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1. 10:50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Living as an Architect in Korea
행복을 위하여!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또다시 가을에 접어들어 간다. 건축사로서 살아온 지 벌써 12년이 지나 40대 중반을 넘어가니 ‘세월 참 유수와 같구나’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 
건축사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항상 행복하고 여전히 자랑스럽지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참으로 인고의 시절들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뜨거운 동료 건축사들이 있기에 힘을 내보려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건축사라는 직능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현재의 내가 갖는 고민들은 무엇이 있을까? 하며 적어나가고자 한다. 이 질문은 아마도 동시대 건축사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산 
우리가 모든 프로젝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예산일 것이다. 항시 좋은 재료와 디테일과 공간을 활용하고 싶지만, 예산의 문턱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청운의 꿈을 품고 설계하였다가 견적 단계에서 건축주와 마찰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법이기에…. 그래서 그 이후 시공과정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단련하여 지금은 설계를 하며 예산을 대략 다 추산하여 보는 습관이 체화되었다. 그래도 내가 시공자는 아니기에 어려운 점이 많긴 하다. 건축사로서 이 단계에서 치열한 자기 합리와, 절제, 강약의 조절, 선택과 집중 등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것은 우리 직업의 숙명인 듯 하다.
법규, 인허가 업무, 심의, 점검…. 
대지마다, 지역마다, 용도마다 너무도 다양하게 해석되고, 규정되어지는 법규와 허가권자 인허가 양상의 변화 등 너무 빠른 근대화의 과정 속에 구축된 도시의 다양성이 건축작업을 할 때 너무 어려운 부분으로 다가온다. 이 또한 숙명적인 부분이라 연구하고, 경험하고, 체화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헤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항상 바람이 있다. 이러한 변수들에 명확한 근거와 대안들을 건축사 입장에서 협의하고, 연구하고, 지자체에 대변해줄 수 있는 권한 있는 조직이 협회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현령비현령인 경우가 너무 빈번하다.
민원 
매우 어려운 요소이다. 민원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업 초기에는 합리적이지 않은 민원인들로 인하여 상처도 많이 받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프로젝트에도 위기가 따르기도 했었다. 또한 민원에 대해 시공사도 소극적으로 임하고, 감리자로서 홀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어서 정말 일하기 싫을 정도로 힘든 경우도 있었다. 요새는 경험과 대응 훈련들을 오랜 시간 축적해와서 아무리 심한 민원이 와도, 사전 조치 사항들과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나름은 편안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 받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민원을 대응하는 것은 시공사와 협력해서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감리자의 덕목이기도 하다. 설계만 완료된다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니, 감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려운 부분이다. 민원에 대한 사회적인 대응 프로세스나 인식의 개선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시공 
건축사는 설계자이며, 감리자이다.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시공자이다. 도면의 현실화 과정에서는 도면의 품질 외에 시공자의 마음가짐과 실력과 능력이 여실히 반영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우리는 우리 존재만으로서 완벽할 수 없으며, 이른바 좋은 시공자를 만나야 하는 것이 운명처럼 중요한 일인 것이다. 좋은 시공자라는 것은 무엇일까?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이 분야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하에 놓여있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듯하다. 서로 엮여있는 풀리지 않는 사슬 같은 관계가 설계 이후의 현실화 과정에서 언제나 숙제인 듯 하다.
일거리 
참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민간 또는 공공의 일 모두 경색이 되어가고 있는 나날이다. 민간 시장이 메마르게 되니, 공공 프로젝트에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인 듯하다. 과연 건축사사무소들의 앞날이 걱정이다. 참으로 어려운 시장이다. 국제 경기도 어렵고, 국내 경기도 어려운 시점에 건축사의 책임범주만 늘어나는 정책들과 투자 시장의 위축 등 경제 상황에 가장 직격탄을 맞는 건설 분야이다보니, 시국이 참으로 어려운 나날들이다.

건축주 
우리 건축사사무소의 숙명은 건축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로는 건축주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설익은 지식과 감각으로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건축은 종합적이고,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건축사에 대한 깊은 신뢰가 수반될 때 양질의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한 것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긴 하다. 다른 건축 선진국처럼 건축의 가치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가 부족하니, 상대적으로 설계비도 낮고, 작품의 완성도도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인 듯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매일 매일이 고민된다.
건강, 일과 삶의 균형 
주변 건축사들이 종종 건강이 나빠진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이 직업이 스트레스도 많고, 힘든 직업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즐거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과로하지 않으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아마도 모든 건축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일 듯하다. 젊은 시절에 너무 열정적으로 일하다 보면 번아웃과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주변에 많은 듯하다. 건축이라는 업이 열정과 꿈이 기반이 되고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보니, 그 열정이 자칫 삶의 틀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건강과 행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건축을 향한 꿈과 열정도 의미가 없어질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일과의 균형 조절 능력을 배양해 나가야 할 듯하다.

작품에 대한 열망 
우리 모든 건축사들은 자신이 설계한 결과물을 사랑하며, ‘작품’으로서 세상 속에 나아가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과 희망이 열정으로 치환되어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려고 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굳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 열망의 불꽃을 꺼트릴 수도 없고, 마음껏 활활 타오르게 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든 건축사들이 힘을 내어 파이팅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고민과 어려움과 가능성의 씨앗들이 많은 듯하다.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란 말이 있듯이 행복한 삶을 위해 의미 있는 작품을 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모든 건축사들의 바람일 것이다.
우리 모두 이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점에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내어 파이팅을 외치는 하루 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글·사진. 이근식 Lee, Keunsik
(주)엘케이에스에이 건축사사무소

이근식 건축사·(주)엘케이에스에이 건축사사무소
비롯해 그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노력에 있다’라는 신념 아래, 2012년부터 건축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장인 정신, 그리고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설계를 이어오고 있다. 건축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조경, 사업 컨설팅까지 건축에 관련된 모든 요소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건축사의 일관된 사고 속에서 연속성을 가질 때 비로소 삶을 위한 그릇이 현실화된다고 믿는다.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2년부터 LKSA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왔으며, 2020년 ‘대한건축사협회 신진건축사상’을 수상했다.
lksa01@lk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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