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 ‘이웃사촌’을 만나는 색다른 방법 2020.9

2023. 1. 19. 09:0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A Different Way to Meet Your 'Neighbor' in the ‘Untact’ Era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 사는 사람만 모아 중고거래를 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용해본 친구들 얘기가 쓰지 않는 물건 정리하고 돈도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마침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멀쩡했던 집이 좁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사는 집을 갑자기 늘리거나 이사할 수는 없으니, 가구를 줄이는 것이 공간을 넓게 쓰는 비결이라는 어느 건축사의 방송을 듣고 공감했던 터이기도 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과 동네 인증을 했다. 전화기에 연결된 GPS는 내가 있는 동네를 저절로 찾아 알려줬다. 그리고 집에서 치울 물건을 찾았다. 거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앉을까 말까 버려져 있는 소파가 첫 번째 대상이었다. 안방에 TV를 한 대 더 들여놓은 후에 역시나 전원 한 번 넣은 적 없는 커다란 거실 TV도 내 눈을 비켜가지 못 했다. 가방 걸이로 전락한 실내 자전거, 6년 이상 사용한 적 없는 전기 그릴, 30년 전에 사서 거의 한 번도 연주한 적 없는 크로마하프도 앱에 있는 내 계정에 사진을 올리는 처지가 되었다. 거래할 물건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올리고,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모델명을 찾아 인터넷 링크를 함께 적었다. 내가 받고 싶은 가격과 거래조건도 적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전원을 켜보고 이상이 있는지 확인도 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안녕하세요, 구매 가능할까요?”
그릴을 올리자마자 페*라는 아이디로 문자가 왔다. 가능하다고 대답하는데 다른 사람이 문자를 또 보낸다. 물건 주고 받을 곳과 시간을 정하고 잠시 후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마스크를 쓰고 그릴을 들고 내려갔다. 페*님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릴을 건넸다. 그리고 돈을 받았다. ‘잘 쓰세요.’ 베테랑 상점 점원처럼 인사를 건넸다. 소파와 소파 테이블은 구매자가 운반할 트럭을 불러서 가지고 갔다. 텔레비전은 많이 크고 무겁다고 했더니 아줌마 한 명이 아저씨 두 명을 대동하고 와서 번쩍 들고 갔다. 무료나눔으로 올린 것까지 내가 내놓은 물건들은 1주일 안에 전부 다 팔려서 새로운 주인의 품으로 갔다. 나는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물건을 돈까지 주고 가져간 그들이 고마워서 거래 후기에 ‘최고예요’를 남발하고, 구매해주어 고맙다는 댓글을 달았다. 더운 날 소파를 가지러 온 분들에게는 가면서 마시라고 음료수를 드리는 과잉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짐이 다 빠져나가고 휑해진 거실을 보며, 그 물건들을 살 때 지불했던 값에 비교하면 내가 받은 돈은 터무니없는 헐값이라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멀쩡한 물건을 싼값에 넘기는 바보짓을 했다고 식구들에게 지청구를 듣기도 했다. 막내는 내 시선을 가로막으려 방문을 닫으며 “제 방 물건은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다짐을 받았다. 큰 녀석은 컴퓨터 마우스를 하나 주문해 달라고 했더니 “당근마켓에서 찾아보세요”라고 진담인지 농담인지 아리송한 대답을 날렸다. 그런데도 나는 뭔가 또 팔 게 없을까 살림살이를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내 물건을 나만큼 아끼고 사용해줄 이웃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당근마켓의 거래에서 얻은 것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내 주변에 사는 이웃과의 ‘접촉’이었다. 마스크에 가려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그들은 눈매가 선한 사람이었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고, 목소리가 다정한 사람이었다. 이 동네로 이사와 만 6년을 살도록 같은 아파트의 아래 위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우리 동이나 바로 옆 동에 사는 사람이 내가 쓰던 물건을 사가는 일이 생기니, 내 안에서 뜻밖의 감정이 생겨났다. 마스크를 쓰고 길어야 5분 정도 만난 그 ‘이웃’들이 내게서 가져간 물건과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더위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치지 말고 늘 건강했으면 기원하는 마음이 살며시 고개를 든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9월에 유튜브를 통해 온에어 한 ‘인식개선 캠페인’ 1편이 떠오른다. 영상 초반에는 새로 이사한 신혼부부가 떡이 담긴 접시를 들고 이웃집에 인사를 가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신혼집에 처음 이사 가서는 쭈뼛거리며 아래 윗집에 떡접시를 돌렸었다. 영상의 동네 아낙들은 모여 앉아 과일을 나눠 먹고, 이웃집 식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풍경을 연출하던 ‘이웃사촌’은 21세기 한국에서 멸종위기종이 되었다고 영상은 고발한다. 그 증거로 층간소음과 주차문제, 흡연 등을 둘러싼 갈등과 무관심이 일상이 된 현실을 보여준다. 

