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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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사랑해요 2018.12
I'm sorry, I love you 까만 화면에 ‘미안해’라는 자막이 생겨난다. 뒤를 이어 나타나는 자막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 마다 울게 해서 미안해 숙제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해’ 세 줄 자막이 생겨난 뒤에 배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텅 빈 자동차 안이다. 아무도 앉지 않은 운전석과 조수석이 보인다. 그 위로 자막이 계속 흐른다. ‘맨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잠시 모든 자막이 사라졌다가 조금 더 큰 크 기의 자막 한 줄이 나타난다. ‘일하는 엄마라서, 미안해’ 겨우 자막만 읽었을 뿐인데 눈가가 뜨 거워진다, 목구멍으로 왈칵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2015년에 제작된 기아자동차의 카렌스 광고의 이야기다. 또각또각 여자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차 문이 열린다. 일과 육아, 살림이라는 ..
2022.12.10 -
늦은 가을, 그리움이 깊어지는 계절 2018.11
Late autumn, a season of deepening nostalgia 가을이 깊다. 30년 된 아파트에서 살 때는 지천이 단풍 든 은행잎 천지였는데, 지은 지 겨우 5년차를 맞은 곳 으로 이사하고 보니 단풍은 지인들의 SNS 담벼락을 통해서나 구경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 도 몸은 가을이 무르익어 겨울을 부르는 계절을 느끼고 있다. 저녁 여섯 시면 벌써 어둑어둑해 지는 거리를 찬바람 맞으며 걸으면 옷깃을 저절로 여미게 된다. 아직 난방을 하지 않은 집 책 상 앞에 앉으면 약간 쌀쌀함이 느껴진다. 몸에 와 닿은 쌀쌀함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쓸쓸함이 된다. 왈칵, 갑자기, 덜컥, 뭉클하는 감정들이 아랫배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와 아우성친다. 하루가 지나고, 그 하루만큼 가을이 더 깊다 가을비가 추적추..
2022.12.09 -
“밥이 답이다!” 2018.10
"The rice is the answer!" 전국의 들판에서 벼 베기 소식이 들려 온다. 8월에 벌써 수확해 추석 명절에 출하된 조생종 벼 를 제외하면, 지금 많은 논의 벼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벼는 기원전 2,000년경에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은 통일신라 때 만 해도 귀족식품으로 인식되었고, 고려시대에는 물가의 기준이요 봉급의 대상이 될 정도로 귀중한 존재였다고 한다. 지금은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잡곡밥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귀리니 보리는 물론 렌틸콩, 퀴노아, 햄프시드 같은 희한한 이름의 곡식들을 쌀에 섞어 먹는다. 하지만 70년대만 해도 쌀이 부족해서 건강과 상관없는 이유로 혼식을 장려했다. 쌀소비를 줄이기 위해 분식을 ..
2022.12.08 -
가을, 카피 안으로 들어온 시(詩) 2018.9
Autumn, a poem that has come into copy 나는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삼국 시대만큼이나 아득하 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생일이 늦어 또래보다 발육이 더디고 많이 어리숙했는데 장래희망만 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조숙하게 시인이었다. 2학년 때 담임 선생님 때문이다. 그 선생님 은 학생들에게 200자 원고지 50장을 사서 묶어 개인 문집을 만들게 했다. 원고지 묶음 앞 뒤에 두꺼운 종이 흑표지를 댄 후 송곳으로 구멍을 뚫은 후 철끈으로 묶어 만드는 그 문집에 우리 들은 삐뚤 빼뚤 서툰 글씨로 글짓기를 했다. 산문도 쓰고 동시도 지어 적었다. 가을 운동회 즈 음에는 운동장에 모여 앉아 백일장을 하기도 했다. 그 백일장에 내가 적어 낸 동시가 ..
2022.12.07 -
이 여름, ‘시간을 달리는 남자’에게 배달시키고 싶은 것 2018.08
During this summer, I want to deliver it to 'the man who runs the time' 집을 나서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창 밖의 쨍한 하늘과 쏟아지는 햇살은 111년 기상청 관 측이래 최고로 뜨거운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자 찜질방에 들어 선 듯한 열기가 훅 끼친다. 양산을 받쳐들고 걸었다. 보도블록에 전기장판을 깔아놓은 뒤 온도 를 최고로 올려놓은 것 같다. 혹시 상상력이 더위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잠깐 지금이 한겨울이라고 생각해 봤다. 옷깃을 아무리 여며도 파고드는 한기를 막을 수 없어 잔뜩 웅크리 고 걷는 나. 마른 잎 한 장 달려있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들. 얼어붙은 빙판길에 행여 미끄러 질까 조심스러운 발걸음...
2022.12.06 -
“여름은 짧아요, 꿈을 미루지 말고 현재의 삶을 살아요!” 2018.07
"Summer is short, Do not postpone your dreams, Live your present life!" 여름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여름과 겨울이 다가오면 겁부터 덜컥 난다. 이번 여름은 얼 마나 더우려나, 올 겨울은 또 얼마나 혹독하게 추우려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것 같아서 한 계절 넘기는 것이 점점 더 힘들 어지고 있다. 여름의 전기요금과 겨울의 난방요금도 두 계절이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실제로 하루의 기온을 기준으로 헤아리는 여름과 겨울일수(日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니 두 계절이 유독 힘든 이유가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내게도 분명 여름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여름방학이 있는 달콤한 달력이 내 것이던..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