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3)
-
초록초록 나무야, 정말정말 고마워! 2022.6
So green tree, thank you so much! 봄이 되면서 친한 친구들과 ‘동무텃밭’을 만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텃밭이 있어서 싱싱한 채소를 직접 길러 먹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끝이었다. 친구 누님이 꾸리고 있는 꽤 넓은 텃밭의 한 이랑을 빌려 우리들의 밭을 가지게 되었다. 겨우 두어 평쯤 되는 땅인데 무엇을 심을지 농기구는 뭐가 필요한지 날이 풀리기 전부터 단톡방이 수다스러워졌다. 드디어 모종을 심는 날! 목장갑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호미를 든 친구들의 겉모습은 제법 농사꾼 티가 났지만… 그 실상은 우왕좌왕! 땅을 얼마나 파야 하는지, 간격은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 한 구멍에 몇 포기를 심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다행히 친구 누님의 지도 편달이 있어 5월의 ‘동..
2023.02.20 -
냥이 댕댕이와 함께한 자가격리 일주일 2022.5
One-week self-quarantine with cats and dogs 뱅글뱅글 돌아가는 빌딩 회전문에서 50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마주친다. 각자 다른 칸에 들어가 있어서 마주 보진 않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표정이다. 아주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빌딩 밖으로 나간 남자는 승용차를 타고 떠나고, 빌딩 안에 남은 여자는 아련한 표정으로 남자를 돌아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혼잣말. “참 많이 변한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 2005년 전파를 탄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광고이다. 비싼 그랜저를 타는 것이 잘 살았다는 증거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광고다. 2009년 그랜저는 한발 더 나아가 물질만능주의를 표현한 광고 사례로 비난받기도 했던 카피를 공중파에 실었다. 요즘..
2023.02.19 -
우리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 2022.4
We will never go back 단절이 너무 길다, 거리가 너무 멀다… 코와 입을 가리고, 만지지 못 하고, 목소리를 죽이고, 활짝 웃지 않는 날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게 문을 닫고 결혼식을 미루고 문상을 삼가고 축제를 취소하고 졸업식과 입학식을 온라인으로 치르고 갓난 아기들까지 마스크를 쓰고… 그렇게 숨죽이며 2년을 살았다. 뼈를 깎는 고통에도 불평 한마디 안 하고 2년을 견뎠다. 이제 그만 작별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때가 오지 않았나? 62만 명을 기록한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3월 21일, 원고를 쓰며 조심스러운 희망을 품는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국경을 닫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급격히 줄어들어 모든 것이 단절됐다고 느껴지던 202..
2023.02.18 -
다시, 다시! 2022.3
Again, again! 아내는 예쁜 옷을 골라 입고 동창회에 간다.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고 노래방에도 가서 유쾌하게 웃고 즐긴다. 그동안 남편은 혼자 골프 연습을 하고 서점에 가고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고 전자레인지에 간단한 음식을 데워 먹는다. 반대로 남편이 밖에서 술을 마실 때 아내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기도 한다. 화면은 남편과 아내의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보여주고 그 일상 위로 부부가 주고받는 대화가 이어진다. 아내) 다시 태어나도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남편) 에? 무슨 말이야? 아내) 그러니까 만약의 이야기. 남편) 음, 어렵네 아내) 어렵다니? 남편) 이런 종류의 질문에 무책임하게 대답할 수 없는 성격이라 말이야. 아내) 참 착실하시네요. 남편) 게다가 다음 생엔 강아지가 될 것 같은 예..
2023.02.17 -
아무도 이별하지 않는 봄 2023.2
Spring, no one says goodbye 예쁘고 야무진 조카가 3년이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남자친구가 먼저 ‘사랑하지만 보내줘야 할 것 같아서’ 헤어지자고 했단다. 이별의 아픔에 우는 딸이 답답해 조카의 엄마인 내 동생은 벌컥 화를 냈다. 여린 마음에 상심이 크겠다 싶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진짜로 사랑하면 보내지 않아. 사랑하지만 보내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 “당장 내일 출근하면 헤어졌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 그리고 다른 사람 만나.” “….” “운동 동아리를 해라, 요새 테니스 많이 친다더라. 몸을 움직여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을 줄여.” “네….” 조카는 별말이 없는데 내가 괜히 말이 많아졌다. 세상의 절반이나 되는 남자와 여자 가운데 오직 그 한 사람이..
2023.02.16 -
내가 살고 싶은 집 2022.2
The house where I want to live 바닷가로 난 커다란 창으로 종일 파도의 노랫소리가 들어온다. 조금만 걸으면 낮은 산이 있어 공짜로 도토리와 밤을 주울 수 있다. 텃밭에는 상추와 깻잎, 고추가 알뜰하게 자라고, 라일락과 목련, 장미가 철 따라 꽃을 피운다. 새소리에 잠이 깨고 별빛이 술잔에 담긴다. 부엌의 조리 공간은 식탁을 향해 있고 커다란 팬트리에는 두어 달 먹을 식재료가 넉넉하다. 거실의 벽난로는 겨울을 기다리고, 욕실엔 아주 작은 욕조가 뜨거운 물을 채우고 있다. 안방에는 침대뿐, 단잠을 방해할 아무런 가구도 없다. 세 벽에 책꽂이를 짜서 넣은 서재 한가운데에는 넓은 떡갈나무 책상이 늠름하게 앉아있다. 한눈에 다 보이는 네모난 1층 집, 그곳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사람..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