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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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너도 올해의 나도 참 수고했어, 우리!” 2021.4
"Good job, last year! This year, too! We both did!” 출퇴근길 지하철에 타면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 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리면 마스크를 벗지 않고 안경을 벗는다. 유니폼처럼 마스크를 맞춰 쓰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어쩐지 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성숙하고 착한 공동체 의식을 지녔구나, 감탄이 들기도 한다. 작년 초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설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봄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와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지고 벚꽃잎 흩날리는 4월까지 이럴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마스크를 벗고 살던 시절이 어땠는지 까마득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관에도 미..
2023.02.02 -
쉬운 이별은 없다 2021.3
There is no easy parting 큰 아이가 집을 떠났다. 발단은 우여곡절 끝에 다니게 된 회사가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다는 사실이었다. 코피 쏟으며 출퇴근할 수는 없노라며 출근이 결정된 지 3일 만에 방을 보러 갔고, 방을 보고 3일 만에 그 방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어마어마한 월세를 내느니 나 같으면 출퇴근에 시간이 좀 걸려도 집에서 다닐 텐데, 최소한 좀 더 싼 월세를 알아보고 따져보고 움직일 텐데… 엄마의 투덜거림과 상관없이 아이의 생각은 확고했고 양보가 없었다. 속으로는 비용을 계산하면서도 지하에 있는 방이나 너무 좁은 방은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고 맞장구 쳤으니 엄마인 나도 불만을 얘기할 처지는 못 된다. 1년 치 월세를 모으면 경차 한 대 살 돈이 되는 걸 아는지 모르는..
2023.02.01 -
“평범하게 살기 싫었는데, 평범하게 살기도 버겁다” 2021.2
“I didn’t want to live an ordinary life, but even it’s difficult to do that” 난생처음 주식 계좌를 만든 때는 작년 3월이었다. 평생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며 금융문맹으로 살아온 내 귀에까지 팬데믹의 심각한 상황 속에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던 시기였다. 증권회사 직원은 계좌 개설에 필요한 기본 용어조차 못 알아듣는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도 않았다. 몇 년 전부터 테슬라 주식을 사라는 아들의 충고대로 테슬라를 사려고 계좌를 열었는데 내 계좌에서는 미국의 주식을 살 수 없었다. 내 증권 계좌는 텅 빈 채 12월을 맞았다. 그 사이에 1,439 포인트까지 내려갔던 코스피의 주가지수는 3천을 바..
2023.01.31 -
새해에 꿈꾸는 오천만의 해피엔딩 2021.1
50 million people’s happy endings in the New Year 송년회도 크리스마스 파티도 없는 조용한 연말이었다.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리운 사람들 대신 저녁마다 집안을 채우는 정적과 어울리며 지냈다. 딱히 쓸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코비드19 바이러스가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와 합세해, 코로나 이전의 생활방식을 바꾸는데 가속도를 내게 했다. 그리고 소띠 해, 신축년이 밝았다. 작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바이러스에 역공을 가해 ‘대면하는 일상’의 회복이 기대되는 새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느긋한 소도 춤을 출 일이다. 탭댄스 추는 소를 등장시킨 초콜릿 광고가 떠올랐다. 2010년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온에어 된 캐드버리(Cadbury) 밀크초콜릿 광고에는 미..
2023.01.30 -
우리나라,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2020.12
Our country, the country that only belongs to us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국토의 남쪽 끄트머리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이었다. 나는 차창 밖에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는 먼산을 바라보다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기도 하고.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런 구슬픈 노래를 듣기도 하였는데… 고작 두어 시간 열차 칸에 갇히는 구속이 달콤해, 건너 편 낯 모르는 수인(囚人)의 열차 탈출 시간이 궁금해지기도 하더라. 철철철철 기차 바퀴가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쯧쯧쯧쯧 삶은 국수 찬물에 헹구는 소리를 시로 적은 문태준 시인의 마음을 가늠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오송이라거나 익산이거나 하는 한 번도 디뎌본 적 없지만 익숙한 이름의 역전 가난한 여인숙..
2023.01.27 -
내일은 오늘 밤부터 시작됩니다 2020.11
Tomorrow starts tonight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으로 닫혔던 동네 수영장이 문을 열었다. 문 닫은 사이에 차가워진 날씨 탓에 옷 갈아입기가 망설여졌는데, 다행히 수영장 물의 온도가 높아져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가벼운 몸으로 편의점에 들러 탄산수 한 병을 샀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편의점 문 밖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아 탄산수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한 탄산이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왈칵 감동이 밀려왔다.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아니고 겨우 동네 수영장 초급반에서 허우적댔을 뿐인데, 값비싼 샴페인도 아닌 2개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탄산수 한 입 마셨을 뿐인데… 사는 일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 점령당해 마스크 속에서 많은 일상을 포기하며 살았기 때문에 아무렇지..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