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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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시간을 달리는 남자’에게 배달시키고 싶은 것 2018.08
During this summer, I want to deliver it to 'the man who runs the time' 집을 나서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창 밖의 쨍한 하늘과 쏟아지는 햇살은 111년 기상청 관 측이래 최고로 뜨거운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자 찜질방에 들어 선 듯한 열기가 훅 끼친다. 양산을 받쳐들고 걸었다. 보도블록에 전기장판을 깔아놓은 뒤 온도 를 최고로 올려놓은 것 같다. 혹시 상상력이 더위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잠깐 지금이 한겨울이라고 생각해 봤다. 옷깃을 아무리 여며도 파고드는 한기를 막을 수 없어 잔뜩 웅크리 고 걷는 나. 마른 잎 한 장 달려있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들. 얼어붙은 빙판길에 행여 미끄러 질까 조심스러운 발걸음...
2022.12.06 -
“여름은 짧아요, 꿈을 미루지 말고 현재의 삶을 살아요!” 2018.07
"Summer is short, Do not postpone your dreams, Live your present life!" 여름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여름과 겨울이 다가오면 겁부터 덜컥 난다. 이번 여름은 얼 마나 더우려나, 올 겨울은 또 얼마나 혹독하게 추우려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것 같아서 한 계절 넘기는 것이 점점 더 힘들 어지고 있다. 여름의 전기요금과 겨울의 난방요금도 두 계절이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실제로 하루의 기온을 기준으로 헤아리는 여름과 겨울일수(日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니 두 계절이 유독 힘든 이유가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내게도 분명 여름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여름방학이 있는 달콤한 달력이 내 것이던..
2022.12.05 -
if? Life! 인생 안에 ‘만약’이 있다 2018.06
내가 처음 프로포즈를 받은 나이는 만 열 아홉 살이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버 린 J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날, 같은 독서 서클에 들어있던 우리들은 너무나 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J의 죽음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허둥댔다. 화장을 한 J의 뼛가루를 친구 들이 한 줌씩 나누어 산에 뿌렸다. 장례식에 입고 갈 검정색 옷이 없어 엄마 옷을 입을 정도로 새파란 나이였다. 영안실에서 주는 국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는 미숙한 나이였다. J를 보낸 허망함에 남은 친구들은 소주를 마셨다. 두꺼비가 그려진 25도짜리 진로였다. 언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차마 할 수 없었다. J가 없는 독서 서클을 이어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마셔도 취하지 않은 채 집으로 가는데, 함께 걷던 L이 다짜고짜 말..
2022.12.02 -
“시간이 최고의 계약입니다” 2018.05
"Time is the best contract" 5월 1일 현재 남한과 북한의 시간은 30분의 차이가 있다. 남한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인 동경시를 사용한다. 북한은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부터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간을 정한 평양시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이 오후 12시라면 평양은 아직 오전 11시 30분이다. 남북한의 표준시가 다르다는 사실을 나는 며칠 전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대기실에도 서울시간과 평양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2개가 걸려있었고, 이를 본 김정은 위원장이 “가슴이 아팠다”며 표준시간을 남측에 맞추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약속했다는 것이다. 협정세계시(..
2022.12.01 -
“나는 주인공 뒷배경, 내 자리는 언제나 가장자리” 2018.04
“I'm the background of the main character, and my seat is always the edge” 지나고 보면 춥지 않았던 겨울이 어디 있었을까마는 지난 겨울은 유난스레 추웠다. 영하로 내려간 수은주는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쳤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벤치 파카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 멀리서 보면 옷이 걷는 것처럼 보였다. 잔뜩 껴입은 내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든든한 창문이 찬바람을 막아주는 베란다에서 생수가 얼고 세탁기의 호스가 얼어 며칠씩 빨래를 미뤘다. 여기 저기서 수도 계량기 동파 소식이 들렸고 부쩍 부모님들의 부고가 전화기를 울렸다. 실제 한 달의 사망자 수도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월 우리나라의 ..
2022.12.01 -
“처음 매는 책가방, 평소보다 하늘이 커 보였습니다” 2018.03
"The new backpack to put on, the sky looked bigger than usual" 우리 둘째는 만 네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확하게는 만 다섯 살에서 네 달 모자라는 56개월에 초등학생이 되었다. 날마다 소풍날처럼 햇살이 환하던 남반구에 살 때의 일이다. 그 나라의 초등학교는 0학년인 킨더가튼부터 6학년까지 7년제였고, 만 다섯 살이 되는 해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2월에 만 다섯 살이 채 되지 않았더라도 그 해 7월 이전에 다섯 살이 될 예정이면 입학이 가능했다. 많은 엄마들이 만 다섯 살이 지날 때까지 1년을 더 기다렸다가 학교에 보내는 선택을 하는데, 나는 둘째를 일찍 학교에 보냈다. 프리스쿨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프리스쿨은 하루 6시간 비..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