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것의 힘 2025.5

2025. 5. 31. 11:1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The Power of Being Together

 

 

 

건축사라는 직업과 자격 요건이 만들어진 것은 사회적 협약 속에서 전문가를 인정하고 그에게 해당 분야에 대한 업무를 믿고 맡기기 위함일 것이다. 다양한 전문 분야를 정하고 각 분야의 전문 자격을 만든 것은, 각자의 의식주를 해결하던 것에서 발전해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며, 누군가는 옷을 만들고, 누군가는 건축을 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서로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은 원시적·동물적인 삶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지며 가장 먼저 만들어진 직업 중 하나일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 사무실을 개소하는 신진 건축사들의 경향을 살펴보면, 점점 더 건축사보 없이 건축사 혼자서 사무실을 운영해 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양하고 효율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에 능숙한 건축사가 많아져, 역시 건축사들이 다양한 능력을 겸비했다는 뿌듯함이 들게 만드는 동시에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 업무대가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느껴져 씁쓸함도 느낀다. 이러한 건축사들이 모여서 함께 설계공모를 진행하며,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협업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치 뮤지션들이 각각의 노래마다 어울리는 다른 뮤지션과 피처링(협업)을 시도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앞으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협업도 더욱 유연한 이합집산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호의 표지작은 두 건축사사무소의 협업 작품이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찾아가니 4개 사무소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사무소의 공간을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집기와 장비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며, 경험과 노하우도 공유되고 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각각의 설계공모에 더욱 적합한 건축사끼리 모여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며, 업무가 단기간에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발전적인 의견을 나누고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도 함께하는 것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건축이라는 행위 자체는 위대한 장인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공예품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도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모임과 온라인에서의 접촉점들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점들을 해결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서로 돕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함께함이 더 많아질 것인데, 중소규모의 사무실들이 모여서 훌륭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미래에 대한 교훈을 주는 것 같았다. 협회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것도 큰 기대가 된다. 건축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였으니, 이곳에서 많은 함께함이 이루어지고, 엄청난 것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