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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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오딧세이 ⑮ 그러함에도, 퍼덕이는 꿈을 좇는 청춘의 공간 2024.8
City Odyssey ⑮ Nevertheless, it is a space for youth to follower their fluttering dreams 통행이 뜸해진 노량진역 바깥 계단은, 셀 수 없을 만큼의 발길에 닳고 닳아버린 모습 그대로다. 노량진역은 여전히 바람이 맵차다. 수많은 청춘이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차가운 바람에 움츠러든 어깨를 옷깃으로 여몄을 것이다. 1970년대 끝자락부터 진학에 실패한 청춘들이 내몰리듯 노량진으로 찾아 들었다. 절치부심. 빛나는 청춘의 한때를 희망이란 가느다란 빛을 갈구하며, 이 공간에 자기를 가두고 기댔다. 종로에 있던 입시학원이 옮겨와 진학에 실패한 청춘을 품으면서, 노량진은 학원가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하지만 풍경이 변했다. 한 시대를 휩쓸고 간 ..
2024.08.31 -
수천 년 보고인 세계문화유산 이탈리아 여행 답사기 ① 2024.8
World Heritage Site Travel Exploration in Italy ① 2월 14일, 가족과 함께 7박 9일로 이탈리아 여행 겸 답사를 떠났다. 대한항공편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출발해 밀라노까지 14시간, 서울로 돌아올 때는 12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여행으로 하루 2~3만 보 이상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정이었다. 기온은 상온 5~18도로 내내 쾌청해 여행하기 좋은 날씨였다. 안내자에 의하면 5월경 성수기에는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안내지를 다 돌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 했다. 유럽 여행지인 이탈리아는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와 같이 알프스산맥과 닿아 있으며 명품브랜드, 패션, 축구로 유명한 나라로 피사의 사탑, 콜로세움, 바티칸 베드로성당, 수천 년이 된 건축물과..
2024.08.31 -
도시 오딧세이 ⑭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갈림길에 선 서울 약령시 2024.7
City Odyssey ⑭ Yangnyeongsi in Seoul is at a crossroads that will determine the sustainability of space. 여기에 서면 기운이 저절로 북돋는다. 지나가기만 해도 보신한다는 우스개가 회자하는 제기동 ‘서울 약령시(藥令市)’에서다. 정릉천 동쪽, 왕산로 북쪽에 남북 약 1킬로미터, 동서 약 200미터에 800여 한약재상과 한의원이 자리한 공간이다. 1995년에 인가받았으나, 이 공간이 쌓아 온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깊다. 근대 도시 태동의 추동력은 단연코 기차역이었다. 인쇄술이 공화정을 앞당긴 기술이라면, 기차역은 도시화를 추동해 낸 시설이다. 인쇄술이 생각과 사상을 모으고 확산시켰다면, 기차역은 사람과 물산을 모으고 더욱..
2024.07.31 -
사마르칸트의 건축유산 ① 실크로드 사마르칸트 2024.6
Architectural Heritage in Samarkand ① Silk Road Samarkand 0. 서 (序) 지난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년간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국제개발 협력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사업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박물관 전시실 리모델링 공사 총감독으로 일했다. 현지에 있는 동안은 바쁘기도 하지만 개인 관심사에 시간을 쓰면 안 되므로 건축유산을 코앞에 놓고도 내부까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유적지 근처에 숙소를 정해 현장까지 2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걸어 출퇴근하면서 같은 건물을 겉으로나마 반복해서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귀국 무렵엔 일과 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하나하나 틈..
2024.06.30 -
도시 오딧세이 ⑬ 낡아 해어진 구두처럼 명멸하는 수제화 거리 2024.6
City Odyssey ⑬ A street of handmade shoes disappearing like worn-out shoes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는다는 건 참으로 편안한 행복이다. 동남아에서 전래한 ‘원숭이 신발’이라는 우화가 있다. 공짜 신발에 길들여진 원숭이가 결국 맨발로는 걸을 수 없게 되어, 가진 모든 걸 내어주면서 신발을 사 신는 처지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다. 우화는 제국주의 침략을 비판하기도, 면면히 이어온 풍습이 신문물로 대체되는 현상을 빗대기도 한다. 신발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제각각이다. 풀이나 짚을 엮어 만드는 짚신부터 나무를 깎아 만든 나막신, 가죽신은 물론 쇠로 만든 신발까지 다양하다. 가난한 백성은 짚신을 신었다. 192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고무신이 혁명적 변화..
2024.06.30 -
건축, 환경을 만들고 미래를 창조하다 ⑫ 인간적 도시를 위한 고민, 작은 도시를 위하여 2024.5
Creating architecture, environment, and the future ⑫ Concerns for a humane city, for a small city 메가시티?메가시티가 국내 언론의 중심에 서 있다. 과연 메가시티가 대세인 걸까? 아주 극단적인 형태도 발표되었다. 이것을 건물이라고 해야 할지, 도시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NEOM)는 하나의 건축 구조물 안에 도시 인구 전체를 수직 수평으로 구분해서 몰아넣겠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보자마자 SF영화의 불온한 계급관이 떠올랐다. 문득 1980~90년대에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일본 건설회사들이 앞다퉈 발표했던 초고층 건물이 생각난다. 가능 여부를 떠나서 거대함에 대한 환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
202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