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 2026.2

2026. 2. 27. 10:20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The Oldest Way to Welcome the New Year

 

 

이란에서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강가에 모여 매일 사용하는 카펫을 세탁합니다. 말하자면 온 마을이 함께하는 대청소인 셈이죠.
대장 격인 어머니가 힘찬 목소리로 구령을 붙이면, 나팔과 북소리 같은 악기 연주가 더해지며 청소에 한층 더 활기가 넘칩니다.

 

무인양품_40주년 기념 브랜드 메시지:기분 좋은 것은 왜일까_보도자료_2020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기 전에 청소를 한다. 정갈한 환경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는 마음일 게다. 그중에서도 이란의 새해 대청소는 유난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란에서는 새해인 노루즈(Nowruz)를 앞두고 약 2주 전부터 코네 타카니(Khaneh Takani)라는 대청소를 시작하는데, ‘집을 흔들어 먼지를 털어낸다’는 코네 타카니의 말뜻 그대로, 집 안의 가구를 모두 밖으로 꺼내고 커튼과 직물을 전부 세탁한다. 은식기와 생활 도구를 닦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사용하는 카펫을 물에 빠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집 전체를 세탁하는 수준의 청소는 혼자 하기 어려워 가족뿐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서로 도와서 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청소했던 기억이 있다. 돌아보면 구석기시대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초등학교 시절, 그때는 전교생이 교실 마룻바닥에 초를 묻히고 마른걸레로 윤기를 내는 일이 학교의 큰 행사였다. 입김 호호 불어 유리창을 닦는 일도 꽤 자주 했다. 창틀에 걸터앉아 창문을 닦다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고 높았고, 펄럭이는 커튼은 제멋대로 경쾌했다. 바닥을 쓸다가 빗자루를 들고 칼싸움을 하는 장난꾸러기들, 그 사이로 성실하게 물동이를 나르고 마포를 빠는 착한 동무들, 칠판지우개를 털다 온통 분필가루 범벅이 되어 헤헤 웃는 친구들과 대청소하던 날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인간의 청소는 자신의 생활공간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100층이 넘는 고층건물도, 거대한 선박이나 어마어마한 불상도 사람이 목욕을 하듯 때를 벗긴다. 무인양품은 문화와 문명을 초월해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일상에 주목했다. “청소를 하면 왜 기분이 좋을까?”라는 질문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기분 좋은 삶과 사회를 만드는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중국 천진에서 펼쳐진 10명의 청소 대원이 고층 빌딩 유리창을 닦는 모습입니다.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청소는 어딘지 기특하고 정성스러워 보입니다.
빌딩 벽면에 음표처럼 매달린 사람들. 청소는 밀대와 스퀴지를 이용해 리드미컬하게 진행됩니다.


거대한 선박을 고압 세척기로 청소하는 모습입니다.
선박용 독(dock)에 배를 넣고 물을 모두 뺀 뒤 깨끗이 씻어냅니다.
운항 중에 달라붙은 조개껍데기나 이물질 등을 정기적으로 제거하여 배의 추진력을 높입니다.


매년 8월 7일, 동대사(東大寺)에서는 대불의 몸을 닦는 ‘오미누구이(お身拭い;부처님 몸 닦기)’ 행사가 열립니다. 이른 아침, 하얀 옷을 차려입은 스님과 신도들이 모여 목욕재계로 몸을 정결히 한 뒤 일제히 청소를 시작합니다. 아마도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과 기분 또한 환하게 밝아질 것입니다.

