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2025.2

2025. 2. 28. 10:5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partment Apartment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 목적의 건축물은 단연 아파트일 것이다. 경제와 인구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주거 공급을 정책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단지 아파트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사회적 인식 속에서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되었고 가장 성공적인 투자방법이 되었으며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비율의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한 경험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의 주거 유형 중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파트가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책으로 써도 부족할 만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최초에는 5층 규모의 판상형 아파트가 보급되다가, 엘리베이터가 적용되며 더 높은 층수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때쯤에는 아파트가 닭장 같다는 표현이 등장하며 거주자의 개성보다는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세대가 밀집해 있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생겼다. 더 많은 세대수와 수익, 그리고 더 좋은 분양성을 저울질하며 판상형과 타워형 아파트가 조합되기 시작했고, 독특한 세대조합이 만들어지며 특색 있는 아파트가 선보이기도 했다. 1,0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설계되는 것은, 1,000명의 건축사가 1,000개의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기회를 한 명의 건축사가 대체하는 것이라는 관점도 있는데, 실제로 아파트를 설계하는 건축사사무소를 대규모로 성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아파트는 건축사의 작품이라기보다 시공사의 이름을 앞세운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파트 이름이 거래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들이 이름이 바꾸는 경우도 있으며,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건설사의 브랜드가 상당히 큰 가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때문에 건축사의 이름이 표기된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고, 아파트에서만큼은 건축사가 전문가가 아니라, 시공사가 전문가이고 전 국민이 전문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최근에는 국내 건축사는 표기하지 않으면서도 해외 유명 건축사를 내세워 광고효과를 얻으려는 것이 유행처럼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강변이나 세종시 등 특정지역에서 주동 디자인, 특히 입면을 특화시킨 아파트를 만날 수 있는데, 주민대표의 생각과 심의위원의 생각 등 수많은 의견을 모아 어렵게 만들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이러한 심의제도는 더 많은 세대수를 채워 분양하려는 사업목적에 건축적인 가치를 조금이나마 더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이지만 명암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거주자의 삶을 생각하며 아파트가 마을이 되고 고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건축사의 세심한 생각들이 더해지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게 될 것이다. 그동안 대표 주거 유형이 건축 작품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너무 적었다. 건축사지에 또 다른 멋진 아파트 작품들이 게재될 날을 기대해 본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