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OME 조금만 더” 2020.5

2023. 1. 13. 09:05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STAY HOME A little more”

 

#자발적 자가격리의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

 


94세의 일본의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熊谷守一)는 30년 동안 자신의 정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살았다. 30년 동안 낮에는 정원의 나무와 풀벌레, 개미, 송사리들을 관찰하고 밤에는 그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모리에게는 정원이 곧 세계이고 우주였다. 화가 모리의 말년을 담은 영화 「모리의 정원(モリのいる場所)」에서 모리의 부인은 말한다. 
“여기에는 많은 나무와 벌레가 살고 있으니까요. 이 정원은 남편의 전부예요.”
모리는 52세에 이사한 집에서 45년을 살다가 1977년에 죽었다. 60대 중반부터는 정원 밖 출입을 하지 않았으니 자가격리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미리 실천한 타샤 튜더

 

그림책 100여 권을 쓰고 삽화를 그린 타샤 튜더는 56세 때 미국 버몬트 주 산골 30만 평의 대지를 사서 가꾸기 시작했다. 30여 년이 흐르자 타샤의 정원은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환상의 정원으로 변했다. 19세기의 생활방식을 동경했던 그녀는 스스로 불편함을 택했다. 나무 장작불에 칠면조를 굽고, 정원에서 딴 사과를 전기 믹서가 아닌 수동 도구로 갈아서 주스를 만들었다. 인형 옷도, 성탄 카드도 직접 만들었다. 타샤 튜더의 인생과 정원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에서 그녀는 이야기한다.
“그림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지요. 혼자 있는게 좋아요”
타샤는 정원을 돌보고 무언가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56세 이후 2008년 죽을 때까지 37년을, 한 집에서 살았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조라 할 수 있겠다.  

#집 안에서 땀흘리며 운동하고 있는 선수들

모리카즈나 타샤 튜더가 자발적인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택했다면, 지금 지구상의 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운동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림픽과 같은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는 취소되었고 선수들은 집에서 혼자 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나이키는 훈련장에 비해 좁고 장비가 부족한 것은 물론 코치나 동료도 없는 집에서 힘들게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는 스포츠 선수들을 응원하는 광고를 만들어 내보냈다. 광고 속에는 세계적인 농구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를 비롯해 나이키가 후원하고 있는 소말리아 복서 람라 알리(Ramla Ali), 비치 발리볼 스타 사라 휴즈(Sara Hughes)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좁은 거실과 부엌, 침실에서 혼자 땀흘리며 연습하고 있다. 선수와 관객으로 가득차 있어야할 농구장, 축구 경기장과 야구 운동장은 텅 비어 있다. 나이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들을 향해 78억 지구인을 위해 계속 운동하자고 이야기한다. 

 


자막)              거실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부엌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침실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로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하실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복도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함께 경기할 수 없습니다. 
                      국가를 위해 경기를 치를 수도 아직 없습니다. 
                      엄청난 관객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78억 명의 사람들을 위해 계속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우리의 기회입니다. 
                      세계를 위해 운동합시다. 


나이키_‘세계를 위해 운동하라ㅣ우리를 멈출 순 없다’ 편_2020

 


#따로 있지만 같이 노래하는 가수들

4월 19일, 정부의 여러 정보를 케이블 및 위성방송, IPTV,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공공채널 KTV국민방송은 전세계 의료진에게 헌정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은 김민기가 만든 노래 ‘상록수’를 강산에, 이은미, 윤도현, 수퍼주니어, 백지영, 김필 등 여러 가수들이 한 두 소절씩 이어 부르는 모습과,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노래)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 함께 하리라 함께 손잡으리라
                      거칠은 들판에 푸르른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랩)                 떨군 고개 두 눈 감고, 구름 타는 네 꿈을 찾고
                      거친 들판에 가지친 우리 계절 없는 푸른 나무 
                      인생은 아름답다고 한 번 더 외쳐본다
                      음 함께한 약속은 꼭 지킨다 화원에 꽃이 핀다
정은경)          보건의료인들의 헌신과 적극적인 방역대책에 협조해 주신 
                      국민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자막)             #STAY HOME 조금만 더 


KTV국민방송_홍보영상 ‘상록수 2020’ 편_2020

 


영상을 보면서 눈가가 뜨거워졌다. 4·19혁명이 60주년을 맞은 날, 독재에 맞서는 저항 가요였다가 1998년 IMF 때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노래가 되었던 ‘상록수’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희망의 곡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국난극복이 취미’라거나 ‘자가격리가 건국신화에 나오는 민족’이라는 농담으로 웃으며 기꺼이 힘들고 불편한 격리와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나와 이웃이 새삼 장하고 고마웠다. 마스크에 얼굴을 베이고 방호복 안에서 숨막힘을 참아가며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한 번 더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두 달 넘게 계속하는 동안 집은 잠만 자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변했다. 그동안 안 해도 괜찮은 모임이나 외출, 만남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깨닫게도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지나가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들 얘기한다. 아니 많은 것들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 다시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두어 달, 거의 매일 집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술잔을 기울이며 나는 자문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혼자일 때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집에서 어떤 일을 하며 남은 생을 살고 싶은지 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마스크를 벗고 뛰어가 얼싸 안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지금은 방역당국의 권고대로 바이러스가 내게 던진 질문의 답을 찾으며 ‘조금만 더’ 집에 머물러야 할 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9&v=nL_UDABXLX8&feature=emb_logo

나이키_홍보영상 ‘세계를 위해 운동하라ㅣ우리를 멈출 순 없다’ 편_2020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YSlPFJzwgE&feature=youtu.be

KTV국민방송_홍보영상 ‘상록수 2020’ 편_2020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업 계에 입문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주)샴페인,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 계열의 벨컴에서 크리에이티 브 디렉터로 일했다. 독립대행사인 (주)프랜티브에서 ECD 로 일하다 독립하여 다양한 광고물 제작과 글쓰는 일을 하 고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