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포르투갈, 스페인 건축여행 답사기 ③ 2025.10

2025. 10. 31. 10:3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In Search of World Heritage Sites
Traveling Through Portugal and Spain ③

 

 

 

건축 속 시간의 결을 따라, 포르투갈·스페인 건축여행기
지난해 이탈리아에 이어, 올해는 대항해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했다. 리스본에서 마드리드까지 15개 도시를 거치며 시대와 문화가 축적된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기고는 세 차례에 걸쳐 도시별 주요 건축과 역사적 공간을 중심으로 포르투갈·스페인 건축여행의 여정을 소개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투어 일정 코스

8일차 2.23

 

◆ 사라고사
사라고사는 스페인의 대표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고향이자, 스페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 팔라르 대성당
팔라르 대성당은 에브라강 옆 필타르 광장에 세워졌으며, 화려한 타일 장식과 11개의 둥근 지붕으로 유명하다. 성당 내부에는 고야의 프레스코 천장화 ‘레지나 마르타름(순교자의 왕)’이 있어 잘 알려져 있다.

구엘공원 안내도
구엘광장 지하층 천장 디자인 모습


◆ 구엘공원
실업가 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은 1899년에 매입한 뻬라다 산 위에 주택 단지 개발을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에게 의뢰해, 상류층 주민 60가구가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고급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자 했다. 가파른 경사면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건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으나, 전쟁과 경제적 어려움, 지리적 한계로 인해 구엘의 자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분양되지 못했다. 공사는 1914년 중단됐으며, 구엘이 1918년 공원 자택에서 사망한 뒤 바르셀로나시는 1922년 이곳을 ‘구엘 공원’으로 명명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가우디의 걸작인 구엘 공원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가우디는 1852년 레우스에서 태어났다. 20세에 바르셀로나 건축전문학교에 입학했고, 1878년 아키텍트가 된 해에 구엘을 만났다. 구엘은 대부분의 건축물을 가우디에게 맡기며 친구이자 후원자가 됐다. 함께한 작품으로는 구엘 궁전, 구엘 별장의 부속 건물, 콜로니아 구엘 성당, 구엘 공원 등이 있다. 또한 가우디는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바르셀로나 유명 인사들의 의뢰로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가우디의 작품들은 늘 논란이 따랐으나, 1960년대 들어서면서 천재성이 인정됐다. 1984년 이후 구엘 공원을 비롯한 가우디의 주요 작품들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았다. 20세기 예술가 가운데 천재 아키텍트로 이름을 알린 가우디는 특정한 양식에 속하지 않고 위대하고 경이로운 성당을 건설했다.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질감, 형태, 빛을 활용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초자연적인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에서 새로운 기하학을 창출하고 초합리성을 강조해 불가능해 보였던 건축을 실현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1882년 착공 이후 140년이 넘은 지금도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그라다’(Sagrada)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을, ‘파밀리아’(Familia)는 ‘가족’을 뜻하며, 성당은 예수·마리아·요셉의 따뜻한 가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가지에 있는 가우디의 작품들

◆ 세라믹 건축
유럽에서 세라믹 건축이 발달한 것은 이슬람 양식이 가미된 스페인 건축의 특징이다. 세라믹 타일 사용은 스페인 남부 지방 등 이슬람 제국의 통치 지역에서 확인된다. 벽, 바닥, 천장, 외장 등 건축물의 거의 모든 부분에 타일을 사용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활용한 아키텍트는 가우디와 몬타네르다. 바르셀로나 시내의 건축물 대부분은 세라믹 타일을 즐겨 사용했다. 채색 세라믹 타일은 아버지에서 아들, 스승에서 제자로 제작법이 전수됐으며,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장인의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상징적 건축물을 남긴 안토니 가우디의 일생은 가난한 구리 세공업자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시작됐다. 17세 때 건축 공부를 위해 바르셀로나로 이주했으며, 1878년 파리 세계박람회 출품작을 계기로 후원자이자 친구인 구엘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구엘 공원 ▲구엘 저택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 등 가우디가 남긴 불후의 걸작 덕분에 오늘날 바르셀로나의 많은 시민과 자영업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라믹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 장식은 모두 가우디의 작품이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가 31세에 착공해 평생을 바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자 천재 아키텍트의 마지막 걸작이다. 성당의 내·외부는 성경 속 이야기를 조각으로 표현해 ‘돌로 만든 성경’이라 불린다. 청동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입구를 지키는 요셉 조각을 비롯해 천장을 수놓은 화려한 장식과 빛의 예술이 담긴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성당 안팎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옥수수 모양의 4개 탑은 성당의 상징적 요소 중 하나이며, 성당은 아직 미완성 상태로 기부금과 입장료에 의존해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중인 외관 모습

