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30. 09:20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Advertising, changing the cityscape
2024년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삼성전자 영국 법인은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 Z 폴드6와 Z 플립6를 홍보하기 위해 런던에서 폴드 타운 캠페인을 전개했다. 폴드 타운 캠페인은 런던 동부의 올드 타운(Old Town)을 잠시 폴드 타운(Fold Town)으로 변신시킨 옥외 광고 캠페인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런던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TfL)의 협조를 얻어 지하철역의 간판과 개찰구, 에스컬레이터, 플랫폼에 붙어있는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라는 역의 이름을 폴드 스트리트(Fold Street)로 바꾸어 달았다. ‘오래된 거리’가 ‘접는 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폴드 스트리트로 변신한 올드 스트리트에는 그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공공 예술작품이 설치되었다. 런던 시민들에게 익숙한 공중전화, 버스, 가로등, 벤치 등의 시설이 갤럭시의 접는 휴대전화처럼 접힌 모양으로 거리에 놓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긴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비숍 스퀘어에 있는 가로 6미터, 세로 6.2미터 크기에 90도 각도로 접힌 실제 1층 버스 크기의 빨간 버스다. 아티스트인 캐스퍼 필립스(Caspar Philips)가 제작했는데, 실제로 런던에서 운행되었던 버스의 부품을 재활용하여 2개월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이너 젬 휴즈(Jem Hughes)가 만든 빨간 공중전화박스, 접힌 벤치와 가로등도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뉴스 및 미디어 웹사이트 ‘시크릿 런던(Secret London)’은 접힌 벤치는 옆에 누가 앉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구부러져서 기둥이 짧아진 가로등은 사진을 찍을 때 부분조명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재치 있는 논평을 내놨다.
갤럭시의 접히는 휴대전화는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때마다 창의적인 광고물로 세계의 도시 풍경을 색다르게 장식해왔다. 갤럭시 Z 플립4와 Z 폴드4를 선보일 때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물리적으로 접히고 펴지는 시계 빌보드를 설치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벨기에의 브뤼셀에는 버스 정류장에 접었다 폈다 하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 Z플립4 모양의 의자를 설치했다. 이 유쾌한 휴대폰 의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좌석과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를 모두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갤럭시 Z 플립4의 상징색 중 하나를 나타내는 보라색 트램을 운행했고, 대만에서는 밝은 조명을 밝힌 500대의 드론으로 대만 최대의 담수호인 르웨탄 호수의 하늘을 수놓았다.
갤럭시 폴더블 전화기의 광고를 따라 온라인을 돌아다니다 생각하니, 나는 이미 온갖 광고물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 출퇴근길에 매일 지나는 코엑스 근처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이다.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에서는 기존의 엄격한 규제에서 벗어나 옥외광고물을 종류나 크기, 색깔과 모양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이 구역에 속하는 코엑스 동측 광장, 무역센터, SM타운,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현대백화점 주변에는 20여 개에 가까운 디지털 광고판이 온종일 화려한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SM타운 외벽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발광다이오드(LED) 간판은 농구장 4개에 달하는 넓이와 UHD(울트라HD)의 두 배에 달하는 고화질 해상도(7840×1952)를 자랑하며 강렬한 시각적인 경험을 선물하고 있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왜곡 없이 부드럽고 균일한 영상을 구현하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불편함을 방지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SM타운 외벽에 상영되는 영상을 보기 위해 일부러 멈춰 서기도 한다. 파도가 ‘출렁’하고 쏟아져내리기도 하고, 호랑이가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대형 디지털 광고판에서는 상업 광고 영상뿐 아니라 3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상업적 목적이 없는 영상도 방영된다. 한 해가 가고 오는 것을, 계절이 바뀌는 것을 광고판의 화면을 보고 확인한다. 계절을 알리는 황금빛 들판이나 단풍이 물든 산은, 빌딩의 대형 광고판보다 언제나 아주 멀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좋은 광고, 창의적인 광고가 필요하다. 재치가 넘치는 옥외광고는 도시에 유쾌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의외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디지털 광고 영상은 회색 빌딩 숲에 잠깐의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 치열한 광고판 한가운데서 고군분투하는 광고인들에게 응원과 감사를 보낸다.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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