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0. 09:05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50 million people’s happy endings in the New Year
송년회도 크리스마스 파티도 없는 조용한 연말이었다.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리운 사람들 대신 저녁마다 집안을 채우는 정적과 어울리며 지냈다. 딱히 쓸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와 합세해, 코로나 이전의 생활방식을 바꾸는데 가속도를 내게 했다.
그리고 소띠 해, 신축년이 밝았다.
작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바이러스에 역공을 가해 ‘대면하는 일상’의 회복이 기대되는 새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느긋한 소도 춤을 출 일이다. 탭댄스 추는 소를 등장시킨 초콜릿 광고가 떠올랐다. 2010년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온에어 된 캐드버리(Cadbury) 밀크초콜릿 광고에는 미국의 유명한 댄스 스타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가 부른 ‘Putting on the Ritz’라는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 소가 등장한다. 흥겨운 리듬에 맞추어 탭댄스 하는 소를 보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진다. 캐드버리는 ‘우리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탭댄스 하는 소를 보면 미소가 떠오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젖소는 캐드버리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이다. 젖소가 캐드버리 밀크초콜릿에 들어가는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캐드버리 광고에는 소가 자주 등장한다. 영국의 캐드버리는 ‘젖소입양캠페인’을 펼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런던에 있는 어린이 중 3분의 1은 우유가 젖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8명 중 1명은 소가 ‘음매’하고 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캐드버리는 젖소가 얼마나 친절한지 알리기 위해 버튼스(Buttons)라고 이름 지은 초현실적인 로봇 암소를 만들어 런던의 사우스뱅크센터에 데리고 갔다. 그리고 커다란 암소를 만나 신기해하고 쓰다듬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내보냈다.
자막) 도시의 어린이들은 소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우유가 병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다른 아이들은 소가 버스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캐드버리의 애니매트로닉 젖소 버튼스를 만나보세요.
가족들에게 젖소와 우유에 대해 가르쳐주려고 런던에 왔습니다.
캐드버리의 ‘젖소입양캠페인’을 통해 우리 집 젖소 친구를 만드세요.
캐드버리 영국_밀크초콜릿_TVCM_2017
올해는 소 중에서도 하얀 소의 해이다. 십간 중 여덟 번째인 신(辛)이 흰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흰 소, 하면 이중섭 화가가 생각난다. 이중섭은 황소, 싸우는 소, 흰 소 등 많은 소를 그렸다. 1954년에 그린 ‘길 떠나는 가족’에는 아내와 두 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가는 아빠가 나온다. 하늘에는 두둥실 구름이 떠 있고 아빠는 소의 고삐를 잡고 신나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둘째에게 쓴 엽서에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하고 있다.
‘엄마, 태성이 그리고 우리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아빠가 소를 끌고 가는 그림을 그렸단다. 소 위에 있는 것은 구름이란다.’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이 친한 아트디렉터의 손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를 회사의 모토로 삼고 있는 회사의 벽면 디자인이다. 소의 해, 2021년에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이제 막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올해의 끝을 먼저 생각한다. 시작할 때는 코로나와 함께였지만, 올해가 끝날 때는 바이러스도 마스크도 없는 해피엔딩을 꿈꾸기 때문이다. 움츠리고 거리 두고 보고 싶어도 참고 있는 1월이지만, 12월이 되면 아니 12월이 되기 전에 거리에 공원에 학교에 카페와 술집에까지 활기찬 사람들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오래 전 한 통신사가 만들어 방송한 캠페인 광고를 다시 본다. 캠페인은 미운 오리 새끼나 백설공주와 같은 동화를 소재로 삼았다. 그리고 이웃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동화의 주인공에 비유했다. 광고 속에서 오랜 취업준비 끝에 취업한 신입사원은 백조로 거듭난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는 보물을 찾은 신밧드가 된다. 또 바닷가에서 자매횟집을 운영하는 자매는 파랑새의 주인공이다.
광고 속의 행복한 결말이 5천2백만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것이 되기를, 반갑게 악수하고 함께 모여 밥 먹고 산과 들로 소풍 가는 소소한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자막) 대한민국 사람_다시 보기
Na) 미운 아기 오리는 백조로 거듭났고
백설공주는 백마 탄 왕자님과 행복했습니다.
나무꾼은 금도끼 은도끼를 모두 얻었으면
신밧드는 보물을 가득 싣고 돌아왔습니다.
캔디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았고
파랑새는 두 자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자막) 4천8백만 개의 가슴 벅찬 해피엔딩을
함께 만들어 주십시오.
MBC캠페인
이 캠페인은 SK텔레콤이 함께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xgIE3WShk
캐드버리 호주_밀크초콜릿_TVCM_2010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h_iR4kSbi18
캐드버리 영국_밀크초콜릿_TVCM_2017_유튜브 링크
SK텔레콤_TVCM_2008_tvcf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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