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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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회상하며 2023.10
Reminiscing of the past 건축을 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오늘날 건축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본다. 마감, 또 마감, 계속 마감 한 남자가 숨이 목까지 차도록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있다. 5분 전, 4분 전, 10초 전, 9초 전……. ‘이 건물은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 걸까? 누가 설계를 이따위로 한 것일까?’ 머릿속이 어지럽다. 설계는 마라톤과 같다는 여러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몸소 배우기라도 하듯, 고지를 바로 앞에 둔 마라톤 선수와 같은 모습이다. 고통스럽다. 차에서 내린 후 계속 달렸지만, 아직도 달릴 길이 남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숨을 크게 들이쉰다. “헉헉, 공… 공모 제출하러 왔는데요.”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길에 소주를 마신다. 설계 ..
2023.10.31 -
[건축비평] 合.求.助 2023.9
Architecture Criticism Analyst, Listener, Assistor 2000년도였을 것이다. 지는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중 한 가지 질문이 ‘기피하는 사람이 누구냐’였다. 선두는 건축주와 공무원이었다. 의외였다. 공무원이야 감독자로 만나니 그럴 수 있다지만, 건축주는 일감을 준 사람이 아닌가. 그건 아마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누구보다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간섭자여서가 아닐까. 천사이자 천적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리뷰하는 프로젝트의 건축주는 공무원이다. 不, 不, 不, 不 “차라리 새로 짓는 게 싸게 먹힌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우선되는 현실에서 집을 고쳐 쓰겠다고 할 땐 그만한 사정이 있다. 신축이 금지된 개발행위허가제한..
2023.09.15 -
설계의도 구현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 2023.9
The Significance of 'Communication' in Achieving the Intended Design Purpose 친구의 연락 사무소를 오픈하고 몇 해 뒤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아파트에 살고 있던 친구는 근처 소유하고 있던 땅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했다. 설계를 맡길 건축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주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몇 명을 만나본 듯했다. 막바지쯤 나도 친구를 만나게 됐다. 만나서 내가 주택을 진행하는 프로세스와 업무범위를 자세히 설명했고, 말미에는 다양한 건축사를 만나본 후 실력이 있고 소통이 잘 되는 사람과 설계를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솔직히 나에게 설계를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규모 단독주택은 시공과정에서 설계..
2023.09.14 -
2023 UIA 코펜하겐 세계건축대회 2023.9
2023 UIA World Congress _ Copenhagen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7월 2일 전야제 행사를 시작으로 8일까지 개최된 2023 UIA 세계건축대회(2023 UIA World Congress)는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했다. 전세계 135개국에서 6,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고, 150여 개의 사례발표와 토론회, 250개의 연구논문(Science Paper)이 발표되는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로 단절된 국제교류를 다시 잇고자 많은 나라의 건축단체에서 참석해 성황을 이룬 이번 코펜하겐 대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친환경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건축이 변화해야 한다는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메시지는 국제기구인 UN과 건축의 UIA가 힘을 합쳐 기후변화에 강하게 대응하..
2023.09.14 -
[건축비평] 개념과 감각, 그리고 건축 2023.8
Architecture Criticism Concepts, senses, and architecture 먹거리 타운으로 유명한 대구의 들안길에 일명 들안예술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상동과 두산동의 오래된 주거지로서 50여 개의 다양한 공방과 갤러리가 자생적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수성구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으로서 노후화된 단독주택과 원룸 건물을 매입해 이를 예술과 문화가 연계되는 공공예술촌으로 개조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이 실행되고 있다. 공공예술촌 사업은 대구시 수성구의 핵심 정책으로서 지역의 문화에 대한 정책과 건축사의 공간에 관한 생각을 섬세하게 반영해 공예가와 주민, 그리고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창작과 유통이 순환되는, 지속 가능한 문화 소비의 ..
2023.08.18 -
일상 속 건축, 옆집의 건축 2023.8
Architecture within a everyday, the architecture of the next door 사무소를 개소하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나는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임신을 했다. 아이가 생겨 기뻤지만, 초산에 고령이기까지 해서 입덧이 심해지며 황급히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몇 주를 쉬고 나서 상태가 호전되어 집 밖을 나가기 시작했으나,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이런 생활도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우리 집 근처에 서재를 하나 얻자!”대뜸 말해놓고 보니 ‘서재’라는 단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왜냐하면,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편은 책에 대한 물욕이 많으니 말이다. 우리는 다정히 손을 잡고 우리들의 서재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생..
2023.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