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거대 건축 프로젝트의 종말? 2024.7

2024. 7. 31. 09:15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

Paris Olympics, the end of mega-architecture projects?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 개최 도시는 종목마다 최신식 경기장을 신축하고 전 세계에서 온 수만 명에 달하는 선수단과 기자들을 위한 선수촌과 방송미디어센터, 편의시설을 제공하느라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의 경우 13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한다. 당시 환율로 15조 9천억 원에 달한다. 올림픽 적자는 올림픽이 끝난 뒤 더욱 늘어난다. 많은 비용으로 건설하는 데 반해 활용도가 많지 않은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수영장 등의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최 도시는 막대한 적자가 나고 결국 그것을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개최된 올림픽 중 흑자를 본 대회는 1984년 LA 올림픽이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A올림픽은 대부분의 경기장을 기존의 인프라를 재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이런 올림픽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사진 1> 뮌헨의 올림피아스타디온 ⓒ M(e)ister Eiskalt
<사진 2> 새 둥지 같은 베이징 국립 경기장 ⓒ Morio

올림픽은 늘 거대 건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10만 명 안팎을 수용하는 대규모 메인 스타디움을 비롯해 수영장, 사이클 전용구장인 벨로드롬, 체조 경기장 등 규모가 큰 경기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경기장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요구하는 규모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신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개최국은 언제나 국가 위상을 드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올림픽을 유치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메인 스타디움을 짓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72년 뮌헨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뮌헨 올림피아스타디온(Olympiastadion)은 아키텍트 귄터 베니쉬와 엔지니어 프라이 오토가 디자인했다.<사진 1> 경량 텐트 구조가 아크릴 유리 캐노피로 덮인 지붕은 가볍고 날아갈 듯하다. 이것은 1936년 나치가 개최한 베를린 올림픽의 육중하고 고전적인 메인 스타디움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은 서독이 민주 국가로 거듭났음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이를 날아갈 듯 가볍고 투명한 지붕으로 표현한 것이다. 베이징 국립경기장을 디자인한 헤르조그 & 드 뫼롱은 규칙적인 기둥 구조가 아니라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강철 구조로 디자인했다.<사진 2> 마치 새의 둥지같이 생겼다고 해서 중국인들은 새 둥지를 뜻하는 ‘냐오차오(鳥巢)’라고 부른다. 이들 경기장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반면에 예산을 최대한 줄이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기장을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들 수 있다. 애틀랜타 올림픽 주경기장인 센테니얼 올림픽 스타디움은 처음 건설할 때부터 지역 메이저리그 구단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으로 전환하도록 디자인했다. 2012년의 런던 스타디움 역시 올림픽이 끝난 뒤 일부 시설을 철거해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던 구장은 현재 6만 6,000명 규모로 축소되었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기존의 경기장을 약간 손본 뒤 사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흑자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LA 올림픽의 메모리얼 콜리시움이다. 이 경기장은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을 기념하고자 1923년에 완공되었고, 1932년 올림픽, 1984년 올림픽을 이미 개최했으며, 2028년 올림픽도 치를 예정이다. 얄미울 정도로 알뜰하게, 무려 세 번의 올림픽을 치를 초유의 스타디움이다. 

 

<사진 3> 1998년 월드컵을 위해 건설된 스타드 드 프랑스

파리 올림픽은 수영장만 제외하고 모든 경기장이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한다. 주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위해 건설되었다.<사진 3> 프랑스가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역사적인 장소가 바로 스타드 드 프랑스다. 그 밖에도 유로 축구선수권대회, 챔피언스리그, 세계럭비대회는 물론 각종 대형 뮤직 콘서트와 같은 문화 이벤트도 자주 열리는 만큼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다목적 스타디움으로 건설된 만큼 축구, 육상, 콘서트 등 용도에 맞게 관중석이 이동하여 변형된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서 개보수 작업을 했지만, 그 비용은 크지 않다. 이전 대회인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의 경우는 비용이 무려 14억 달러(약 2조 원)에 달했다. 도쿄국립경기장이 스타드 드 프랑스만큼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리 올림픽의 재활용 전략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알 수 있다. 

 

<사진 4> 비치 발리볼이 열리고 있는 샹 드 마스(Champ de Mars)의 임시 경기장 에펠 타워 스타디움 사진출처 : Paris2024.org

파리 올림픽 경기장 계획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관광 자원을 활용한 임시 경기장이다. 1900년에 근대적인 재료인 철과 유리로 만든 유서 깊은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군사박물관으로 유명한 앵발리드(Les Invalides)에서는 양궁 경기가, 콩코드 광장에서는 3 대 3 농구와 사이클 BMX 프리스타일,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킹(비보잉)과 같은 길거리 스포츠가 열린다. 에펠탑도 경기장의 일부가 될 전망이다. 에펠탑 뒤쪽의 넓은 공원인 샹 드 마스(Champ de Mars)에는 비치 발리볼과 패럴올림픽의 시각장애인 축구 경기를 위한 경기장이 임시로 마련된다.<사진 4>

옥스퍼드 대학의 올림픽 비용 분석 연구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모든 올림픽은 대회가 끝난 뒤 평균 172%의 초과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올림픽이 끝난 뒤 올림픽 정산을 하지만, 진실은 그 뒤에 더욱 적자 폭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초과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올림픽이 일종의 과시적이고 낭비적인 허세의 이벤트라는 점에 있다. 단 15일의 행사를 위해 수조 원을 퍼부어 경기장을 만든다. 물론 만들 때는 올림픽이 끝난 뒤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콘서트와 같은 행사를 계획하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 약속된 것이 없다. 

21세기 들어와 올림픽은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리지 못한다. 즉 다변화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로 인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이런 대회를 위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려는 나라가 줄어들고 있다. 2024년 올림픽의 경우 유치 경쟁에 참가했던 독일 함부르크, 체코 부다페스트, 이탈리아 로마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부실한 재정을 이유로 중도에 경쟁을 포기했다. 그러니 파리 조직위원회는 적자 폭을 줄이고자 수영장만 신축하고 무려 시설의 95%를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하거나 임시 경기장으로 때우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수영장도 대회가 끝난 뒤 지역 생활 스포츠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는 계획 아래 건설되었다. 파리 올림픽은 ‘덜 짓고, 더 낫게, 유용하게(Building less, Better and Usefully)’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앞으로는 위상이 대폭 떨어진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 시민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개최하더라도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큰 경기장 신축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