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1. 10:2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Jongno-gu Regional Architects’ Association Ulleungdo-Dokdo Exploration, ‘To the Eastern Edge : Visiting Ulleungdo and Dokdo’
지난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종로구지역건축사회 일원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탐방할 기회를 가졌다. 이번 여행에는 종로구지역건축사회 회원 28명이 함께했다. 개인적으로는 세 시간 넘는 뱃길을 떠나는 것이 선뜻 용기 나지 않아, 그동안 ‘공항이 완공되면 가 보자’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로구의 건축사님들과 동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불안감도 사라졌고, 덕분에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에 그 여정을 짧게나마 기행문 형식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날, 긴 뱃길 끝에 만난 섬, 울릉도의 지형과 건축을 걷다 
사실 우리는 전날 밤에 출발해 22일 새벽 1시경 강릉에 도착했다. 조그만 숙소에서 쪽잠을 겨우 청한 뒤, 이른 새벽 식사를 마치고 강릉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배에 올랐다. 승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쏟아진 많은 비에 울릉도까지의 여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바다로 출항한다는 설렘이 그 걱정을 잠시 잊게 했다. 날씨가 썩 좋지 않아 불안했으나, 다행히도 내 속은 의외로 잘 견뎌 주었다. 다만, 몇몇 건축사님들은 평소 꼼꼼한 성격 때문인지, 항해 내내 굳이 아침 메뉴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약 3시간의 항해 끝에 우리는 마침내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도착 후 식사를 마치고 울릉도 곳곳을 둘러보았는데, 여러 번 다녀온 제주도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주었다. 화산섬의 지형적 특징과 내륙 산지의 형태를 함께 지닌 울릉도는, 바다와 주상절리, 기암괴석, 험준한 산새, 그리고


분지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마치 우리나라 지형의 박물관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섬이라는 특성상 식수 사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울릉도는 오히려 용출수가 풍부하고 수질도 우수해 생수 회사까지 운영될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그 용출수가 모여 형성된 봉래폭포는 수량도 많아 인상 깊었다.
건축사로서 당연히 건축물에도 눈길이 갔다. 코스모스 리조트와 같은 현대식 건축물, 울릉도 유일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아이들의 ‘로망’으로 불린다는 LH 아파트, 전통 너와집, 신축 중인 한옥 사찰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을 접하며 자연스레 각자의 시각으로 울릉도 건축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각자의 개성과 경험이 묻어나는 의견들이 오가며,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울릉도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다. 매 끼니마다 메뉴는 조금씩 달랐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나물들은 평소 익숙하진 않아도 신선하고 깊은 맛이 있어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제는 많이 잡히지 않아 귀한 존재가 된 오징어도, 이곳에서는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었고, 덕분에 오랜만에 오징어회를 실컷 맛볼 수 있었다. 그 오징어에 술 한잔 곁들이니, 같은 방을 쓰던 동료의 코고는 소리마저 자장가처럼 들리는 평화로운 밤이 됐다.

둘째날, 3대가 덕을 쌓아야 닿는 땅, 독도에 서다 
전날 가이드분께서 “내일은 날씨가 좋아 독도 입항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정말로 아침부터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기대감을 안고 우리는 독도행 배에 올랐다.
사실 독도 입항은 이번 워크숍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에 약 60일 정도만 접안이 가능하다고 하며, 접안이 어려울 경우에는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말도 있다는데, 함께한 종로구지역 건축사 28명 모두 좋은 분들이긴 해도… 과연 모두 3대가 덕을 쌓았을까 싶어 혼자 속으로 웃음이 났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약 한 시간 반이 걸렸지만, 체감상 더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독도가 눈앞에 들어왔고, 우리는 다행히 무사히 접안해 입항할 수 있었다. 
지하철역 모형으로만 보던, KBS 아침 뉴스 배경화면에서만 익숙했던 그 독도. ‘내가 이곳에 정말 와보는구나!’ 순간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며, 감회가 깊었다.

막상 독도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우리 국민이 우리를 맞아주며, 우리 손으로 이 섬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이렇게 명확한 우리 땅인데, 왜 여전히 분쟁이라는 단어가 붙는 걸까?’ 
그저 대한민국의 최동단일 뿐인데 말이다. 
여권도, 비자도 필요 없는,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올 수 있는 땅. 독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독도 방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순간도 있었다. 출발 전, 꼼꼼한 준비로 정평이 난 종로구지역건축사회 총무님께서 드론 촬영을 계획해 주셨고, 울릉군청을 비롯해 문화재청, 독도수비대, 경비대, 해군 1함대 사령부 등 무려 8개 기관에 사전 허가를 요청해 주셨다. 그 덕분에 우리는 독도에서 드론을 띄워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어려운 일임에도 철저한 준비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종로구지역건축사회만의 또 하나의 값진 기록으로 남게 됐다.
독도와 관련해 내가 알고 있는 유명한 노래는 두 곡이다. 하나는 잘 알려진 ‘독도는 우리 땅’, 그리고 또 하나는 ‘홀로 아리랑’이다. 그런데 막상 독도에 서니, 그중에서도 문득 떠오른 가사는 ‘독도는 우리 땅’의 한 구절, “새들의 고향”이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독도는 진짜로 새들에게는 고향이었고, 우리에게는 마음속 고향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주어진 독도 체류 시간은 단 20분. 그 짧은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갔고, 우리는 나지막이 섬에 작별 인사를 건넨 뒤 다시 배에 올랐다. 아직도 독도를 만난 감동이 가슴에 남아 있는 채로, 우리는 울릉도로 되돌아와 자유롭게 섬을 거닐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셋째날, 담담한 작별, 마음에 새긴 섬의 기억을 안고 
날씨가 나빠져 배가 출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는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배편으로 울릉도를 떠났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는 종로구지역 건축사님들과 함께했던 여정을 되새기며, 독도에 올랐던 순간을 마음속으로 다시 그려보았다. 강릉을 거쳐 종로로 돌아오니, 어느새 일상으로 복귀한 현실이 앞에 다가왔다. 마음속엔 뿌듯함과 아쉬움이 함께 남았다. 
사실 이번 워크숍의 기행문을 쓴다면, 흔히 그렇듯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다녀와 보니, 그런 다짐은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었고, 굳이 특별한 표현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독도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땅이었다. 
서울이나 부산, 제주에 대해 특별한 수사를 붙이지 않듯, 독도도 당연히 우리가 지키고 있는, 우리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들리는 말로는 2028년 초, 울릉공항이 개항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행기를 통해 울릉도와 독도를 찾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편리한 방문이 가능해지면 여행객도 많아질 테고, 그렇게 되면 이곳이 지닌 고유한 색채가 흐려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아직 본연의 풍경과 정취를 간직하고 있을 이 시기에 다녀오시길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정성껏 준비해 주신 종로구지역건축사회 회장님과 총무님을 비롯한 운영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글·사진. 성치호 Sung, Chiho 
건축사사무소 토루

성치호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토루
대한건축사협회 한반도 건축위원회 위원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종로구지역건축사회 홍보편찬위원장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 위원
toru-s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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