Na)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멸종위기종
             이웃사촌.
자막)    이웃사촌:이웃에 살며 사촌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람
             40% 현재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Na)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춘 배려, 나눔, 이해.
자막)     55% 한국 사회 내 ‘이웃사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Na)       우리는 어떤 이웃이 되어야 할까요?
자막)    이 캠페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합니다

 

삼성물산_건설부문_인식개선 캠페인 1편_2019년


씁쓸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은 막연한 표어에 그쳤던 1편에 비해, 올해 새로 선보인 2편은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늦은 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남자가 영상의 주인공이다. 누구일까 수많은 추측 끝에 전화를 받아 보니 주차해 둔 차에 헤드라이트가 켜져 있으니 방전되기 전에 와서 끄라는 친절한 이웃의 전화다. 계속 울리는 낯선 번호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주저하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가 재미있기도 해서 계속해서 보게 되는 캠페인이다.   

S.E)      전화벨소리
노래)    누구지?
             이 시간에
             8분이 모자란 아홉 시.
O.V)     이 시간에 누구야?
노래)    누구지?
             연락처에 없는 친군가?
O.V)     아 근데 누군지 모르면 어떡하지?
노래)    아니면 헤어진 전 여친?
O.V)     걔 번호는 아닌데?
노래)    내 기억엔 이 번호가 아닌데?
             거래처 연락은 아닐 텐데…
             돈 빌려 달라는 피싱전화?
남1)      여보세요?
남2)      아 2542 차주되시죠?
남1)      네 맞습니다. 
남2)      다름이 아니라 그 헤드라이트가 켜져 있어서…
남1)      아 정말요?
남2)    이렇게 두시면 그냥 차가 방전될 것 같아서… 
남1)      아 네 감사합니다.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남2)      아 오지랖 부리는 거 아닌가 연락 드릴까 말까 하다가 연락 드리거든요… 
남1)      아하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남2)      아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남1)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막)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면
             따뜻한 이웃이 당신 곁에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함께합니다

 

삼성물산_건설부문_인식개선 캠페인 2편_2020년

아, 이 정도의 오지랖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머니에서 카드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뛰어가는 사람을 불러 알려 준다든지, 양 손에 짐을 든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단추를 대신 눌러주는 일 정도라면 부담이 없다. 옆집 문을 두드려 반찬을 나눠주거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같은 시기라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마스크 안에서 살짝 미소를 건네거나, 건물의 문을 밀고 들어갈 때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 기다려주는 일 정도는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특히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나누며 정겨운 마음을 전하는 일쯤은 아주 쉽게 잘 할 수 있다. 
나는 자주 뉴스에 나오는 먼 이웃의 마음 아픈 사연에 공감하거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바로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동네 커뮤니티에 나가 새로운 만남을 갖는 일이 금방 생길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중고거래 앱에서 만난 이웃들의 선한 기운 덕에 우리 동네가 착한 사람들이 사는 좋은 동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나도 슬며시 끼어들어 대단한 사건 없는 보통의 매일을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행복하다고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iH4ivxUYsc

삼성물산_건설부문_인식개선 캠페인 1편_2019년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YoALuysqde0

삼성물산_건설부문_인식개선 캠페인 2편_2020년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 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인 ‘하이퍼 마케팅’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 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 시리즈(2019) 12권이 있다. abacaba@nave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