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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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쥐의 해를 꽉 잡자! 2020.1
Catch a Rat, Grip the Year of the Rat!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2020이라는 숫자에서 둥글고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갓 스물 된 처녀 총각 두 명이 동그란 벽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앉아있는 모양 같다, 예쁘다. 경자년은 12간지로 흰색 쥐의 해라고 한다. 쥐띠는 부지런하고, 재물복과 먹을복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쥐는 영리하고 재빨라 쉽게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어릴 때 즐겨 보던 만화영화 ‘톰과 제리’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인지도 모르겠다. 덩치가 훨씬 더 크고 힘도 센데 번번히 골탕 먹기만 하는 고양이 톰이 불쌍할 정도로 제리는 얄밉고 약삭빠르게 굴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쥐는 아마도 디즈니의 마스코트 미키마우스일 것이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흑백 ..
2023.01.09 -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가 필요하다 2019.12
Everyone needs someone 지금의 내 나이에 죽어버린 선배의 1주기 추모식에 갔었다. 학생운동을 거쳐 오랜 세월 노동운동에 헌신하다가 병을 얻어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 살던 선배였다. 납골당이 있는 추모공원에 마련된 제례실에 조촐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선후배와 가족들이 둘러 앉았다. 모인 이들의 대다수가 죽은 이보다 나이가 많았다. 선배는 죽어 나이가 멈추어 버렸는데 나만 나이가 들어, 나도 선배와 동갑이 되었다. 길지 않은 생애의 약력을 읽고 선배의 친구가 추모사를 낭독했다. 둘러 앉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선배와의 인연이나 추억을 이야기 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내려온 후배는 추모식 내내 훌쩍거렸다. 덩치가 산 만한 녀석이 “형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합니다.” 겨우 두 마디를 어렵게 말하..
2023.01.07 -
다시 여자, 다시 남자 2019.11
A Woman Again, A Man Again “나는 몇 년 전부터 와이프가 무서워….” 거의 30년 만에 만난 선배가 말했다. 선배는 몇 달 전에 23년 동안 운영하던 사업을 접고 은퇴한 상태였다. “왜요?” “자꾸 지적질하고, 큰소리로 야단치고 그래서.” “하하 설마 무섭기까지야 할까?” “정말이야, 그래서 몇 달 전에는 진지하게 얘기했어. ‘난 네가 무섭다’고.” “그랬더니 뭐래요?” “깜짝 놀라더라고. 내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이야기 하고 나서는 야단 안 맞아요?” “며칠은 좀 덜하더니 다시 마찬가지야.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자유롭게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다고 선언했어.” “자유롭게 사는 게 어떻게 하는 건데요?” “술 마시고 집에 안 들어갔어, 미리 말 안 하고..
2023.01.06 -
“이것은 뽐내기보다 견디기 위한 몸” 2019.10
"This is a body to endure rather than boast" “겨드랑이 아래 근육을 아래로 더 내리세요.” “날개죽지끼리 만나는 느낌으로 더 조여 보세요. 조금만 더, 더!” “가운데 등 근육을 당기세요, 자 이번에는 쇄골을 쭉 내밀고 자랑!” “숨을 크게 들이쉬세요, 근데 배가 볼록하고 나오면 안 돼요.” “갈비뼈를 닫고 골반은 중립, 치골은 바닥에 붙이세요.”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코치는 거기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근육과 뼈를 이리저리 움직이라고 명령한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부들부들 떨며 동작을 바꾸는데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내가 내 몸에 대해 참 모르고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나는 내가 당연히 바른 자세, 바른 균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목은 ..
2023.01.05 -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2019.9
“How do you live?” 요즘 나는 「건축탐구 집」이라는 EBS 방송국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열세 편이 방송되었는데 각각의 회마다 서로 다른 주제로 지어진 집을 소개하고 있다. 아파트를 떠난 사람들- 즐거운 나의 집, 마당 있는 집, 내 인생의 마지막 집, 자연이 선택한 집, 내가 지은 작은 집, 아버지의 집, 대한외국인- 그들이 선택한 집 등이 각 회에 붙은 제목이다. 제목만 봐도 획일화 된 아파트를 벗어나 공간에 대한 로망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방송에 나온 어떤 농부는 15,000평 밭농사를 지으며 4년 동안 오롯이 혼자 힘으로 딱 여섯 평짜리 작은 집을 지었다. 그 크기에 맞추어 가지고 있는 물건도 줄였는데 부부가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한..
2023.01.04 -
“나의 절반은 두려움에 떨고,나의 절반은 용기로 가득하다”
"Half of me is trembling with fear, and the other half is full of courage" 마흔쯤 되었을 때, 어떤 신문기사를 보고 재미삼아 기대수명을 계산해본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에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더하기 네 살, 담배를 피우면 빼기 다섯 살 하는 식으로 계산하는 것이었다. 계산 결과 나의 기대수명은 93세였다. 평균수명보다 열 살이 더 많은 숫자였다. 오래 살 것이라는 결과가 기쁘기는커녕 아흔 셋이라는 나이가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마흔이 넘도록 ‘심사숙고’란 것 한 번 해본 적 없이,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아온 내 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로 여겨졌다. 어떻게든 기대수명을 좀 줄여야 했다. 고기를 더 먹을까? 평생 손대본 적 ..
202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