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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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하얀 지갑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2021.6
Where did mom's white purse go? “내가 속상한 일이 있어.” 엄마가 수화기 너머에서 얘기했다. 짚이는 구석이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뭔데?” “지갑이 없어졌어.” “엄마가 잘 둔다고 숨겨 놓고 못 찾는 거 아냐?” “그런가 해서 내가 다 찾아봤어, 없어.” “전에도 그런 적 있잖아. 지갑 잃어버렸다고 온 집안 다 뒤졌는데 안 보이다가 한참 만에 나왔잖아.” “내가 언제? 집에 없어, 훔쳐갔어.” “누가 훔쳐가?” “누구긴 누구야, 가져다가 지 마누라 준 거야.” 엄마는 남동생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줘도 안 가질 정도로 낡은 지갑을 훔쳐갈 이유가 없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엄마는 막무가내였다. 매일 전화를 드리고, 1주일에 한 번은 꼭 국이며 반찬을 들고 가 진지를 챙기..
2023.02.06 -
스며들다, 통영 2021.5
Tongyeong, in the vibe 난생처음 통영엘 갔다. 가보니 통영은 그리움의 마을이었다. 작곡가 윤이상이 평생 돌아오고 싶어 한, 시인 유치환이 바닷가 우체국에서 날마다 편지를 부치던, 소설가 박경리가 죽은 뒤 돌아와 묻힌… 고요하고 깊은 그리움이 물결마다 골목마다 스며있는 정다운 동네였다. 통영에서 수십 년 만에 자전거를 탔다. 바다를 옆에 두고 길게 뻗은 자전거 도로가 한산했다. 비틀비틀 서툰 실력으로도 달릴 만 했다. 통영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어떡하면 좋으냐고 떼쓰듯 물었다. 무얼 먹어야 하냐고, 어느 섬에를 가야 하냐고, 섬에 왔는데 차가 없으니 어쩌냐고… 어린애 같은 내 물음을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하던 일을 멈추고 길고 충분한 대답을 주었다. 전화를 걸어 차편을 알아봐 주기도 했다...
2023.02.03 -
“작년의 너도 올해의 나도 참 수고했어, 우리!” 2021.4
"Good job, last year! This year, too! We both did!” 출퇴근길 지하철에 타면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 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리면 마스크를 벗지 않고 안경을 벗는다. 유니폼처럼 마스크를 맞춰 쓰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어쩐지 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성숙하고 착한 공동체 의식을 지녔구나, 감탄이 들기도 한다. 작년 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설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봄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와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지고 벚꽃잎 흩날리는 4월까지 이럴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마스크를 벗고 살던 시절이 어땠는지 까마득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관에도 미..
2023.02.02 -
쉬운 이별은 없다 2021.3
There is no easy parting 큰 아이가 집을 떠났다. 발단은 우여곡절 끝에 다니게 된 회사가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다는 사실이었다. 코피 쏟으며 출퇴근할 수는 없노라며 출근이 결정된 지 3일 만에 방을 보러 갔고, 방을 보고 3일 만에 그 방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어마어마한 월세를 내느니 나 같으면 출퇴근에 시간이 좀 걸려도 집에서 다닐 텐데, 최소한 좀 더 싼 월세를 알아보고 따져보고 움직일 텐데… 엄마의 투덜거림과 상관없이 아이의 생각은 확고했고 양보가 없었다. 속으로는 비용을 계산하면서도 지하에 있는 방이나 너무 좁은 방은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고 맞장구 쳤으니 엄마인 나도 불만을 얘기할 처지는 못 된다. 1년 치 월세를 모으면 경차 한 대 살 돈이 되는 걸 아는지 모르는..
2023.02.01 -
“평범하게 살기 싫었는데, 평범하게 살기도 버겁다” 2021.2
“I didn’t want to live an ordinary life, but even it’s difficult to do that” 난생처음 주식 계좌를 만든 때는 작년 3월이었다. 평생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며 금융문맹으로 살아온 내 귀에까지 팬데믹의 심각한 상황 속에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던 시기였다. 증권회사 직원은 계좌 개설에 필요한 기본 용어조차 못 알아듣는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도 않았다. 몇 년 전부터 테슬라 주식을 사라는 아들의 충고대로 테슬라를 사려고 계좌를 열었는데 내 계좌에서는 미국의 주식을 살 수 없었다. 내 증권 계좌는 텅 빈 채 12월을 맞았다. 그 사이에 1,439 포인트까지 내려갔던 코스피의 주가지수는 3천을 바..
2023.01.31 -
새해에 꿈꾸는 오천만의 해피엔딩 2021.1
50 million people’s happy endings in the New Year 송년회도 크리스마스 파티도 없는 조용한 연말이었다.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리운 사람들 대신 저녁마다 집안을 채우는 정적과 어울리며 지냈다. 딱히 쓸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와 합세해, 코로나 이전의 생활방식을 바꾸는데 가속도를 내게 했다. 그리고 소띠 해, 신축년이 밝았다. 작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바이러스에 역공을 가해 ‘대면하는 일상’의 회복이 기대되는 새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느긋한 소도 춤을 출 일이다. 탭댄스 추는 소를 등장시킨 초콜릿 광고가 떠올랐다. 2010년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온에어 된 캐드버리(Cadbury) 밀크초콜릿 광고에는 미..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