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31. 11:35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rchitect, I want to work
건축을 숭고한 예술행위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에 하나의 사업체가 운영되기 위해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창 시절, 유명한 건축사의 특강이 진행되고 옆자리의 친구가 그분이 설계한 건물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은 모를 수 있지만, 작품을 위해 하는 일이 있고, 회사가 운영되기 위한 일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자는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는 내가 있던 온실이 와장창 깨지며 바깥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답변이었다.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몇 사람을 만족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고, 훨씬 더 많은 업무와 큰 비용이 필요하며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 한마디에서, 건축사로서 설계 과제를 하듯이 업무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필요하며 비용을 지급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건축사 업무를 ‘먹거리’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계신다. 처음에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건축사의 디자인 의도를 담아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내심 아쉽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 자체가 있어야 거기에 생각과 디자인이 담길 수 있는데, 일 자체가 주어지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먹거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들이 많은데, 작년에도 건축 경기가 좋지 않았기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과거에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예측했던 해가 없지만 잘 버텨왔고, 올해부터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많이 보인다며 희망을 담아 새해를 맞이하자는 분들 또한 많다. GDP 대비 건축 관련 사용비용의 비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안착하고 있으니 더 이상 줄어들지 않으리라 기대해 보지만, 수년간 다양한 이유로 인해 경제적 지표는 건축을 진행하려는 의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는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시작하시길 바란다. 그와 동시에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이 바로잡아지면 좋겠다.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경험을 쌓는 것,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받는 것, 윤리적으로 일하고 신뢰를 쌓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건축사’라는 이름이 국민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인식되어야 한다. 적어도 건축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와, 건축을 하려면 건축사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우리 건축사가 일하는 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 건축사 몇 명의 노력으로는 바꾸기 어렵지만, 모든 건축사가 동참하면 당장 바꿀 수 있다. ‘건축사, 일하고 싶다’라는 많은 건축사들의 외침은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받고 싶다는 외침일 것이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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