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1. 09:06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I didn’t want to live an ordinary life, but even it’s difficult to do that”
난생처음 주식 계좌를 만든 때는 작년 3월이었다. 평생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며 금융문맹으로 살아온 내 귀에까지 팬데믹의 심각한 상황 속에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던 시기였다. 증권회사 직원은 계좌 개설에 필요한 기본 용어조차 못 알아듣는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도 않았다. 몇 년 전부터 테슬라 주식을 사라는 아들의 충고대로 테슬라를 사려고 계좌를 열었는데 내 계좌에서는 미국의 주식을 살 수 없었다.
내 증권 계좌는 텅 빈 채 12월을 맞았다. 그 사이에 1,439 포인트까지 내려갔던 코스피의 주가지수는 3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식으로 돈을 번 동료 때문에 ‘속쓰림 병’을 얻은 직장인을 소재로 삼은 금융 회사의 바이럴 영상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광고에는 드라마에서 의사 역할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던 전미도 배우가 속쓰림을 호소하는 남자를 상담한다. 그녀는 속이 쓰려 죽겠다는 남자에게 동료가 가진 주식이 급격히 올라간 것이 원인이니 주식을 시작하라는 처방을 내린다.
Na) 미도봐 알파클리닉
전미도) 어떻게 오셨나요?
남자) 속 쓰려 죽을 것 같아요, 제가.
전미도) 늦었네요.
남자) 네? 뭐가 늦어요?
전미도) 타이밍이 늦었네요.
너만 잘 돼 속쓰려증입니다.
동료 주식이 떡상했을 때 나타나는…
자막) 떡상 : 주식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
남자) 아 쓰리다…
전미도) 쓰린 속을 달래줄 주식 증정에 수수료 평생 혜택 처방입니다.
남자) (회사 로고 모형을 먹으려고 한다.)오 지금!
Na) 잠깐! 앱입니다.
광고는 주식 초보자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해외 주식 편에는 사과를 먹을 때 특히 근질거리는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여자가 나온다. 여기서 사과는 미국의 애플 주식을 상징한다. 애플 주가가 너무 비싸서 선뜻 사지는 못하지만 사고 싶어 근질근질하다는 진단이다.
전미도) 어떻게 오셨나요?
여자) 갑자기 온몸이 근질거려서요.
전미도) 특별히 심할 때가?
여자) 사과 먹을 때요. 알러진가?
전미도) 사과가 아니라 애플이겠죠.
사고 싶어 근질거림증입니다.
해외 주식 비싸서 못 살 때 나타나는 증상이죠.
여자) 애플? 애플?
전미도) 그런 비싼 해외 주식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처방 드립니다.
자막) 해외 주식도 부담 없이 소수점 구매
여자) (회사 로고 모형을 먹으려고 한다.)잘 먹겠습니다!
Na) 잠깐! 앱입니다.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더 낼 만큼 소득이 높았던 이보다는 일자리를 잃어 연말정산할 일이 없어져 버린 사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는 2020년이었지만, 연말정산 세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참고할 만한 영상도 있다. 수입에서 세금을 더 토해내는 ‘울컥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퇴직 연금 IRP를 들라고 권하는 내용이다.
전미도) 어떻게 오셨나요?
남자) 찬 바람이 불면 헛구역질이… 우욱!
전미도) 대략 12월?
남자) 1월? 2월? 그때쯤?
전미도) 너어무 토하셨네.
세금 토해 울컥증입니다.
연말마다 세금 토해내면 생기죠.
남자) 아 이놈의 세금…
전미도) 절세하시라고 매년 최대 115만 5천 원 세액공제 받는 IRP 처방 드립니다.
남자) (회사 로고 모형을 먹으려고 한다.)이야…
Na) 잠깐! 앱입니다.
해가 바뀌고도 주식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관심은 식지 않아서 한 증권 회사의 하루 계좌 개설 수가 5만 건이나 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회사에 맡긴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1월 12일 기준 74조 4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돌파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아직 대학에 다니는 막내까지 주식 계좌를 만들까, 묻는다.
갈 곳 없는 돈이 주식 시장으로 몰리고,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는 세 끼 먹고 살기도 힘들 것 같아서 재테크를 곁눈질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불안감이 크다. 4~50대에 비해 모아둔 돈은 없고 사놓은 부동산도 없는데 자고 일어나면 무엇이든 올랐다는 소리만 크게 들리니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30대의 금융 고민을 풀어준다는 은행 광고가 있다.
광고의 주인공은 서른이 된 회사원이다. 원룸에 혼자 살고 있는데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내면 엄마의 용돈이 들어와도 잔고는 언제나 마이너스다. 전셋집 구할 길이 막막해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좀 더 조건이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경력직 채용공고를 검색한다.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어서까지 잠 못 들어 뒤척이고, 같은 날 새벽 여섯 시 알람에 시작된 긴 하루를 마치고 귀가한 서른의 젊은이… 어둠이 가득 찬 좁은 집에 넥타이도 풀지 않고 멍하니 앉아 그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독립은 했지만 자립은 못 했고, 평범하게 살기 싫었는데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버겁다고.
광고 속 젊은이의 모습에 내 아이가 겹쳐져 보였다. 돌이켜 보면 서른 즈음의 나는 이제 모든 것이 정해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직업을 가졌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집을 샀으니, 그 이후에 전개되었던 드라마틱한 변화는 예상 못 한 채 그런 확신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한 세대가 흘러, 지금 서른이 된 내 아이는 그 중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현실에 놓여있다. 다른 많은 서른들처럼… 나와 내 아이 사이에, 무엇이 변한 것일까?
4분이 넘게 이어진 광고의 조회수가 두어 달 만에 655만을 넘어섰다. 영상 아래에는 또래들의 공감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 대부분 그렇구나.’
‘인스타 보면 나만 빼고 다들 잘 사는데 나는 해 놓은 게 하나도 없는 거 같고 결혼도 집도 하루하루 버티는 삶인 거 같습니다. 괜히 짜증만 늘고 광고를 저를 보고 만든 거 같아서 신기해서 찾아봤습니다.’
댓글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지나온 내 서른이 새삼 아득하게 그리웠고, 지금 내 아이의 서른이 기특하고 안쓰러웠다. 새해엔 모든 것이 좀 좋아질까? 마스크를 벗고 일자리를 찾고 매상이 오르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새집을 사고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 마음 편하게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누군가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평범한 일상이리라. 답답한 마음을 애써 물리치고 미약한 기도를 우주에 바친다. 내일도 그저 오늘처럼만, 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평범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아니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은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되고, 평범하게 살기 싫은 이들의 도전과 모험이 유쾌하게 펼쳐지는 세상이 찾아오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LoHZ6noeoz0
신한금융투자_미도봐 알파클리닉_국내주식편_인터넷/바이럴_2020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KzKnF9qRH9s
신한금융투자_미도봐 알파클리닉_해외주식편_인터넷/바이럴_2020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PSZqLkFR8gY
신한금융투자_미도봐 알파클리닉_IRP편_인터넷/바이럴_2020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tJjILeaH25M
KB국민은행_서른의 맞춤법_인터넷/바이럴_2020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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