무인양품_40주년 기념 브랜드 메시지:기분 좋은 것은 왜일까_보도자료_2020

 

무인양품이 창립 40주년을 맞은 2020년 8월 28일부터 무인양품이 진출한 모든 국가와 지역의 웹사이트에 17개 언어로 발표한 새로운 브랜드 메시지 얘기다. 무인양품이 말하는 ‘메시지’는 브랜드가 지금 시점에서 사회와 공유하고 싶은 질문이나 태도를 말한다. 그래서 보도자료에 늘 “새로운 무인양품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개합니다.”라고 쓴다. 2020년 여름 무인양품의 메시지는 「기분 좋은 것은 왜일까」였다. 메시지를 시작하면서 ‘청소’를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영상이 특집 페이지에서 2주 간격으로 순차 공개됐고, 이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짧은 영상이 SNS를 통해 매일 배포됐다. 일본에서는 같은 시기에 신문 광고와 TV 광고가 함께 집행됐으며, 매장 내 대형 비주얼도 해당 메시지에 맞춰 교체됐다.
이 메시지는 생활의 기본을 지탱해 온 감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을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청소에 연결했다. 청소는 문화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통된 행동, 결과가 쌓이지 않고 반복되는 일, 생활을 계속 가능하게 만드는 상태를 유지하는 행위이다. 무인양품은 이 캠페인과 연계한 청소 용품 세일을 진행하면서 ‘원래 생활을 심플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인양품의 모든 상품은 청소와 통하는 면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인양품_40주년 기념 브랜드 메시지:기분 좋은 것은 왜일까_신문광고_2020

 

물이나 공기처럼
나라의 하세데라 사찰에서는 새벽 5시부터 청소가 시작됩니다. 3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예불당의 나무 바닥은 매일 쉬지 않고 닦여 왔습니다. 2019년, 무인양품은 전 세계의 청소하는 장면들을 촬영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기 전의 일입니다.
문화와 문명을 초월하여 이어져 온 ‘청소’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습니다. 무인양품이 탐구하는 기분 좋은 삶과 사회를 향한 실마리가 그 안에 보일지도 모른다고 여겼습니다.
세상이 멈춰 버린 지금, 그때의 사진과 영상을 다시 찬찬히 바라보면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의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그 안에 담긴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인간 본래의 삶의 모습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살과 숨을 가진 몸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잘 먹고, 잘 걷고, 잘 자며, 묵묵히 청소를 하면서 살아있다는 행복을 온몸으로 실감하며 살아가는 존재일 것입니다.
무인양품은 양심과 창의성에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삶을 지향하는 고객과 함께 기분 좋은 생활과 사회를 향해, 최선의 그리고 가장 견고한 『생활의 기본과 보편』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땅을 딛고 서서 이마에 땀 흘려 일하는 상쾌함을 느끼고, 인간과 자연의 좋은 관계를 모색하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과 충만함을 공유하며, 그렇게 각자의 지역과 삶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신문광고의 카피를 읽다 보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세계적인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가 작곡한 피아노곡을 BGM으로, 대사 없이 청소하는 장면만 이어지는 영상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가 오늘 마루를 쓸고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을 닦은 사소한 일들이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이며 ‘살아있다는 행복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일이었다니! 어제 했던 힘든 노동의 결과가 오늘이면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잘해도 유지이고 안 하면 바로 표가 나는 청소가 왜 나를 기쁘게 하는지 자문한다. 많이 비싸지도 않은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이토록 깊은 통찰을 세계를 향해 내놓는 것에 감탄하면서.
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나도록 내 집에는 작년의 묵은 먼지와 정리하지 못 한 짐이 그대로 쌓여 있다. 사무실에서도 작년에 끝내지 못한 일을 아직 붙들고 있으니, 어쩌면 나는 여태 2025년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겐 충무공의 열두 척 배에 버금가는 설날이 아직 남아있다. 설날이라는 또 하나의 새해가 되기 전에 무인양품의 메시지처럼 말끔히 청소를 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봐야겠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 지속해온 삶의 방식인 ‘잘 먹고, 잘 걷고, 잘 자며, 묵묵히 청소’하는 일! 거창한 새해 계획 대신 그것을 2026년 한 해 내가 보듬고 갈 화두로 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s://www.muji.com/jp/message/2020/ja// 무인양품 메시지 소개 링크
https://assets.ryohin-keikaku.jp/news/2020_0828.html/ 무인양품 캠페인 소개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