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태양을 가두고 누구는 태양을 가리고 2024.8

2024. 8. 31. 09:20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Someone traps the sun Someone covers the sun

 

 

 

해가 거의 뜨지 않는 긴긴 극야(極夜)가 지나고 여름이 되면 스웨덴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최소한의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양을 만끽한다고 한다. 아무리 뙤약볕이라도 그늘을 찾는 이들은 없단다. 게다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여름인 6, 7, 8월에도 최고 기온이 22도를 넘는 일이 거의 없다. 여름인데도 비교적 쌀쌀한 날씨와 햇볕에 대한 목마름으로 스웨덴 사람들은 카페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야외 테라스 자리를 찾아 앉는다. 당연히 해가 안 드는 그늘진 자리에 있는 의자들은 앉는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기 마련이다. 
찾는 이 없어 외롭게 놓여있는 이 의자에 주목한 회사가 있다. 스웨덴에서 탄생한 세계 최대의 가구와 생활 소품 판매 업체인 이케아(IKEA)다. 이케아의 스웨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리더인 지오나스 베스트버그(Jionas Westberg)는 말한다. “(가구 회사인)이케아의 입장에서는 야외용 가구가 그늘에 텅 비어 홀로 있는 것을 보는 게 좀 슬프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케아는 스톡홀름의 중심 거리에 자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니세달(Nissedal)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거울을 가격표까지 붙어 있는 채로 설치했다. 거울로 만든 옥외광고인 셈이다. 그리고 니세달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달아 태양의 위치에 따라 거울의 각도가 자동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거울은 해를 따라 움직이며 야외의 그늘진 카페테라스에 따뜻한 햇살을 반사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카페의 그늘진 자리에서도 해를 받으며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막)
야외용 가구는 햇빛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케아는 이것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GPS로 조종되는 옥외광고판으로.
여름을 즐기세요.

 

 

이케아 스웨덴_옥외광고 소개_영상광고_2024


스웨덴 이케아의 거울 광고 아이디어가 기발하긴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더운 우리의 여름을 생각하면 햇볕이 달갑지는 않다. 스톡홀름에서 여름을 맞는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요즘은 해를 피해 어디든 숨고 싶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타려고 그늘 한 점 없는 정류장에 서있을 때는 해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의 여름에는 이케아의 거울 광고판보다 10여 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 설치되었던 맥도날드의 블라인드 광고가 더 필요하다. 
맥도날드 캐나다는 햇볕이 뜨거운 밴쿠버의 한 버스정류장에 모션 센서로 움직이는 블라인드 광고판을 설치했다. 누군가가 버스 정류장 옆에 다가가거나 안에 앉으면 모션 센서가 작동해서 열려 있던 블라인드가 닫힌다. 닫힌 블라인드는 햇빛을 차단하여 버스 정류장 안쪽에 앉은 사람들에게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블라인드에는 맥도날드가 새로 출시한 음료인 복숭아 스무디 사진이 인쇄되어 보는 이의 갈증을 자극한다. 



(자막)
여름은 꽤 더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모션 센서를 이용해서, 메시지를 드러내고, 
‘여름 내내 시원하게 지내세요.’
시원한 음료를 홍보하면서
사람들에게 시원한 순간을 선물하는 것은
같은 일입니다. 
여름 내내 시원하게 지내세요!

 

 

맥도날드 캐나다_복숭아 스무디 옥외광고 소개_영상광고_2014


태양을 붙잡아 일조량을 늘리는 이케아의 거울이나, 태양을 가려 그늘을 만드는 맥도날드의 블라인드 모두 도시의 여름 풍경을 재미있게 변화시킨 광고들이다. 
두려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을 폭염일이라고 한다. 지난 7월 11일까지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8년의 같은 기간 대비 2배가량 많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작년의 경우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가 지나고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난 뒤 9월이 와도 무더위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선글라스와 양산으로 태양을 가리고 길을 걷는다. 가리지 못 한 샌들 위로 쏟아지는 햇볕에 발등이 뜨겁다. 
내년 여름에는 폭염을 피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국 땅 스톡홀름의 서늘한 카페에 앉아 햇살을 만끽하며 원고를 마감하는 상상을 한다.  
태양이 준비한 뜨거운 여름을 나고 맞이할, 보송보송한 가을을 기다린다.

 

 

https://vimeo.com/966176380 
이케아 스웨덴_옥외광고 소개_영상광고_2024_비메오 링크

https://vimeo.com/103960182 
맥도날드 캐나다_복숭아 스무디 옥외광고 소개_영상광고_2014_비메오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