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2020.11

2023. 1. 26. 09:04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Tomorrow starts tonight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으로 닫혔던 동네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문 닫은 사이에 차가워진 날씨 탓에 옷 갈아입기가 망설여졌는데, 다행히 수영장 물의 온도가 높아져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가벼운 몸으로 편의점에 들러 탄산수 한 병을 샀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편의점 문 밖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탄산수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한 탄산이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왈칵 감동이 밀려왔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아니고 겨우 동네 수영장 초급반에서 허우적댔을 뿐인데, 값비싼 샴페인도 아닌 2개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탄산수 한 입 마셨을 뿐인데… 사는 일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점령당해 마스크 속에서 많은 일상을 포기하며 살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일상 한 가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감동에 이어 한숨이 나왔다. 과연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완전히 회복되는 날이 올까? 불안이 밀려왔다. 뉴스는 10월 18일 기준으로 전세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가 4천여 만명에 이르고 이번 겨울까지는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이렇게 몇 달을, 어쩌면 1년이나 2년을 보내고도 우리는 다시 거뜬하게 팬데믹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마스크를 벗더라도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생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미래이든 마음 놓고 이동하고 악수하고 함께 밥 먹는 사소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주 작지만 새삼 거대하게 느껴지는 희망이다.
최근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우리 모두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사회적·심리적으로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광고 영상에 담아 소개했다. 1948년 개설돼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용산구의 용문전통시장이 광고의 주인공이다. 용문시장은 온라인 쇼핑 등 유통환경의 변화 속에서 여느 전통시장들과 같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청년상인들을 주축으로 상인 모두가 의기투합해 시장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은 결과 시장은 물론 지역사회 상권이 활성화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광고에는 시장 회복의 주역인 상인회 대표 김계수(40) 씨를 비롯한 용문시장 상인들이 직접 출연했고, 시장의 다양한 모습이 소개되었다. 

    자막)              용문전통시장 with 마크 테토
    마크 테토)      한국의 전통시장.
                          골목마다 이야기가 있고
                          맛있는 음식과 웃음 소리로 가득한 곳!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10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저에게 
                          전통시장은 늘 큰 영감을 주죠.
                          그런데 이 70년 된 용문시장이 
                          한때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다고 하는데요
    자막)              용산 용문시장 청년대표
                          창성옥 백년가게 대표 김계수 
    김계수)          안녕하세요? 김계수입니다. 
                          예전에 시장이 많이 힘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시장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아이디어도 내고 상인분들께 일일이 설명 드리고 그랬죠. 
    마크 테토)     음… 자신의 터전을 되살린다는 건
                          의미는 있지만, 정말 힘든 일이었겠네요. 
    김계수)          처음엔 힘들었는데 
                          상인들 모두가 같이 노력해서 
                          시장이 확 살아났죠. 
    자막)              2019 8인의 서울상인 ‘상인정신’분야 선정
                          전통시장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 선정
                          용문동 지역사회 상권 활성화
    상인1)           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그렇게까지 생각을 했었는데
    상인2)           다 같이 노력해서 살아났죠.
    상인3)           그리고 여긴 전통도 있고 젊음도 있거든요. 
    마크 테토)     대한민국의 내일은 지금 이 전통시장에 있네요. 
                          오늘도 젊음과 전통은 함께 뛰고 있습니다. 
    Na)                우리에겐 회복하는 힘이 있습니다.
    다같이)          오늘을 회복하자!
    Na)                박카스 

 

동아제약_박카스_영상광고_전통시장 편_2020

박카스 광고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회복하는 힘이 있다고, 다같이 힘을 모아 오늘을 회복하자고. 고개를 끄떡인다.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을 살자! 오늘’만’ 살자는 것이 아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말자는 각성이 가슴을 울린다. 코로나 이후를 위해 지금을 그냥 흘려 보내지 말고 코로나와 공존해야 하는 오늘을 슬기롭게 채워나가야 한다.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영국에서 런칭한 옥외광고의 슬로건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Tomorrow starts tonight)

이케아는 지난 9월 수면부족이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고민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파고드는 인쇄 및 옥외광고를 만들어 내보냈다. 에너지 드링크, 노화 방지 크림, 비타민이 담겨 있어야 하는 용기에서 침대 시트, 이불, 베개가 나오는 한 컷의 광고 사진과 카피를 통해 수면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내게는 잘 자야 한다는 메시지보다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된다는 카피가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맞다, 내일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잠자리에 드는 오늘 밤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수면, 에너지를 북돋우다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수면, 가장 자연 그대로의 노화 방지 해결책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수면, 천연의 집중력과 기억력 보조제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11월이 싫었다. 꽃피는 계절도 아니고 혹독하게 춥지도 않은 어정쩡함이 못마땅했다. 추위가 다가오고 한 해의 끝이 보여서 그런지 마음이 부쩍 허전해지는 것도 불편했다. 그런데 올해는 마음이 달라졌다. 길고 긴 장마와 무서운 바이러스에도 지지 않고 공부하고 출근하고 농사지으며 버텨온 사람들이 있어서 11월이 애틋하다. 새싹 내고 꽃피우고 열매 맺은 산과 들의 식물을 보았기에 가로수 잎 다 떨어진 11월이 장하다. 내일의 시작이 오늘 밤인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12월은 11월부터 시작되기에, 코로나 없는 미래는 바로 이 순간 시작되어야 하기에! 11월의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쓸쓸하기 딱 좋은 달, 11월이다. 
나태주 시인이 노래한 11월을 찾아 읽는다.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u-mKliKr6c&feature=emb_logo

동아제약_박카스_영상광고_전통시장 편_2020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