성당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하 예배당에는 가우디의 묘가 있으며, 성당 건축 관련 기록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있었다면, 20세기 스페인에는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가 있었다. 이 여섯 명은 각 분야에서 새로운 예술 사조를 개척하고 발전시킨,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재 예술가들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북쪽 도로변에 공사가 중단된 기둥 5개 모습. 노출된 철근 배근이 녹슨 채로 남아 있다.

대중에게도 사랑받는 안토니 가우디이지만, 그가 아키텍트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그의 디자인이 고전적인 면모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성당은 조각, 그림,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예술이 건축과 결합되는 특징을 보이며, 가우디는 이 전통을 이어 장식을 극대화했다. 가우디는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성경을 전하기 위해 조각, 그림, 스테인드글라스를 적극 활용했으며, 이 작품들은 풍부한 색채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가우디가 태어나고 활동한 바르셀로나가 타일 산업이 발달한 카탈루냐 지방에 속하며, 천연 석재와 달리 타일은 화려한 색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평면도
가우디가 처음으로 설계한 노동자 협동 단지의 면화 표백 작업장은 현재 가우디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우디의 작업실 재연 모습
최후의 만찬 조각

 

9일차 2.24

 

◆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 가운데 하나다. 스페인 역대 왕실의 소장품을 한곳에 모아 공개하기 위해 세운 곳으로, 귀족들의 기증으로 회화 9,000점과 기타 작품까지 합해 약 3만 점에 이른다. 미술관은 중세부터 15세기 말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유럽 미술사의 보고로 불린다. 종교화와 궁중화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세 개의 출입구에는 스페인의 대표 화가 고야,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미술관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고야 화가의 동상
프라도 미술관 입구 전경


◆ 솔광장과 마요르 광장
수도 마드리드에서 스페인 각 지역 간 거리를 계산하는 기준점은 솔 광장 의회 건물 앞에 위치한다. 이곳은 스페인 모든 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솔 광장의 마스코트인 곰 동상과 더불어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의 기마상도 반드시 볼거리다. 마요르 광장은 사방이 중세 건물로 둘러싸인 네모난 광장이다. 아홉 개의 아치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으며, 중앙에는 광장을 조성한 펠리페 3세의 기마상이 서 있다.

 

10일 차 2.25

 

◆ 톨레도
여행의 마지막 날, 스페인의 옛 수도 톨레도를 둘러봤다. 이곳은 천재 화가 엘 그레코가 여생을 보낸 곳으로, 중세 시대의 멋을 간직한 성곽 도시다. 톨레도 대성당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고딕 양식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스페인 가톨릭 총본부가 자리한 이 성당은, 1226년 이슬람 모스크를 허문 자리에서 첫 삽을 뜬 뒤 약 300년 동안 건설됐다. 엘 그레코의 걸작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으로도 유명하다.

톨레도 대성당 궁전 내부 천장 채광빛 모습
톨레도 대성당에 있는 엘 그레코의 작품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톨레도 대성당 내부 모습

11일차 2.26 인천 도착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얻은 많은 영감이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통해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계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노력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의 공통점은 랜드마크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는 점이다. 도시의 역사와 함께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우리도 국가 유산은 물론 일반 주거 건물까지 잘 보존해 나름의 멋을 유지한다면,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찾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 재생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사진 김득수 Kim, Deuksoo
종합건축사사무소 S.S.P.삼대

 

 

김득수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S.S.P.삼대 대표

 

영등포구지역건축사회 회장(3회 연속),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 직무대행, 대한건축사협회 이사·감사 등을 역임하고, 대한건축사협회 50년사 발간위원장을 지냈다. 서울 영등포구, 동작구 건축·민원조정 위원, 에너지관리공단 건축·도시·관광단지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예산읍 초대 명예읍장으로 위촉(1997.02.15.~2006.12.03.)된 바 있다. 서울특별시 시장 표창 5회와 대통령 표창(제200398호)을 받았으며, ‘일제시대 소읍도시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 ‘일제강점기 근대도시의 도시공간 변화 특성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작성했다. 현재 협회 60년사 편찬위원회 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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