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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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2020.12
Our country, the country that only belongs to us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국토의 남쪽 끄트머리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이었다. 나는 차창 밖에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는 먼산을 바라보다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기도 하고.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런 구슬픈 노래를 듣기도 하였는데… 고작 두어 시간 열차 칸에 갇히는 구속이 달콤해, 건너 편 낯 모르는 수인(囚人)의 열차 탈출 시간이 궁금해지기도 하더라. 철철철철 기차 바퀴가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쯧쯧쯧쯧 삶은 국수 찬물에 헹구는 소리를 시로 적은 문태준 시인의 마음을 가늠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오송이라거나 익산이거나 하는 한 번도 디뎌본 적 없지만 익숙한 이름의 역전 가난한 여인숙..
2023.01.27 -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2020.11
Tomorrow starts tonight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으로 닫혔던 동네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문 닫은 사이에 차가워진 날씨 탓에 옷 갈아입기가 망설여졌는데, 다행히 수영장 물의 온도가 높아져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가벼운 몸으로 편의점에 들러 탄산수 한 병을 샀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편의점 문 밖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탄산수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한 탄산이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왈칵 감동이 밀려왔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아니고 겨우 동네 수영장 초급반에서 허우적댔을 뿐인데, 값비싼 샴페인도 아닌 2개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탄산수 한 입 마셨을 뿐인데… 사는 일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점령당해 마스크 속에서 많은 일상을 포기하며 살았기 때문에 아무렇지..
2023.01.26 -
“아름다움은 자란다” 2020.10
“Your beauty continues to grow” “여기가 노인만 않는 덴 줄 알아요? 노약자석이라고 써 있잖아, 약자도 된다고!” “노인이 앉아야지 그럼, 젊은 것들이 어디를 앉아?” 출근 시간이 살짝 지나서 많이 혼잡하지 않은 지하철 안이었다. 이어폰 안으로 노약자석 쪽에서 일어난 소란스러움이 들려왔다. 백발의 할아버지 한 명과 아주머니 한 명이 시비하는 소리였다. 자리가 없어서 서있는 노인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잔뜩 화가 나서 폭언을 퍼부었다. 아주머니도 지지 않고 대꾸를 했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 싸움 끝에 늘 나온다는 나이타령이 등장했다. “당신 몇 살이야?” 뜻밖에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주머니가 물었다. “나? 팔십 둘이다, 왜?”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내 남편..
2023.01.25 -
광고와 현실 그리고 소망 사이 2023.1
Between advertising, reality and hope # 광고 1 광고가 계속되는 내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영상과 소리만으로 꽉 채워진 광고가 있다. 전파를 탄 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고 10주 만에 4,000만회를 넘기며 화제가 된, KCC의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의 ‘내일을 키워가는 집’ 광고 영상이다. 광고는 ‘놀멍.’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불멍’이나 물이나 숲을 멍하니 바라보는 물멍, 숲멍을 본떠 만든 단어다. 노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며 고요한 마음 상태가 되라는 뜻으로 읽힌다. 놀멍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영상은 인위적인 연출이나 배경음악, 광고 멘트를 모두 생략하고 40초가 넘도록 어..
2023.01.19 -
언택트 시대에 ‘이웃사촌’을 만나는 색다른 방법 2020.9
A Different Way to Meet Your 'Neighbor' in the ‘Untact’ Era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 사는 사람만 모아 중고거래를 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용해본 친구들 얘기가 쓰지 않는 물건 정리하고 돈도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마침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멀쩡했던 집이 좁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사는 집을 갑자기 늘리거나 이사할 수는 없으니, 가구를 줄이는 것이 공간을 넓게 쓰는 비결이라는 어느 건축사의 방송을 듣고 공감했던 터이기도 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과 동네 인증을 했다. 전화기에 연결된 GPS는 내가 있는 동네를 저절로 찾아 알려줬다. 그리고 집에서 치울 물건을 찾았다. 거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2023.01.19 -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2020.4
“How does it feel to be alive?”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대책없이 늘었다. 업무는 최대한 온라인을 통해 해결한다.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시작하려던 수영은 기약없이 연기되었다. 다니던 요가 수련장은 한 달 넘게 문을 닫고 있다. 대학 친구들과 실내에서 하던 동아리 모임도 두 달째 중단하고 있다. 1년 전부터 6월로 날을 잡고 계획하고 있는 해외 여행은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친구나 선후배가 보고 싶으면 고작 코로나 사태가 지나간 후에 보자는 문자로 위안 삼는다. 악수도 포옹도 노래도 꾸욱 참아야 한다. 가족 이외에 만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집에 있는 기계들과 대화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밥을 하려고 전기밥솥의 단추를 누르니 ..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