싶다. 21세기에 들어와 노트르담 성당은 해마다 1,300~1,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물론 지붕이 불타기 전의 일이다. 이..
2023.11.30 -
프로필 사진은 왜 앞모습이 되었을까? 2023.10
Why is the profile photo a front view? 루이 16세는 프랑스혁명으로 자기 권력의 위협을 느껴 평민으로 가장하고 튈르리궁을 빠져 나와 오스트리아로 도망가기로 한다. 오스트리아 국경에 가까워질 무렵 작은 시골 마을의 우체국 관리가 이들을 수상하게 여겨 제지한다. 그는 마차에서 내린 남자가 프랑스 국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전하지도 않은 18세기에, 게다가 국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지방 관리가 어떻게 그를 알아봤을까? 그것은 루이 16세가 사용한 ‘아시냐(assignat)’라는 프랑스혁명 당시 정부가 발행한 임시 지폐 덕분이다. 임시 지폐에는 아직은 국왕이었던 루이 16세의 프로필(profile), 즉 옆모습 그림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 옆모습이 자신..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