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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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빌런은 누구일까? 2024.3
Who is the villain of our company? 2023년 8월 롯데손해보험은 ‘세상에 없던 보험의 원더랜드’를 지향하는 보험플랫폼 앨리스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했다. 앨리스에서는 가족 한 명만 대표로 가입하면 되는 ‘캠핑차박보험’, 학교폭력이나 스쿨존 교통사고 등을 보장하는 ‘청소년보험’, 부모님에게 보이스피싱 등 전자통신금융사기가 발생할 때 보상하는 ‘MY FAM 불효자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16가지의 보험상품 중 직장인보험이 특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원형탈모·대상포진·통풍 등 직장 내 괴롭힘이나 스트레스로 생기는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인데, 직장인의 일상 속 악당(빌런)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뜻에서 ‘빌런(VILLAIN)’ 보험으로 이름 붙..
2024.03.31 -
엄마는 그냥 엄마다 2024.2
Mom is just mom 막내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로 여행을 간단다. 행여 뭔가 빠트리고 가지나 않을까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했다. “트레킹도 한다며? 목이 긴 양말도 챙겨.” “병원 예약 미리 연기해. 한 번 놓치면 한 달 기다려야 하잖아.” “잘 못 온 신발 교환하러 택배 기사님 올 텐데 먼저 받은 거 현관문 밖에 내놓는 거 잊지 마.” “눈 온다, 공항에 늦지 않게 좀 미리 움직여.” 노심초사 엄마의 잔소리는 결국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막을 내렸다. 큰 아이가 밤낮이 거꾸로인 북미로 출장 갈 예정이란다. 아침 비행기인지 며칠이나 머물다 오는지 누구와 같이 가는지 궁금해서 계속 물었다. 호기심 엄마의 질문은 “뭐 하러 그걸 다 알려고 해요?” 하는 떨떠름한 대꾸로 끝..
2024.03.08 -
“세상이 점점 편리해질수록 나는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2024.1
“As the world is getting more convenient, I feel more and more uncomfortable.“ 집 앞에 꽈배기 가게가 새로 생겼다. 간판도 내부도 깔끔하고 맛나 보여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한 명이 판매대 앞에 서있었다.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려는데 옆에 있는 키오스크를 가리킨다. 매장을 둘러보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기계다. 익숙하지 않은 키오스크를 잡고 씨름하느라 겨우 꽈배기 하나를 결제하는 데 5분이나 걸렸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놈의 NFC는 왜 새 기계에 대기만 하면 말썽인지… 내가 씨름을 하거나 말거나 꽈배기 가게 주인은 무심했다. 손님도 없고 혼자 우두커니 서있느니 그냥 주문을..
2024.01.31 -
잠깐이었다가 영영이었다가 2023.12
It was a moment It was forever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오래전에 최영미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시에 빗대어 나의 2023년을 돌아보면 꽃처럼 피었던 적도 없는데, 이제 잠깐 사이에 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삼백예순다섯 날 중 어떤 날은 늪처럼 깊은 수렁이 되어 내 야윈 발목을 잡았고 어떤 날은 우산 없이 만난 소나기처럼 온몸을 흠뻑 적셨다. 어느 하루 쉽게 지나간 날 없었다. 그런데, 아주 잠깐처럼 느껴진다. 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선배의 추모식에 갔었다. 선배의 뜨겁고 여여(如如)했던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그를 추억하고 생전의 에피소드를 나누며 점심을 같이 먹었다. 선배가 늙기를 멈추고 있는 동안 나만 차곡차곡 나이 들어서 선배보다 늙어버렸다. 5년 전..
2023.12.30 -
핵인싸는 아니지만 핵개인입니다 2023.11
I’m not a super insider but a nuclear individual 지금은 출산을 장려하고 다둥이를 둔 집을 부러워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형제가 많은 것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요즘의 저출산 추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산아 제한 정책이 정부 주도로 펼쳐졌다. 아이를 적게 낳자는 정책 홍보를 위한 공익광고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1960년대, 가족계획협회는 지방에 지부를 설치하고 세 명의 자녀를 세 살 터울로 35세까지만 낳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말자는 3•3•35운동을 전개했다. 이 때의 표어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 가족계획의 표어는 3•3•35에서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다. 불임을 위한 정관..
2023.11.30 -
늦기 전에, 늦었어도! 2023.10
Before it’s too late, and even if it’s late! 투게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빙과회사 빙그레가 지난 7월 15일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에서 학생 독립운동가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을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퇴학을 당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를 위해 마련한 명예졸업식이다. 명예 졸업장을 받은 사람들은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 안에 퇴학 기록과 복원 가능한 사진이 남아있는 학생 독립운동가 중 후손들의 동의를 받아 선정한 94명이다. 150여 명의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빙그레, 국가보훈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졸업식에서는 김찬도 선생이 홀로그램으로 복원된 영상을 통해 졸업사를 낭독했다. 김찬도 선생은 수원지역의 학생운동 ..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