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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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때 하면, 환골탈태 될까? 2024.10
If we scrub off the dirt, then will we turn over a new leaf? ‘쉿! 주인 몰래 영업합니다 몰래탕’ 부산 영도구에 있는 오래된 목욕탕인 봉래탕 건물에 알쏭달쏭한 문장을 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목욕탕 정기 휴일에 열리는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광고하는 현수막이었다. 2023년 6월 두 차례 진행된 ‘몰래탕’ 팝업 스토어는 매끈목욕연구소와 봉래탕의 협업 행사였다. 1986년 문을 연 봉래탕은 창업자의 아들이 이어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38년이나 된 동네 목욕탕이다. 매끈목욕연구소는 도시를 디자인하고 브랜드화해 가치를 부여하는 부산의 도시 브랜딩 회사 ‘싸이트브랜딩’의 사내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 연구소는 부산의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래..
2024.10.31 -
광고, 도시의 풍경을 바꾸다 2024.9
Advertising, changing the cityscape 2024년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삼성전자 영국 법인은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 Z 폴드6와 Z 플립6를 홍보하기 위해 런던에서 폴드 타운 캠페인을 전개했다. 폴드 타운 캠페인은 런던 동부의 올드 타운(Old Town)을 잠시 폴드 타운(Fold Town)으로 변신시킨 옥외 광고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런던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TfL)의 협조를 얻어 지하철역의 간판과 개찰구, 에스컬레이터, 플랫폼에 붙어있는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라는 역의 이름을 폴드 스트리트(Fold Street)로 바꾸어 달았다. ‘오래된 거리’가 ‘접는 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폴드 스트리트로 변신한..
2024.09.30 -
누구는 태양을 가두고 누구는 태양을 가리고 2024.8
Someone traps the sun Someone covers the sun 해가 거의 뜨지 않는 긴긴 극야(極夜)가 지나고 여름이 되면 스웨덴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최소한의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양을 만끽한다고 한다. 아무리 뙤약볕이라도 그늘을 찾는 이들은 없단다. 게다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여름인 6, 7, 8월에도 최고 기온이 22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다. 여름인데도 비교적 쌀쌀한 날씨와 햇볕에 대한 목마름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카페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야외 테라스 자리를 찾아 앉는다. 당연히 해가 안 드는 그늘진 자리에 있는 의자들은 앉는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기 마련이다. 찾는 이 없어 외롭게 놓여있는 이 의자에 주목한 회사가 있다. 스웨덴에서 탄생한 세계 ..
2024.08.31 -
마침표를 찍는다는 일 2024.7
Putting a period 신입사원 시절, 인쇄광고의 카피를 쓸 때 헤드라인에는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배웠다. 물음표나 느낌표, 쉼표는 다 사용하는데 유독 마침표는 쓰지 않았다. 무심코 마침표를 써서 카피를 넘겨도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알아서 헤드라인의 마침표를 빼고 제작물을 만들었다. 문법적으로는 분명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어야 옳은데 헤드라인은 항상 그 문법을 무시했다. 시각적으로 더 깔끔해 보여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검색을 하다가 마침표를 생략하는 것이 미국에서 널리 준수되는 AP(Associated Press)통신의 스타일 지침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AP통신의 지침은 기사의 헤드라인을 쓸 때 요점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마침표를 포함한 불필요한 구두점을 없애고 간결하게 작..
2024.07.31 -
AI, 선물일까 괴물일까? 2024.6
AI, a gift or a monster? 모 전자회사에서 새로 내놓은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회의를 하기로 했다. 회의의 주제는 이 제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였는데, 관련한 팀원들이 각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노트북을 열고 파워포인트의 ‘새 문서’ 화면을 펼쳤다.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떠오를 리 없으니 몇 분이 흐르도록 빈 화면의 커서만 졸린 눈처럼 끔뻑끔뻑거렸다. 온라인 세상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게 물었다. 모모전자에서 이런저런 특징을 가진 제품이 새로 나왔어. 이 제품의 타깃 고객층은 누구일까?1분이 채 되기 전에 700자, 즉 원고지 3장 반 분량의 답변이 돌아왔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지만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발판으로..
2024.06.30 -
두 번은 없을, 새봄 2024.5
New Spring, which won’t happen twice 여느 때처럼 헤드폰을 끼고 출근길을 걷고 있었다. 헤드폰을 끼면 주변의 소리가 모두 사라진다. 소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도 덩달아 희미해진다. 바로 옆을 지나치는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컵도,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선 사람들이 뿜어내는 아침 담배연기도, 짐을 내리는 택배기사의 분주함도 영화 속 화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헤드폰의 소리에만 집중하며 걷던 내 눈에 무언가 번쩍하고 들어왔다. 코엑스 건물에 달려 있는 글판에 내걸린 문안이었다. 새싹을 밟을까봐, 아이는 깡총깡총 걸었다 뭐지? 저렇게 순한 문장은? 새싹을 밟을까봐 조심하는 어린이라니, 게다가 살금살금 걷지 않고 봄 햇살이 주는 흥을 못 이겨서 깡총깡총 걸었다..
202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