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185)
-
도시 오딧세이 ⑨ 어떤 힘으로 공간을 지켜내야 할까? 2024.2
City Odyssey ⑨ What power should we have to protect the space? 동네는 낙산 언덕배기에 기댔다. 다닥다닥 어깨 겨누어 앉은 집들이 평화로워, 오히려 맵시 있어 보인다. 구불구불 골목은 가파르다 못해 숫제 등산을 방불한다. 아슬아슬 주차된 차바퀴엔 예외 없이 벽돌이 괴이고, 걷기에도 버거운 가파른 길을 오토바이는 빨리도 오른다. 골목은 온통 소리로 그득하다. 소형차와 오토바이, 삼발이가 쉴 새 없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곳을 동대문 패션타운과 연결하는 실핏줄 같은 존재들이다. 여기저기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는 마치 재깍거리는 시계 같다. 하지만 이곳엔 빨갛고 노란 꽃들이 가득 필 꽃밭이 없다. 오히려 소금 땀 비지땀 연신 흘려야, 다가오는 계절을 온전히 ..
2024.03.08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⑨ 욕망과 절제의 관계에 조정되는 도시와 건축 2024.1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⑨ Cities and architecture adjusted to the relationship between desire and moderation 건축은 안전하게 사람을 보호하는 피신처의 기능도 있지만, 과시나 욕망의 결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 상호 간의 갈등과 긴장처럼 건축들은 서로 관계를 형성한다. 개별 건축 자체가 소유한 자들의 욕구 또는 필요에 의한 것이라 이해관계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건축이 모여서 만들어진 도시는 수많은 사람의 관계처럼 욕망과 절제, 균형과 질서로 형성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건축과 도시에서 형성 또는 통제되는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관계는 지극히..
2024.01.31 -
도시 오딧세이 ⑧ 지키고 가꿔야 할 골목 문화는? 2024.1
City Odyssey ⑧ What is the alley culture to keep and grow? 불과 얼마 전이 먼 옛날처럼 까마득하다. 추분이 지난 2022년 어느 날, 골목에 들어 ‘힙(hip)’하다는 걸 실감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어스름이 깔리자 골목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곳의 상징인 노가리에 생맥주를 즐기려는 발길은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끊이지 않았다. 젊은이는 물론 중장년의 회사원들,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모든 연령층이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 지금은 아득해진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지난 풍경이다. 골목은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쫓김을 당한 갈등 공간이기도 했다. 맨 처음 자리 잡아 골목을 키워낸 ‘을지OB베어’가 임차권 갈등으로 폐업하며 사라졌..
2024.01.31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⑧ 낡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해석 2023.12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⑧ A new interpretation of old architecture 경제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에, 단지 낡았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없어져야만 할까? 도시와 건축에서 이런 논쟁은 오랫동안 지속돼왔으며,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개발의 경제성과 충돌하면서, 인문적 시각에서의 보존과 경제적 시각에서의 개발은 지속적인 문제로 존재한다. 낡았다는 것은 쓸모없거나 수명이 다해 소멸해가는 개념이다. 이런 대립적 시각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대중문화 전반에 드러나는 시각이기도 하다. 대체로 보존은 서정적이고 정의로운 듯 보이고, 건강한 가치관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한편으로 순수하고(?) 반드시 지켜..
2023.12.30 -
도시의 정체성 <PARTⅡ> ⑤ 도시 서울의 현상 해석 2023.12
Identity of the City ⑤ Interpretation of the urban Seoul phenomena 서울이 오늘날까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10개의 도시 어휘들은 서울의 도시 정체성을 결정하는 모든 관련 문제를 통합할 수 있다. 도시 서울은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1세기 동안 가속화되며 급격히 변화했다. 서울의 특징적인 역사적 시기는 그 기간이 점점 짧아졌다. 급격한 도시 개발이나 점점 빈번해지는 외부 추진력을 감안할 때, 최근 시기는 비교적 짧았다. 고대는 약 500년간 지속되었고, 이 시기 서울시는 건립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식민화 및 산업화 단계는 50년, 전후 재건은 20년, 개발 단계는 10년이 걸렸을 뿐이다. 이들 기간은 각각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2023.12.30 -
도시 오딧세이 ⑦ 을지로 골목은 인쇄산업의 미래다 2023.12
City Odyssey ⑦ Euljiro Alley is the future of the printing industry 을지로엔 ‘인쇄 골목’으로 통칭하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개조한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다니며 통통거리는 삼발이 소리가 종횡무진 구불구불 좁은 골목을 휩쓴다. 물건을 실어 나르는 소형 트럭도 분주하다. 한눈에도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지는 종이 더미를 힘센 지게차가 이리저리 들어 나른다. 왜(몸빼)바지 입은 식당 아주머니가 늦은 식사를 머리에 이고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기도 한다. 뭔가를 찍어내느라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규칙적인 기계 소리에선, 묘한 리듬감마저 느껴진다. 그러함에도 굳게 닫힌 문에, 텅 비어 적막이 감도는 낡고 오래된 작업장이 몇 걸음마다 하나씩이다. 폐업했을까? 을지..
202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