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2025.6

2025. 6. 30. 15:3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Nothing has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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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권유하 건축사사무소는 올해 2월에 개소해 아직 두 달이 채 안 된 건축사사무소다. 월간 <건축사>의 원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무언가 홀리듯 글을 써보겠다고 대답하고 바로 후회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당장 수주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랄 판에 글을 쓴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됐다.

하지만 어차피 쓰기로 한 이상 어떤 내용을 담은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이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보단 최근에 들어온 아파트 발코니 확장 행위허가와 위반건축물을 합법화하는 프로젝트를 처리하고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을 기록하고 동료 건축사분들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우선 ○○시 아파트 발코니 확장 행위허가 프로젝트다. 지인인 인테리어사 대표님의 의뢰로 아파트 행위허가를 처리하는 작업이었다. 부엌 옆에 있는 발코니를 거실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의뢰인이 업무처리비가 얼마인지 문의했을 때, 처음 하는 일이라 조금 알아보고 비용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비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남들은 얼마나 받는지 찾아봤다. 그러던 중에 시장 형성가가 ○○만 원(부가세 별도)이라는 것을 알게 돼 고민 없이 발주처에 가격을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저렴해도 되나 싶었지만, 일단 진행하기로 했다.

아무튼 필요한 모든 서류와 변경 전·후 도면을 세움터에 접수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금방 통과될 것이라고 발주처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보완이 나와서 내용을 보니, 발코니 확장하는 곳의 창에 열관류율 시험성적서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창호를 교체하지 않고 열손실도 없다. 심지어 기존 창호 위로 열관류율에 맞춰 단열재를 취부하는데 왜 창호 시험성적서를 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문의를 했더니, 허가권자의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희 ○○시는 아파트 발코니 행위허가 시 창호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계 법령을 말해주어도 안하무인으로 자신의 말이 맞다는 허가권자의 주장에 옥신각신하던 중, 뜬금없이 허가권자에게 “창호시험성적서를 안 내겠다고 하는 건축사분은 처음”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상황을 설명했지만 듣지 않았다. “기존 창호 시험성적서는 ○○시에서 2012년도 사용승인 때 받았을 텐데, 이걸 어디서 구해 오라는 것이냐”고 반문해도 대답은 똑같았다. 다급한 마음에 아파트 관리소에 문의했더니, 시설팀장이었던 분에게 본인이 준공 후부터 있었지만 그런 서류를 본 적도 없으며, 달라고 하는 데는 처음이라는 핀잔만 받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허가권자에게 설명하고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보다 더 강화하여 설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알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말 황당했다. 앞전에 그렇게 설명할 때는 듣지도 않더니, 관리소 답변을 이야기하자마자 바로 허가를 내준 것이다. 허가권자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의 행정절차만 없었다면, 기존 처리 기간보다 배가 걸리는 일도 소모적인 감정싸움도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위반건축물 합법화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좀 전의 내용과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이다. □□교회에서 아무런 신고 없이 외부 장애인승강기를 설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위반건축물로 처분되었다는 사전 통보를 받았다. 교회 측이 승강기 업체 말만 믿고 설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직도 이런 업체가 있다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위반건축물 합법화를 위해 담당 주무관을 만났다. 외부 장애인승강기 설치이니 건폐율, 용적률 및 바닥면적이 산입되지는 않지만, 본당동의 건물과 연결하는 연결통로 면적이 증가하여 증축 신고를 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거기에 덧붙여 승강기 설치 때문에 없어진 조경면적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기존 대지면적으로는 법적인 조경면적을 확보할 수 없으니 교회 옆 땅을 포함하여 증축 신고를 하겠다고 했고, 주무관도 그런 취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세움터에 접수하고 며칠 뒤, 주무관에게 전화가 왔다. 새로 추가하는 필지를 합필하라는 것이었다. 왜 합필해야 하는지 문의했더니, 건축법 시행령 3조를 보라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법이 개정되었나 싶었지만, 확인해 보니 아니었다. 그래서 주무관에게 시행령 3조는 합필할 수 있는 조건이지 강제적인 게 아니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니라면서 본인도 알아볼 테니 건축사님도 더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결론적으로 내 의견대로 처리됐지만, 정보를 확인시켜주고 설득하는 데 낭비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두 가지 경우를 겪고 나니, 14년 전 첫 건축사사무소에서 신입사원으로 인허가 받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허가 처리 과정에서 허가권자 본인이 모르는 부분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가중평균높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 반복해 설명해 주었지만 모르겠다면서 다시 설명해 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인허가를 득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몹시 괴로웠던 추억 중에 하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면, 공무원들이 다 그러니 열 내지 말란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건축분야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곤 한다.

비판하려고 쓴 글은 아니지만, 개선 방법이 논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허가권자 중 실제 건축 분야 출신은 얼마나 될까? 차라리 준공 검사처럼 건축사들이 건축 인허가 절차에서부터 법규적인 내용들을 검토하고, 공무원은 확인된 내을 처리하는 행정절차만 담당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허가권자들이 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관습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손실이 왜 건축사들의 부담으로만 작용하는지 의문이다.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행정적 절차로 인해 건축 활동이 위축된다면,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무원 본연의 임무에 맞게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구조적인 문제 개선과 공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글. 권성도 Kwon, Seongdo 권유하 건축사사무소

 

 

권성도 건축사 · 권유하 건축사사무소

 

권유하 건축사사무소는 권성도·유지현·하진이 가족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이름이다. 가족의 이름을 걸고 정직하게 사무소를 운영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본질적으로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에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분위기와 밀도가 존재한다. 그런 공간은 깨끗하고 풍부한 분위기를 풍기고, 공간 속에 몸을 두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활동에 대한 수치, 기능성, 내구성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수치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빛과 음영의 밀도나 공기의 흐름, 소재가 가지는 색이나 질감… 그리고 건물의 외형적인 조형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부적인 공간과 그 밀도를 높이는 작업을 추구하며, 이러한 건축은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k.y.h.samus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