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8. 09:03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Is it Youth? It’s Youth!”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20대 직원이 일곱 명 있다. 푸른 청춘답게 그들은 까르르 잘 웃는다. 디자이너는 손이 빠르고 기획 담당은 진지하다. 연차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니 물론 자주 실수를 하고 회의 때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당하고 꿋꿋해서 눈물 쏙 빠지게 야단을 맞아도 포기하지 않고 보고서를 새로 고쳐온다. 갑자기 회식을 제안하면 운동을 해야한다고 거절하고, 외모에 대한 얘기는 성차별이 될 수 있다고 상사를 따끔하게 꼬집기도 한다. 눈치 보느라 업무와 상관 없는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대신 해야할 일이면 꾀부리지 않고 빨리 해치운다. 21세기 청춘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일은 즐겁다. 내가 매일 만나는 그들의 모습을 담은 것 같은 소주 광고를 보았다. 알코올 도수 16.9도 소주를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인 무학이 새로 출시한 ‘청춘소주’의 유튜브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건강미 넘치는 모델은 경쾌한 춤과 발랄한 표정, 장난끼 넘치는 카피로 청춘이 가지는 특성을 보여주고 공감을 유도한다.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빠른 편집, 중독성 있는 리듬이 광고가 아니라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취향이 확실하고 칼퇴근을 추구하며, 뭐든 신나고 ‘덕질’에 주저하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었어도 ‘청춘’이라고 광고는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2030세대는 물론, 모든 세대의 생활 속에서 ‘청춘’을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엮었기에 영상 제목도 ‘2040 편’이라고 달았다. 무학의 ‘청춘 콘텐츠’는 유튜브 공개 후 두 달여 만에 3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돌파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모델) 청춘 맞나? 청춘 맞다!
송트*) 청춘 맞다!
자막) 꽂히면 안 빠짐
송트) 취향 확실 청춘 맞다.
칼퇴 민족 청춘 맞다
자막) 먼저 퇴근합니다.
송트) 뭐든 신나 청춘 맞다
팽팽하다 청춘 맞다
체력 봐라 청춘 맞다
덕질 삼촌 청춘 맞다
청춘 이 맛에 산다
모델) 그래 이 맛이야
송트) 청춘 청춘 청춘 소주
무학_청춘소주_광고영상_2040 편_2020
*송트(songt) : 광고 카피에 멜로디를 붙인 짧은 노래
청춘의 목소리로 청춘의 마음을 들려준 광고도 있다. 빙그레가 진행한 #채워바나나 캠페인이 그것이다. 바나나맛우유는 2016년 5월 제품명 안에 있는 자음 <ㅂ, ㄴ, ㄴ>을 빼고 ‘ㅏㅏㅏ맛우유’라고 우유 용기에 인쇄한 제품을 출시했다. ‘ㅏㅏㅏ맛우유’라고 써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과 관계 있는 아이디어로 ㅏㅏㅏ 앞에 들어갈 자음을 채우고 인증샷을 본인의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 캠페인의 내용이었다. 실시 열흘 만에 2,000여명이 참여했고 160여만 건의 반응을 이끌어낸 이 캠페인은 ‘바나나맛우유’의 5월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20%나 증가시키는 결과를 나았다. 또 그 해 말 대한민국 온라인광고 대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잘나가맛우유’, ‘반해라맛우유’, ‘사랑해맛우유’, ‘감자탕맛우유’, ‘살뺀다맛우유’ 등 센스가 돋보이는 문구들을 포스팅해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빙그레는 응모작 중 온라인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 10명을 뽑았다. 그리고 응모한 주인공을 모델로 기용하여 이들 당선작을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의 광고로 만들어 7월부터 한 달간 게재했다.
고3 수험생, 취업 준비생, 마음이 고픈 20대 등이 주인공인 최종 당선작 몇 가지를 살펴보자.
#수능임박
#모의고사가코앞
#괜찮아
#행복은성적순이아니야
#그래도화이팅
#아자자맛우유
#날너무걱정말아요
#단하나뿐인내인생
#나스스로결정할래
#난분명잘할수있어
#단하나맛우유
#면접만천만번
#스펙그기뭣이중헌디
#시켜봐야알제
#되면한다
#대한민국취준생화이팅
#날뽑아맛우유
#3주만에오신울아빠
#밥차려드린다고
#쌀씻고반찬했는데
#취사안누름
#아싸외식
#나가자맛우유
#10대끝자락
#꿈많은나이열아홉
#내꿈에
#스위치를켜자
#희망이현실로
#꿈꿔라맛우유
빙그레_바나나맛우유_옥외광고_#채워바나나 캠페인_2016
해시태그(#) 뒤에 달린 문장들은 짧지만 자신이 있다. 면접만 천만 번 본 취업준비생은 스펙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 시키면 다 할 수 있다고 썼다. 그가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주고 싶은 우유는 ‘날뽑아맛우유’이다. 재치있고 용감하다. 수능이 임박하고 모의고사가 코앞인 수험생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아자자맛우유’를 건넨다. 3주만에 만난 아빠를 위해 밥을 한다고 부산을 떨었는데 막상 전기 밥솥의 취사 단추를 누르지 않아 생쌀이 그대로 있는 실수를 한 귀여운 딸은 외식하러 간다고 ‘나가자맛우유’를 발명했다. 단 하나뿐인 내 인생은 나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당찬 청년은 걱정하는 어른들에게 걱정 말라고 분명 잘 할 수 있다고 야무지게 선언했다.
10대 끝자락, 꿈 많은 나이 열 아홉 살 소녀는 ‘내 꿈에 스위치를 켜자’는 다짐을 올렸다. 열 아홉이라는 나이를 읽는데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졌다. 지나가버린 내 열 아홉이 새삼 애처롭고 애틋하게 떠오른 탓이다. 이미 정해진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한 나이가 되고 보니 불확실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가졌던 그 때가 가끔 그립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지금의 20대와 비교하면 스무 살의 나는 전혀 경쟁력이 없다. 내가 지금 20대였다면 정규직은커녕 아마 인턴 사원에도 뽑히지 못 했을 게 분명하다.
눈부신 청춘들의 발랄한 행동과 씩씩한 고백을 들여다 보며,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나의 청춘은 덧없이 지나갔지만 대신,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내 아이들이 광고의 주인공들처럼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생을 살기를 기도했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다 컸다고 생각하고 엄마 말을 건성으로 들었으면서, 스물을 훌쩍 넘은 내 아이들 하는 일은 미덥지 않아 애면글면하는 마음을 반성했다. 내가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살아 왔듯이, 내 아이들도 부족한 엄마의 걱정과 잔소리, 구태의연한 충고를 한 귀로 흘려듣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마음 깊이 빌었다.
https://www.facebook.com/bingbalove/photos/a.1021759854573117/1021759871239782/?type=1&theater
빙그레_바나나맛우유_옥외광고_#채워바나나 캠페인_2016_당선작 페이스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w-b1y8IC4zQ
무학_청춘소주_광고영상_2040 편_2020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업 계에 입문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주)샴페인,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 계열의 벨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 렉터로 일했다. 독립대행사인 (주)프랜티브에서 ECD로 일하 다 독립하여 다양한 광고물 제작과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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